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태 김해김 대표, 헤럴드경제 인터뷰
9월 3일 서울패션위크서 첫 단독 패션쇼
매출 연 5~6% 성장…B2C 매출 2배↑
한남·부산·파리 등 국내외 직영점 확대 목표
[헤럴드경제=홍석희·김서현 기자] “한국에만 있는 김해김이 아니라 세계 각 도시에 있는, 한국에서 시작한 세계인의 김해김이 되고 싶습니다”
김인태 김해김(KIMHEKIM) 대표가 창립 10년을 맞은 패션 브랜드 ‘김해김’의 다음 목표로 ‘한국형 명품’을 꺼내 들었다. 중국 중심의 패션 도매시장이 흔들리고 비슷한 시기에 출발한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문을 닫는 상황에서 해외 판로를 넓히고 소비자 직접판매(B2C)로 사업 구조를 바꾼 경험이 자신감의 배경이다.
지난 25일 서울 성동구 김해김 작업실에서 헤럴드경제와 만난 김 대표는 “2025년까지 2년 연속 매출이 5~6% 늘었고 B2C 매출은 두 배 이상 증가했다”며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노리고 출발했던 것과 도매시장 침체를 감지해 일찍 B2C로 전환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김해김은 서울 성동구에 법인을 둔 디자이너 패션 브랜드다. 여성복과 액세서리를 디자인·생산해 국내외에 판매한다. 매출은 약 50억원 규모다. 지난 2016년 김 대표 혼자 시작한 김해김의 직원은 현재 약 20명이다. 국내에서 제품을 생산해 해외로 수출하는 구조를 갖춘 뒤 2017~2019년 중국을 중심으로 성장했고 이탈리아·캐나다·일본 등으로 판로를 넓혔다. 2021년엔 법인으로 전환했고 현재는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와 신세계면세점 등을 운영하고 있다.
김 대표에게 아름다움의 출발점은 ‘꾸밈’이다. 김 대표는 “남과 다른 자신을 인식하고 내면을 외면으로 표현하는 것이 꾸밈이며, 이를 예술로 승화한 것이 장식예술”이라고 했다. 김해김의 대표 장식 소재인 ‘진주’는 이런 장식에 대한 철학을 상징한다. 김 대표는 “꾸밈이 곧 즐거움이기 때문에 김해김을 ‘삶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브랜드’라고 정의하고 싶다”고 전했다.
브랜드 이름에도 철학이 녹아 있다. 김 대표의 본관인 ‘김해 김씨’에서 이름을 따오고 김해를 중심으로 번성했던 가야의 장식예술과 장인정신을 뿌리로 삼았다. 김 대표는 “가야금이나 토기, 금관 등을 보면 가야는 장식예술에 일가견이 있던 곳”이라며 “2000년 전 장식예술에 대한 열정을 이어가고 싶었다”고 말했다.
올해는 처음 서울에서 패션쇼도 연다. 다음달 1~6일 열리는 ‘2027 S/S 서울패션위크’에 참여해, 3일 잠실에서 10주년 컬렉션 ‘서울 라이트(SEOUL LIGHT)’를 공개한다. 그동안 파리 등 해외 무대에 집중했던 김해김의 국내 첫 단독 쇼다.
김 대표는 “여러 도시를 다녀봤지만 서울만큼 역동적이고 열정적인 사람들이 모인 곳도 드물다”며 “이런 서울의 에너지를 ‘빛’으로 표현하는 동시에, 지난 10년간의 주요 디자인들을 선보이며 김해김의 가장 빛났던 순간들을 함께 담았다”고 설명했다. 김해김은 약 두 달에 걸쳐 이번 무대를 준비하는 중이다.
김 대표는 “파리와 밀라노, 도쿄를 돌아다니면서도 정작 가족과 한국, 서울 사람들에게 컬렉션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며 “서울에서 처음 쇼를 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우연한 사고도 예술이 된다…“매 순간 예민하게”
김 대표가 주목하는 디자인 영감은 예상하지 못한 순간 생겨나는 아름다움이다. 김해김의 상징인 진주가 대표적이다. 그는 “조개 안에 들어온 이물질이 상처를 만들고, 조개가 이를 감싸는 과정에서 아름다운 진주가 탄생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매 순간 예민하게 있으려고 노력해요”라고 말했다. 그는 책과 영화, 음악, 전시는 물론 직원들과의 대화와 농담에서도 아이디어를 얻는다. 한 번은 진주를 엮던 중 줄이 터져 수많은 진주가 바닥에 쏟아졌다. 김 대표는 “직원들과 진주를 한 알씩 주우러 다니는 상황이 재밌기도 했고, 잘 만들고 있던 작품이 우연한 실수로 해체되는 장면에서 아름다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 장면은 2023년 파리 런웨이의 진주 퍼포먼스로 이어졌다. 아뜰리에 팀원들이 진주로 만든 작품의 줄을 직접 잘라 무대 위로 진주를 쏟아냈다. 김 대표는 “반응도 좋았고 김해김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됐다”고 회상했다.
최근 디자인 키워드는 ‘밀리터리 프린세스’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운영하던 총포사에서 바비인형을 갖고 노는 자신의 사진에서 출발했다. 그는 “위협적인 총들로 둘러싸인 환경에서 예쁜 인형을 가지고 즐거움을 찾는 소년의 모습이 저와 김해김의 정체성을 잘 보여준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를 바탕으로 밀리터리 요소와 화려하고 여성적인 요소를 결합하고 있다.
“같이 시작한 브랜드들 문 닫았다” 글로벌·직영점 확대로 한파 딛고 ‘한국형 명품’ 꿈꾼다
사업이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브랜드의 성장을 이끌었던 글로벌 패션 도매시장도 흔들리고 있다. 김 대표는 “비슷한 시기에 시작한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같은 어려움을 겪다가 문을 닫았다”며 “중국에서 상표권 문제와 한한령이 겹치며 김해김도 2023년 매출이 줄었다”고 말했다.
김해김은 사업구조를 바꾸며 다시 성장세에 올라섰다.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해외 판로를 다변화하는 동시에, 도매 중심에서 소비자 직접 판매 중심으로 바꿨다. 김 대표는 “2025년까지 2년 연속 매출은 5~6% 늘었고 B2C 매출은 두 배 이상 증가했다”며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노리고 출발했던 것과, 도매시장 침체를 감지해 일찍 B2C로 전환한 것이 주요했다”고 설명했다.
한국 패션 브랜드의 성장을 위한 제언도 했다. 김 대표는 “샤넬이나 루이비통은 백화점에서 자연스럽게 접하지만 국내 브랜드는 소비자가 쇼룸까지 찾아가야 한다”며 “백화점 입점이나 팝업 공간 등 국내 브랜드를 선보일 수 있는 기회를 공공 차원에서 더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패션쇼와 쇼룸 때문에 1년에 다섯 번 정도 해외를 나가는데 20~30㎏짜리 드레스를 전부 비행기로 가져가야 한다”며 “현 정부도 K-컬처의 해외 진출을 강조하는 만큼 현지 활동에 반복적으로 필요한 항공·물류·체류비 지원도 강화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앞으로는 국내외 직영점을 늘릴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이르면 내년 한남에 직영점을 추가하고 부산 진출도 검토한다. 이후 파리·밀라노·뉴욕·도쿄·상하이 등에도 플래그십을 여는 것이 장기 목표다. 단순한 판매 매장이 아니라 장식예술과 김해김의 세계관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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