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마취제 ‘에토미데이트’ 밀수 적발
자신은 투약 않고, 수익을 위해 범행
태국 사정 익히려 여자친구 사귀기도
무섭게 국내 침투하는 에토미데이트
“유통에 대한 가중처벌 근거 만들어야”
[헤럴드경제=이영기 기자] 최근 마약류로 지정된 수면마취제 ‘에토미데이트’. 과거 가수 휘성이 이 약물을 맞고 상가에서 쓰러진 채 발견되며 널리 알려진 약물이다. 이 약물을 대량으로 밀수한 일당이 경찰에 검거됐다. 일반인이었던 이들은 돈을 목적으로 밀수를 계획했다. 검거된 국내 총책 2명은 마약류 투약도 하지 않았다. 오로지 돈이 목적이었다. 이 과정에서 일당은 지인은 물론 여자친구까지 포섭해 밀수책으로 활용했고, 국내로 마약류를 들여와 유통했다. 일당은 이 같은 방식으로 10억원이 넘는 가액의 마약류를 유통하려다가 적발됐다.
강선봉 서울경찰청 마약수사대 1계장은 “에토미데이트를 해외에서 대규모로 밀반입해 국내에 유통한 3개 밀수·유통 일당과 판매책, 매수자 등 총 32명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혐의로 검거했다”며 “이들 중 13명은 구속돼 송치했다”고 밝혔다. 각 밀수 일당의 총책 3명도 구속된 채 검찰로 넘겨졌다.
경찰은 지난 2월 마약류로 전면 지정된 ‘에토미데이트’에 대한 강력 단속을 벌였다. 단속 과정에서 3개 일당을 적발했다. 수사팀은 이들의 범죄수익도 환수 및 압수 조치했다. 경찰은 이들이 범죄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 1억2000만원을 환수하고 시가 12억원에 상당하는 에토미데이트 2㎏을 압수했다.
오로지 ‘돈’만을 위해 마약류 밀수
일당은 철저히 돈을 위해 움직였다. 평범한 일반인이 범죄 수익을 목적으로 마약 밀수를 계획했다. 특히 각 일당 총책 A와 B씨는 자신은 투약도 하지 않으면서 에토미데이트를 들여와 국내에 유통할 계획을 꾸몄다.
에어컨 설치기사였던 30대 A씨는 태국에서 마약상으로 활동 중인 친척 동생에게 넘어갔다. A씨는 ‘에토미데이트 밀수가 돈이 된다’는 유혹에 넘어가 지난 6~7월 지인을 밀수책으로 포섭해 2회에 걸쳐 에토미데이트 1㎏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밀수했다.
A씨 일당은 액체인 에토미데이트를 화장품 용기에 감춰 들어왔다. A씨는 현지에서 800만원에 에토미데이트 1㎏을 구매했다. 이를 국내에 들여와 소분 후 판매하면 수익은 6억원에 달한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은 A씨에게 에토미데이트를 공급한 내국인 마약상에 대해 인터폴 적색수배를 내렸다.
40대 B씨는 외부의 포섭도, 마약류 중독도 없었다. 오로지 범죄 수익을 목적으로 움직였다. B씨는 태국으로 넘어가 태국인 여자친구를 사귄 후 현지 사정을 익혔다.
B씨는 지난 1월 태국과 한국을 오가는 보따리상인 태국 국적 여자친구와 택배기사인 지인에게 범행을 제안했고 에토미데이트 500㎖를 섬유유연제 팩에 숨겨 태국에서 인천공항으로 밀수했다.
베트남 국적으로 선원 생활을 하던 C씨는 선원을 그만두고 불법체류를 하던 중 범죄를 계획했다. C씨는 지난 3월 텔레그램 등으로 알게 된 해외 마약상의 지시를 받아 움직였다. 보따리상을 섭외한 후 내용물을 밝히지 않고, 식료품 상자 운반을 지시했다.
C씨는 이 같은 수법으로 베트남에서 인천공항으로 에토미데이트 1㎏을 들여와 전자담배 카트리지에 1~1.25㎖로 소분했다. 소분한 카트리지는 드라퍼(던지기책)를 통해 대구와 경북 경산 등으로 유통됐다.
경찰에 따르면 A·B·C씨 등 3명 모두 마약 전과가 없고, 돈벌이를 목적으로 마약을 밀수하고 유통한 것으로 확인됐다.
스멀스멀 국내 침투하는 ‘에토미데이트’
지난 2월 마약류로 지정된 에토미데이트는 보다 교묘한 수법으로 유통되고 있다. 과거에는 제약사가 정식으로 제조한 ‘주사제 앰플’ 형태로 유통됐지만 전자담배 형태로 변모했다.
강선봉 계장은 “이번에 적발된 에토미데이트는 모두 해외에서 밀수한 원액을 전자담배 액상 카트리지에 담아 유통하는 등 그 수법이 교묘하게 변형됐다”고 설명했다.
에토미데이트는 남용 시 ▷급격한 혈압 저하 ▷심박수 이상 ▷사망 등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한 약물이다. 그러나 최근 아시아 전역에서 불법적 유통이 늘고 있다. 강 계장은 “중국과 대만 등에서 유행하며 심각한 사회 문제를 일으킨 유통 수법이 국내에도 본격적으로 침투하려는 단계”라며 “강력하고 선제적인 단속과 규제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에토미데이트의 국내 침투 동향이 확인되는 골든타임인 만큼 조기에 가중처벌의 근거 마련도 요구했다.
현행법상 에토미데이트에 대한 마약류관리법의 ‘특정범죄 가중처벌’은 수출입·제조에 제한됐다. 이를 국내에 대규모로 유통하는 행위를 가중 처벌할 근거가 없는 상황이다. 이에 경찰은 최근 가중처벌 근거 마련을 위해 법무부에 입법 개선을 공식 요청했다.
강선봉 계장은 “앞으로 액상형 신종 마약류가 국민의 일상으로 깊숙이 침투하는 것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세관 등 유관기관과 긴밀하게 협력하겠다”며 “국경 단계의 밀수입부터 국내 유통망까지 강력한 단속을 이어나갈 방침이다”라고 했다.
20ki@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