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한 정책 경쟁으로 ‘38석 한계’ 넘겠다”
정쟁보다 정책, 구호보다 성과, 이념보다 민생
주택 공급 확대, 주거 사다리 복원을 최우선 과제로
현장 중심 원내 운영…실용정치로 시민 체감 성과 창출
[헤럴드경제=양정원 기자] 서울시의회에서 38석을 확보한 국민의힘이 수적 열세를 정책 경쟁력으로 돌파한다는 원내 운영 구상을 내놨다. 강경한 대치나 정치적 구호보다 객관적인 근거, 정교한 정책 대안,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로 다수당과 경쟁하겠다는 전략이다.
김길영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대표의원(강남6)은 18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12대 서울시의회 국민의힘의 운영 원칙을 ‘실사구시’로 규정했다. ‘시민의 삶을 바꾸는 실용정치, 미래를 준비하는 책임정당’을 목표로 진영 간 대립보다 민생 현안을 해결하는 데 당의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구상이다.
국민의힘은 12대 서울시의회에서 38석을 가진 소수여당이 됐다. 김 대표의원은 의회의 의사결정이 최종적으로 표결을 통해 이뤄지는 만큼 의석수의 한계를 피할 수는 없지만 합리적인 대안, 객관적인 수치, 충실한 데이터로 야당과 시민을 설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국회에서 통계청장 출신 유경준 전 의원과 함께 일한 경험도 그의 정치 방식에 영향을 미쳤다. 이념이나 구호에 의존하는 주장보다 통계와 근거를 갖춘 논리가 정책의 신뢰도를 높이고 시민의 공감을 얻는 데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정쟁보다 정책, 구호보다 성과, 이념보다 민생이라는 원칙으로 국민의힘을 이끌겠다”며 “숫자로만 맞설 수 없는 소수여당인 만큼 더 치열하게 공부하고 정교한 정책으로 시민의 선택을 받겠다”고 말했다.
“주택 공급 늘리고 주거 사다리 복원해야”
서울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민생 현안으로는 부동산 주거불안을 제시했다. 고물가와 경기 둔화 등 경제 상황도 엄중하지만 서울시민이 일상에서 느끼는 가장 큰 부담 가운데 하나가 주거 문제라고 했다.
이에 국민의힘 원내대표단의 최우선 과제를 주택 공급 확대와 주거 사다리 복원으로 설정했다.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가로막는 불필요한 규제를 손질하고 복잡한 행정 절차를 줄여 도심 내 주택 공급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년, 신혼부부, 무주택 서민을 위한 장기전세주택 등 공공주택 공급과 생애주기별 맞춤형 지원도 함께 확대할 방침이다. 정비사업을 통한 민간 공급, 공공주택 확충, 수요자별 지원책을 균형 있게 추진해 시민이 다시 내 집 마련의 희망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고 했다.
김 대표의원은 부동산 정책의 최종 목표는 규제 자체가 아니라 시장 안정, 시민 주거 안정에 있어야 한다고 봤다. 충분한 물량을 지속적으로 공급해 수급 불안을 완화하고, 무주택자가 주거 수준을 단계적으로 높일 수 있는 기반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시계획균형위원장을 지낸 경험을 토대로 부동산 규제 역시 지역 여건에 맞게 세밀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토지거래허가제의 경우 개발사업과 연관성이 높은 구역을 선별해 적용하는 ‘핀셋 접근’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법정동 전체를 일괄적으로 묶으면 사업 대상지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주민, 주택, 상권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청년 일자리, 저출생, 교통 문제도 주거정책과 맞물린 서울의 구조적 과제로 진단했다. 일회성 현금 지원에서 벗어나 청년이 서울에서 안정적으로 일하고 거주하며 가정을 꾸릴 수 있는 생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해 양질의 민간 일자리를 늘리고 공공 돌봄, 보육 기반도 촘촘하게 확충해야 한다고 봤다. 교통정책은 단순한 이동 편의 개선을 넘어 직주근접을 실현하고 출퇴근에 드는 시간, 경제적 비용을 낮추는 방향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시정 성공 뒷받침하되 견제 책임도 충실
오세훈 서울시장과 집행부를 대하는 원칙으로는 ‘협력하되 견제하는 책임여당’을 내세웠다. 여당이라는 이유만으로 집행부의 모든 정책과 사업에 동의해서는 안 되며, 무비판적인 태도는 행정의 긴장감을 떨어뜨리고 관행적인 업무 처리를 초래할 수 있다고 봤다.
