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80여 일 만에 부동산 세제 대응·재건축 신속 추진 성과
구청장 직속 ‘신화 TF’ 가동…103개 정비사업 공정 직접 관리
취득세 선제 환급·AI 행정 도입 등 생활밀착형 실용행정 강화
강남페스티벌 기간 3일로 축소…주민 불편과 행사 효과 함께 고려
[헤럴드경제=박종일 선임기자]김현기 강남구청장이 민선 9기 슬로건으로 내건 ‘강남을 활기차게, 구민을 신나게, 강남대전환’이 취임 80여 일 만에 구체적인 정책과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취임 전에는 다소 추상적으로 들렸던 슬로건이 부동산 세제 대응과 재건축 신속 추진, 주민 중심 세무행정,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업무 혁신 등으로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김 구청장은 정부의 8·3 부동산 세제개편안에 따른 주민 부담을 줄이고 지역 내 재건축 사업의 속도를 높이는 일을 강남구의 핵심 현안으로 정하고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세제개편 피해 줄여야”…주민 의견 1208건 정부 전달
강남구는 정부의 ‘2026년 세제개편안’과 관련해 구민 의견 1208건을 수렴했다. 이를 전문가 검토를 거쳐 6개 정책 건의사항으로 정리해 8월 19일 재정경제부에 제출했다.
구가 8월 12일부터 18일까지 접수한 의견은 종합부동산세 관련 918건, 양도소득세 관련 290건이다.
종부세와 관련해서는 세액 산정 때 공시가격에 적용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에서 70%로 높이는 방안에 대해 현행 수준을 유지하거나 단계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정책 건의에 그치지 않고 주민들의 세금 관련 궁금증을 해소하는 자리도 마련했다.
구는 9월 18일 오후 2시 강남구민회관 대강당에서 구민 500명을 대상으로 ‘부동산 세금 구민 설명회’를 개최한다.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8·3 세제개편안의 핵심 내용과 주민들이 알아야 할 대응 방안을 전문가들이 설명한다.
신청하지 않아도 더 낸 취득세 찾아서 환급
납세자가 관련 제도를 알지 못해 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선제적인 취득세 환급에도 나섰다.
구는 2023년 1월 1일부터 2025년 12월 31일까지 신고된 무상취득 사례 3981건을 전수 점검한다. 이 가운데 유사 부동산 가격을 기준으로 신고한 576건을 대상으로 신고자료와 이후 확인된 가격자료를 일일이 대조한다.
취득세를 더 낸 사실이 확인되면 납세자의 별도 신청을 기다리지 않고 구가 먼저 대상자를 찾아 환급 절차를 진행한다.
반대로 신고가격보다 높은 시가인정액이 확인돼 세금을 적게 낸 경우에는 수정신고 방법을 안내해 향후 가산세 부과와 민원 발생을 예방할 계획이다.
납세자의 권리 보호와 성실 신고 지원을 함께 고려한 적극행정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취임 첫날부터 재건축 속도전…구청장이 직접 ‘신화 TF’ 지휘
김 구청장의 재건축에 대한 의지는 취임 첫날부터 분명했다.
그는 제1호 결재로 ‘강남 재건축 신속화합 프로젝트’를 승인하고 구청장 직속 ‘신화 TF’ 단장을 직접 맡았다. 사업장별 현안을 보고받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장을 찾아 조합과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대표적인 성과가 은마아파트 재건축 사업시행계획인가다.
김 구청장은 9월 2일 은마아파트를 직접 찾아 사업시행계획인가서를 주민들에게 전달하고 조합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어 인가 이후의 조건 이행과 주요 공정, 관계기관 협의사항 등을 점검하는 실무 공정회의를 열었다.
인가를 내주는 것으로 행정의 역할을 끝내지 않고 착공까지 사업 전 과정을 지속해서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추진위원회 승인 30일에서 10일로 단축
재건축 행정절차도 크게 빨라졌다.
강남구는 일원한솔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승인서를 신청 접수 10일 만에 교부했다. 법정 처리기한인 30일보다 20일 앞당긴 것이다. 대치선경아파트 추진위원회 승인도 같은 기간 안에 처리했다.
구는 담당자가 차례로 서류를 검토하던 기존 방식을 여러 담당자가 동시에 살펴보는 ‘팀 단위 일체형 검토 방식’으로 바꿨다. 부서별 검토 과정에서 발생하던 대기시간을 줄여 처리 속도를 높였다.
