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GDP 2.2%로 대폭 상향
개인소비도 3.8% 증가로 수정
물가 둔화에도 장기금리 상승
국채 공급·AI 투자도 금리 압박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장중 5.3%를 돌파하며 24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미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기존 발표보다 큰 폭으로 상향 조정되면서 고금리에도 경제가 예상보다 강하게 버티고 있다는 사실이 재확인된 영향이다. 물가 지표는 예상보다 낮게 나왔지만 미 정부의 국채 발행 확대와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에 따른 막대한 자금 수요까지 겹치면서 장기금리를 끌어올리고 있다.
30일(현지시간)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미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장중 한때 5.304%까지 상승했다. 2007년 기록한 장중 고점 5.303%를 넘어선 것으로, 2002년 5월 이후 약 2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날 30년 만기 국채금리가 장중 5.621%까지 치솟아 2002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장기채의 기준물인 10년물마저 5.3% 선을 넘어선 것이다.
이날 금리 상승을 자극한 것은 예상보다 강한 미국 경제였다. 미 상무부는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확정치를 전기 대비 연율 2.2%로 집계했다. 종전 발표된 1.5%에서 0.7%포인트나 상향 조정됐다. 시장에서는 기존 수치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경제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개인소비 증가율도 기존 3.4%에서 3.8%로 높아졌다. AI 데이터센터와 컴퓨팅 설비 등 인프라 구축을 위한 기업 투자 역시 성장세를 떠받쳤다.
반면 같은 날 발표된 물가 지표는 시장의 예상보다 낮았다. 8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4% 상승해 시장 예상치인 3.7%를 밑돌았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 가격지수 상승률도 3.0%로 예상보다 낮았다.
물가만 놓고 보면 채권시장에는 호재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낮아질수록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릴 필요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실제 물가 지표 발표 이후 연준이 10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는 다소 약화했다.
그런데도 10년물 금리는 오히려 5.3%를 넘어섰다. 시장의 관심이 당장의 추가 금리 인상 여부뿐 아니라 미국 경제가 높은 금리를 얼마나 오래 견딜 수 있는지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2분기 성장률과 소비가 동시에 큰 폭으로 상향 조정된 것은 현재 금리 수준에서도 미국 경제의 수요가 쉽게 꺾이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경기침체 위험이 낮아질수록 연준이 서둘러 금리를 낮춰야 할 이유도 줄어든다. 시장에서는 기준금리가 높은 수준에 장기간 머무는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을 다시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장기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연준의 통화정책만은 아니다. 미국 정부의 막대한 재정적자와 이에 따른 국채 발행 확대가 채권시장에 구조적인 공급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에 쏟아지는 국채를 소화하기 위해서는 투자자들에게 더 높은 수익률을 제시해야 한다.
여기에 AI 투자 경쟁이 새로운 자금 수요를 만들고 있다. 빅테크와 관련 기업들이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전력망 등 AI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면서 회사채 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 수요도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가가 향후 큰 폭으로 떨어지더라도 세계 각국의 정부 부채 증가와 사상 최대 규모로 진행되는 AI 인프라 투자가 채권금리를 높은 수준에 머물게 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미 정부와 기업이 동시에 채권시장에서 막대한 자금을 끌어가면서 투자자 자금을 둘러싼 경쟁이 심화하는 구조다. 국채 공급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까지 증가하면 투자자들은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게 되고 이는 장기금리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sjy@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