서울시정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동시에 사업 타당성, 재정 건전성, 예산 집행의 효율성을 엄격히 검증하는 것도 여당의 책임이라는 설명이다. 시민에게 필요한 정책은 적극 지원하되 문제가 발견된 사업은 원인을 분명히 짚고 개선책을 요구하는 건강한 당정 관계를 정립하겠다는 방침이다.
여야 협치의 판단 기준으로는 시민의 이익을 제시했다. 민생과 직결된 사안에서는 당리당략을 내려놓고 충분한 대화와 조정을 거쳐 접점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다만 다수당이 의석수를 앞세워 민생예산이나 주요 조례안의 처리를 지연하거나 합리적인 대안을 외면할 경우에는 정책적 근거와 시민 여론을 바탕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김 대표의원은 12대 서울시의회 원 구성이 예상보다 빠르게 마무리된 배경에도 여야의 양보와 신뢰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과의 협상을 통해 상임위원장 세 석과 2년 차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확보했다.
특히 의장단 선거를 협상 수단으로 활용해 의회 출범을 지연시키기보다 법과 원칙에 따른 절차를 존중하고 원 구성을 신속하게 마무리하는 것이 시민에 대한 도리라고 판단했다.
국민의힘이 맡은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환경수자원위원회, 도시계획균형위원회의 역할도 비중 있게 평가했다. 각 위원회가 TBS, 한강 정책, 종묘·세운상가 일대 개발 등 서울의 핵심 현안과 맞닿아 있는 만큼 상임위원장 자리의 개수보다 소관 분야에서 얼마나 책임 있는 대안을 제시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장에 답 있다…글로벌 경쟁력, 의회 전문성 강화
김 대표의원은 서울의 중장기 경쟁력을 좌우할 과제로는 인구 감소 대응, 글로벌 인재 유치를 제시했다. 그는 11대 서울시의회 후반기 도시계획균형위원장 재임 당시 서울 도시계획의 주요 방향 가운데 하나로 ‘커넥팅’을 제안한 바 있다.
커넥팅은 도로와 철도 등 물리적인 공간을 잇는 개념에서 나아가 세대와 세대, 내국인과 외국인, 주거와 일자리, 문화와 산업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도시를 만들자는 의미다.
서울이 세계 주요 도시와 경쟁하려면 해외 우수 인재가 일시적으로 방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안정적으로 정착해 일하고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춰야 한다고 봤다. 주거, 교육, 의료, 문화, 행정서비스 전반을 국제도시의 위상에 맞게 개선하고 다양성을 도시 성장의 동력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지방의회의 전문성 제고도 원내대표단의 주요 과제다. 정책지원관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고 예산, 입법, 정책 분석 체계를 고도화해 의원들의 의정 역량을 집행부와 대등한 수준으로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서울시 예산과 사업의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정책 구조도 복잡해지는 상황에서 의원 개인의 역량에만 의존해서는 충실한 감시와 대안 제시가 어렵다는 판단이다. 전문인력, 정책자료, 데이터 분석을 체계적으로 지원해 의회의 견제 기능과 입법 품질을 함께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의원은 향후 원내대표단의 핵심 메시지로 ‘시장이 답이다’를 제시했다. 서울시장을 의미하는 동시에 시민의 삶이 펼쳐지는 전통시장과 민생 현장에 해법이 있다는 뜻을 담은 중의적 표현이다. 정책의 출발점을 행정기관이 아닌 시민의 생활 현장에 두고, 상인과 주민의 목소리를 시정에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은 ‘실무형 정책 전문가’로 압축했다. 화려한 정치적 수사보다 제도를 세밀하게 정비하고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해 시민의 생활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정치를 지향한다고 했다.
그는 임기를 마쳤을 때 국민의힘이 정쟁에 매몰된 소수여당이 아니라 서울의 미래를 충실히 준비하고 시민의 삶을 개선한 책임정당으로 평가받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7toy7@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