美 재고 2억8540만배럴…1982년 이후 최저

이란 전쟁에 공급량 하루 1000만배럴 증발

사우디, 양쪽 바닷길 막혀 원유수출 ‘반토막’

하루 320만배럴 그쳐…13년만 최저치 급감

IEA 비축유 4억배럴 방출도 4분의 3 소진

“일회성 아냐…전쟁 임기말까지 계속 될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공화당 중간선거 전당대회에 참석해 지지자들의 환호에 호응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란 전쟁이 중간선거 직후에 끝날 것이라며 이 시점에 유가도 급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AF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공화당 중간선거 전당대회에 참석해 지지자들의 환호에 호응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란 전쟁이 중간선거 직후에 끝날 것이라며 이 시점에 유가도 급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AFP]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재돌파한 가운데 세계 석유시장의 ‘안전판’인 전략비축유마저 빠르게 고갈되고 있다. 미·이란 전쟁으로 하루 약 1000만배럴의 원유 공급이 사라진 상황에서 미국의 전략비축유(SPR)는 44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마저 동쪽 호르무즈 해협과 서쪽 홍해의 수출길이 동시에 막히면서 추가 공급 충격을 흡수할 여력이 크게 줄었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전략비축유는 최근 2억8540만배럴로 줄어 1982년 1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직전 주보다 약 120만배럴 감소했다. 미국은 현재 총 1억7200만배럴의 비축유를 방출하는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SPR은 전쟁이나 자연재해 등으로 원유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때 시장에 원유를 공급하기 위한 국가 비상 재고다. 하지만 조 바이든 전 행정부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고유가에 따른 소비자 부담을 낮추기 위해 잇따라 비축유를 방출하면서 재고가 크게 줄었다.

문제는 비축유가 바닥을 향하는 시점에 중동발 공급 차질이 다시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유가의 기준물인 브렌트유는 이날 4개월만에 배럴당 101달러를 돌파했다.

미·이란 간 무력 충돌이 격화하고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이 사우디의 에너지 시설을 공격하면서 공급 불안이 커진 영향이다.

원유 운송정보업체 보텍사에 따르면 이란 전쟁 이후 중동에서 수출되지 못하고 있는 원유는 하루 약 1000만배럴에 달한다. 전 세계 하루 원유 수요의 약 10%다. 전쟁 이전의 약 3분의 2 수준이다. 공급 부족을 메워야 할 사우디마저 원유를 실어 나를 길이 막혔다. 해양정보업체 케플러에 따르면 지난 8월 사우디의 원유 수출량은 하루 320만배럴로 1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쟁 전 하루 약 700만배럴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막자 사우디는 동서 송유관을 통해 홍해로 원유를 보내는 ‘플랜B’를 가동했지만 후티의 선박 공격으로 홍해 항로까지 차질을 빚고 있다. 생산능력이 있어도 원유를 시장에 내놓기 어려워진 셈이다.

비상 재고가 줄어든 것은 미국만의 문제도 아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3월 중동발 공급 충격에 대응해 회원국들이 비상 비축유 4억배럴을 시장에 공급하기로 했다. IEA 역사상 최대 규모의 공동 방출이었지만 현재까지 약 4분의 3이 이미 시장에 풀렸다.

세계 원유 재고도 빠르게 줄고 있다. IEA에 따르면 지난 7월 전 세계에서 관측 가능한 원유 재고는 한 달 동안 6900만배럴 감소했다. 미·이란 전쟁이 시작된 2월 말 이후 7월 말까지 누적 감소량은 4억1000만배럴에 달한다. 하루 평균 270만배럴씩 재고가 사라진 셈이다.

남아 있는 재고를 모두 즉각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상당량은 이미 해상에서 운송 중이거나 구매자가 정해진 물량이다. 중국처럼 실제 시장에 방출할 수 있는 비축 규모가 명확하게 공개되지 않는 국가도 있다. 장부상 재고와 실제 위기 때 즉시 꺼내 쓸 수 있는 재고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섰다는 사실 자체보다 추가 충격을 감당할 ‘완충장치’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경계한다. 유가 상승이 장기화하면 휘발유·경유 가격을 거쳐 운송비와 제조비용을 밀어올리고 다시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높은 금리를 더 오래 유지해야 할 가능성도 커진다.

제프리 커리 아박스마켓 공동회장은 “시장은 이번 에너지 가격 상승을 일회성으로 보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며 “이는 구조적인 문제이고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일종의 안보 프리미엄으로 갈수록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들은 사석에서 이란 전쟁이 대통령 임기 말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언급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복적으로 이란 전쟁의 조기 종전을 장담했고, 이날도 11월 중간선거 직후 전쟁이 끝날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정작 내부 분위기는 다르다는 것이다.

미 당국자들은 이 신문에 JD 밴스 부통령,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등 최측근들이 대통령 집무실과 상황실에서 이란이 미국의 압박에 계속 저항할 수 있기 때문에 2029년 1월 임기가 끝날 때까지 전쟁이 연장될 가능성을 트럼프 대통령과 논의했다고 전했다. 서지연 기자


sj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