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한달 반만에 160원 급락
환율 급락에 서학개미 ‘환차손’ 겪어
“달러 쌀 때 美주식 사자” 저가매수↑
5대은행 달러예금 이달 10% 증가세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원/달러 환율이 11개월 만에 1300원대로 떨어지자 고환율 당시 미국 주식을 사들인 투자자들은 환차손을 겪고 있다. 이에 낮아진 환율에 달러를 추가로 사들이며 향후 환율 반등에 대비하고 있다. 5대 시중은행 달러예금 잔액은 최근 보름새 70억달러가량 증가했다.
▶美주식 올라도 환차손에 ‘마이너스’=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전 9시 57분 기준 1394.2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 주간 거래 종가(1397.7원·오후 3시 30분 기준)는 지난해 9월 29일(1398.7원) 이후 약 11개월 만에 1300원대로 내려왔다. 지난 7월 1일 장중 1559.2원까지 치솟았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한 달 반 사이 160원 넘게 떨어진 셈이다.
환율이 급락하자 서학개미들은 주가가 올라도 원화 기준 수익률은 깎이는 역설을 겪고 있다. 특히 환율이 1500원 웃돌던 시기에 미국 증시에 뛰어든 투자자라면 최근 주가 상승분의 일부를 환율 하락으로 반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 같은 미국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더라도 환헤지 여부에 따라 수익률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이달 들어 환율 변동 영향을 차단한 ‘TIGER 미국S&P500(H)’의 수익률은 1.95%로 플러스를 기록한 반면, 환율 변동에 그대로 노출되는 같은 유형의 환노출 상품은 마이너스(-0.24%)로 내려앉았다. 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이 원화 기준 수익률을 고스란히 끌어내린 것이다. 그럼에도 해당 환노출 상품의 순자산은 전체 ETF 증가액(6541억원) 2위를 기록할 정도로 투자자들은 오히려 저가 매수 기회로 삼고 있다.
실제 미국 주식 투자를 저울질해온 서학개미들에겐 환율 하락이 반가운 재료다. 같은 원화로 더 많은 달러를 살 수 있어 미국 주식의 실질적인 매수 비용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향후 원/달러 환율이 다시 오를 경우 주가 상승에 더해 환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투자 매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미리 사두자” 달러예금에 뭉칫돈=고환율에 미국 주식을 사들여 환차손을 본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낮아진 환율을 활용해 달러를 추가로 확보하려는 수요가 커지고 있다. 특히 미국 주식 적립식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환율이 낮아진 틈을 타 달러를 미리 사두거나 달러예금에 넣어 향후 환율 반등에 대비하는 식이다. 한국은행 역시 해외투자 수요가 환율 수준에 크게 좌우되지 않을 만큼 구조적으로 확대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은행권 달러예금에도 뭉칫돈이 몰린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은 지난 18일 기준 754억6300만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7월 말(685억5400만달러)보다 69억900만달러(10.1%) 늘었다. 개인과 기업 달러예금 고루 잔액이 증가했다. 특히 기업 달러예금은 이달 65억달러 넘게 몰렸다. 반도체 기업을 중심으로 수출이 늘며 수출대금이 쌓이고, 해외투자 수요도 커지면서 달러예금으로 자금이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당분간 추가 하락 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수출기업이 주주환원 확대를 위해 보유 달러를 원화로 환전할 가능성이 커진 데다 이달 말 법인세 중간예납을 앞둔 기업들의 환전 수요까지 맞물리면서다. 일부 조선사와 연기금을 중심으로 선물환 매도 물량이 늘어날 것이란 기대도 원화 강세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반도체 수출 호조 등에 힘입어 무역수지 흑자 폭이 크게 확대되면서 국내로 유입되는 달러도 늘고 있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세가 다소 진정된 점도 달러 수급 부담을 덜어주는 요인이다. 박상현 iM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국내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피로감을 느낀 투자자들이 미국 증시로 눈을 돌리는 상황”이라며 “환율 하락은 이런 움직임을 부추기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forest@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