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증가율 목표 1.5%→3.0%…은행별 총량 한도 확대
주담대 증가 1.1조원 그친 반면 ‘빚투’ 기타대출 4.7조원 급증
추가 공급 규모는 은행별 배분·기타대출 상환 여부가 변수
[헤럴드경제=이정환 기자] 금융당국이 올해 가계부채 총량 증가율 목표를 두 배로 높이면서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공급 여력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확대된 한도를 주담대에 집중적으로 배분할 경우 5대 은행에서 산술적으로 최대 7조5000억원가량의 추가 여력이 생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5대 은행의 지난 13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정책성 대출을 제외하고 650조774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644조9700억원보다 5조8047억원 증가했다.
5대 은행이 올해 초 금융당국과 협의해 설정한 연간 가계대출 증가 목표는 4조3363억원이다. 현재 잔액은 이미 목표를 1조4684억원 넘어섰다.
연말까지 약 4개월이 남은 시전에 연간 목표를 초과한 은행들은 대출 한도 축소와 대출모집인 채널 차단, 비대면 신규 대출 중단 등 강도 높은 총량관리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대출 접수가 시작되자마자 신청자가 몰리는 ‘오픈런’ 과 새벽시간 ‘광클’현상까지 나타났다.
대출별로 보면 전체 가계대출 증가세를 끌어올린 것은 주담대다 아니라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이었다.
5대 은행의 지난 13일 주담대 잔액은 492조1689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조1175억원 늘었다. 개별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 이주비·중도금·잔금대출 등 집단대출이 모두 포함된 수치다.
올해 주담대 연간 증가 목표는 1조7016억원이다. 실제 증가액은 목표를 5841억원 밑돌아 비교적 안정적으로 관리됐다. 은행들이 한도를 줄이고 모집인·비대면 채널을 제한한 결과로 분석된다.
반면 기타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보다 4조6873억원 급증한 158조6058억원을 기록했다. 연간 증가 목표인 2조6347억원을 2조526억원 초과했다. 기타대출 잔액은 주담대의 약 3분의 1이지만 올해 증가액은 주담대의 네 배를 웃돌았다.
주가 상승기에 마이너스통장과 신용대출을 활용한 ‘빚투’ 수요가 몰린 영향이 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빚을 내 주식에 투자했다가 주가 하락으로 상환하지 못한 사례가 많다”며 “기타대출 잔액이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한 뒤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에 따라 가계부채 총량 증가율 목표를 지난해 말 대비 1.5%에서 3.0%로 높이면서 추가 대출 여력을 신용대출보다 실수요 목적의 주담대에 우선 배분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14일 “이주비와 중도금, 잔금대출 등 실수요 목적의 자금이 적시에 차질 없이 공급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달라”고 금융권에 당부했다.
은행연합회도 주택 공급 관련 자금 지원은 강화하되 신용대출에 대한 자율적인 관리 기조는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5대 은행의 연간 가계대출 증가 목표가 기존 4조3363억원의 두 배인 8조6726억원으로 늘고 이를 주담대 공급에 최대한 활용한다고 가정하면, 현재까지의 주담대 증가액 1조1175억원을 제외한 7조5551억원의 여력이 생긴다는 계산이다.
다만 7조5551억원은 확대된 총량을 주담대에 전액 활용한다는 전제에 따른 최대 추산치다. 올해 이미 4조6873억원 늘어난 기타대출이 현재 수준을 유지하면 실제 추가 공급 여력은 이보다 줄어든다. 금융당국의 은행별 한도 배분과 기타대출 상환 규모가 최종 주담대 공급액을 좌우할 전망이다.
최근 주식시장 조정으로 신용대출 증가세가 꺾인 점은 주담대 여력 확대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5대 은행의 지난 13일 신용대출 잔액은 109조7664억원으로 7월 말보다 131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 5월과 6월 각각 2조원 넘게 증가했던 것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사실상 멈춘 수준이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구체적인 총량 목표는 금융당국과의 협의를 거쳐 조만간 결정될 예정”이라며 “실수요자는 물론 주담대 목표를 크게 초과한 은행들도 대출 운용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attom@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