은마아파트 사업시행계획인가 역시 신청 후 40여 일 만에 처리됐다.
단순히 공무원들에게 신속한 처리를 주문한 것이 아니라 업무 방식 자체를 바꿔 행정절차를 단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전문가 41명 지원단 출범…집무실에 103곳 현황판 설치
재건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전문적인 쟁점을 해결하기 위한 지원체계도 강화했다.
강남구는 7월 29일 정비사업과 법률, 건축, 도시계획, 세무·회계 등 각 분야 전문가 41명으로 구성된 ‘재건축 신속추진 전문가 지원단’을 출범시켰다.
지원단은 ‘신화 TF’ 산하에서 갈등 중재와 전문 자문, 대민 상담을 맡는다. 변호사와 법무사, 건축사, 감정평가사 등 전문가들이 주민과 조합을 대상으로 정비사업 관련 문제 해결을 돕는다.
9월 8일부터는 전문가 대면 상담도 주 1회에서 2회로 확대했다. 기존 목요일 상담에 화요일 세무·회계 특화 상담을 신설해 주민들이 복잡한 세금과 법률, 사업 절차를 전문가에게 직접 물어볼 수 있도록 했다.
김 구청장 집무실에는 지역 내 정비사업 103곳의 추진 상황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재건축 공정관리 현황판’도 설치했다.
구청장이 사업장별 진행 단계와 지연 원인을 직접 확인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곧바로 관련 부서에 대책을 주문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한 것이다.
재건축 아파트 상가 공실 해소에도 나서
강남구는 재건축 아파트 입주 이후에도 단지 내 상가가 장기간 비어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용도변경 절차 개선에도 나섰다.
그동안 재건축 아파트는 준공인가 이후 이전고시와 소유권 보존등기가 끝날 때까지 건축물대장이 만들어지지 않아 상가 용도변경이 제한됐다. 이 과정이 수개월에서 1년 이상 걸리면서 입주가 시작된 뒤에도 병원이나 학원 등 생활편의시설이 영업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구는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이전고시 전에도 단지 내 상가의 용도를 변경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개선할 계획이다.
재건축의 속도뿐 아니라 입주민과 상가 소유자가 겪는 현실적인 불편까지 살핀 조치다.
강남페스티벌 3일로 줄이고 주민 참여는 확대
‘구민을 신나게’라는 슬로건은 축제 정책에서도 구체화한다.
올해 15회를 맞는 강남페스티벌은 기존 영동대로 중심에서 도산대로 일대로 행사 공간을 넓힌다. 22개 동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첫 그랜드 퍼레이드를 중심으로 K-팝과 패션, 미식, 공연을 결합한 도심형 축제로 꾸민다.
낮에는 퍼레이드와 거리 프로그램, 밤에는 대형 콘서트를 열어 강남의 거리를 거대한 축제장으로 바꿀 계획이다.
다만 종전 4∼5일간 열던 행사 기간은 3일로 줄였다. 축제의 활기는 살리면서 교통 통제와 소음 등으로 인한 주민과 시민의 불편은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민원창구에는 법령까지 찾아주는 ‘AI 도우미’
행정 현장에는 인공지능을 도입했다.
강남구는 8월 20일부터 민원행정과 지방세 업무에 ‘AI 업무 어시스턴트’를 도입했다. 직원이 업무 관련 질문을 입력하면 구가 등록한 공식 행정자료에서 관련 근거를 찾아 답변하고 원문까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한 시스템이다.
담당자의 자료 검색 시간을 줄이고 민원 답변의 정확성과 일관성을 높이는 효과가 기대된다.
김현기 구청장의 취임 이후 행보는 ‘현장·속도·실용’으로 압축된다.
정부 세제개편안에는 주민 의견을 모아 정책 개선을 요구하고, 재건축은 행정절차와 검토 방식을 바꿔 속도를 높이고 있다. 더 낸 세금은 구가 먼저 찾아 돌려주고, 축제는 주민 참여를 확대하되 불편을 고려해 기간을 줄였다.
거물 정치인 보좌관을 16년 하고, 서울시의원을 16년, 게다가 서울시의회 의장까지 역임한 김현기 강남구청장.
취임 당시 선언에 머물렀던 ‘강남을 활기차게, 구민을 신나게, 강남대전환’이라는 슬로건이 생활 속 정책과 행정 성과로 하나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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