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무역사기 단속 강화에 과거 거래 재조사 우려
상하이·선전 상장사 중 환급 확인 기업 17곳 그쳐
환급액은 1억6000만달러…일부 기업 순익 ‘껑충’
거액 환급이냐 美 감시망 노출이냐…中기업들 딜레마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불법으로 징수한 관세를 돌려주고 있지만, 상당수 중국 기업들이 환급 신청을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당국이 무역 사기 단속을 강화하는 가운데 환급을 신청했다가 과거 수입 거래까지 검토 대상이 돼 꼬투리를 잡힐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반면 환급에 나선 일부 중국 기업은 수천만달러를 돌려받으면서 실적이 개선되는 뜻밖의 효과까지 누리고 있다.
2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닛케이아시아 취재를 인용해 전한 내용에 따르면 이날 오후 기준 상하이와 선전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가운데 미국으로부터 관세 환급을 받은 것으로 확인된 기업은 17곳에 그쳤다. 대부분 기술 관련 기업으로 이들이 돌려받은 관세는 합해서 약 1억6000만달러(약 2200억원)에 달한다.
미국에서는 지난 2월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부과한 관세에 법적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서 이미 징수한 관세를 기업들에 돌려주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중국 기업들은 환급 신청에 소극적인 분위기다. 미국이 최근 무역 사기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면서 환급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기업의 과거 수입 기록이 다시 검토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어서다.
관세를 돌려받으려면 과거 미국으로 보낸 제품의 가격과 원산지, 관세 납부 내역 등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과거 신고 내용까지 미국 세관의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부담이 일부 기업의 환급 신청을 가로막고 있다고 전해진다.
반면 환급 절차에 적극적으로 나선 기업들은 상당한 규모의 현금을 돌려받으면서, 기업 실적 개선이란 효과까지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오토바이와 오프로드 차량 등을 생산하는 저장CF모토파워는 중국 상장사 가운데 가장 많은 3860만달러(약 531억5000만원)를 환급받았다. 회사 측은 이번 환급으로 올해 순이익이 약 1억8300만위안(약 375억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순이익의 약 11%에 해당하는 규모다.
유통업체용 전자가격표시기 등을 생산하는 한쇼테크놀로지와 LED 디스플레이 제조업체 레야드옵토일렉트로닉도 각각 약 2000만달러(약 275억원)를 돌려받았다. 인터랙티브 디스플레이 업체 하이트비전은 지난달 중국 상장사 가운데 처음으로 미국 관세 환급 사실을 공개했다. 환급액은 400만달러(약 56억원)를 웃돌아 지난해 순이익의 절반을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제약업체 화하이제약도 1400만달러(약 193억원) 이상을 돌려받았으며 자동차 부품과 전자제품 업체 등도 잇따라 환급 절차를 밟고 있다.
관세 환급 규모가 기업 실적을 좌우할 정도로 커지면서 중국 기업들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수백만~수천만달러의 현금을 되찾을 수 있지만, 환급 과정에서 과거 대미 수출·수입 거래가 미국 당국의 강화된 감시망에 다시 노출될 위험도 있다.
특히 미 당국이 관세 회피를 위한 원산지 허위 신고나 제품 가격 축소 신고 등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어 기업들의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 관세를 돌려받기 위해 과거 거래 자료를 다시 제출했다가 예상치 못한 조사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계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대규모 관세 환급이 중국 기업들에는 뜻밖의 딜레마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거액의 관세를 돌려받아 당장 실적을 끌어올릴 것인지, 환급을 포기하고 미국 당국의 추가적인 거래 검증 가능성을 피할 것인지를 놓고 저울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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