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대표 피해 지역 화곡동도 ‘매물 부족’

임대차3법 도입 때보다 높은 전세수급지수

반전세 보편화로 임차인 주거비 부담 커져

10일 오후 찾은 서울 강서구 화곡동 빌라촌. 윤승현 기자
10일 오후 찾은 서울 강서구 화곡동 빌라촌. 윤승현 기자

“오늘만 손님 셋이 전세 찾으러 왔다가 집 구경도 못 하고 돌아갔어요. 다른 부동산도 돌다 왔다는데, 이 동네 물건 없어진 게 하루이틀 일 아니거든요.”

서울 강서구 화곡동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

[헤럴드경제=윤승현·김희량 기자] 임대차 매물 부족이 지속되자 과거 대규모 전세사기로 침체했던 서울 강서구 화곡동 빌라 시장에도 임차 수요가 몰리고 있다. 현장에서는 전세가에 월세가 추가로 붙은 반전세 매물도 나오는 족족 거래가 성사되고 있었다.

지난 10일 오후 찾은 서울 강서구 화곡동 일대 공인중개업소는 입을 모아 전세 매물이 거의 없다고 전했다. 이날 공인중개사무소 수십 곳을 살폈지만 매물 전단은 보이지 않았다. 강서구 화곡동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전세 물량이 확 끊겼다”며 “매물 나오면 연락 달라는 분도 두세 명 있는데, 지금은 찾아오는 손님한테 보여 줄 집도 없다”고 말했다.

전세 매물 기근과 대출 규제의 풍선효과는 화곡동 빌라촌까지 닿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서남권 연립·다세대주택 전세수급지수(6월 기준)는 111.4다. 전세수급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이를 웃돌수록 전세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의미다. 이 지수는 임대차3법 도입으로 극심한 전세난이 발생한 지난 2020년 11월에도 106.9 수준이었다. 110을 넘겼던 건 저금리와 재개발 이주 대란이 있던 2015~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볼 수 있다.

매물에 비해 수요가 넘치다 보니 대기줄도 생겼다. 강서구 화곡동 C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세입자들이 더 급한 상황이라 전세 대기 문의만 20명을 넘겼다”고 말했다. 이어 “신축 빌라는 7층부터 13층까지 모든 매물이 한두 달 안에 전부 나갈 정도로 속도가 빠르다”며 “전세가 하도 안 구해져 매매로 계약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 가운데, 화곡동 집주인 사이에선 반전세 전환이 ‘뉴노멀’로 자리 잡았다. 지난 2023년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전세사기 방지를 위해 전세보증보험 가입 요건을 공시가격의 126%로 강화하자, 임대인들은 그 차액을 월세로 충당했다. 월세는 방 크기나 컨디션에 따라 20~30만원에서 50만원까지도 붙는다.

실제로 강서구 화곡동의 더-라온(빌라) 29㎡는 작년 8월 전세가 1억6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올해 7월에는 보증금 1억6000만원에 월세 24만원이 붙은 반전세 형태로 나갔다. 강서구 화곡동 D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보험이 돼야 세입자가 들어오니 집주인들은 반전세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며 “지금은 기존 전세 매물의 90%가 (반전세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반전세 매물도 빠르게 나가긴 마찬가지다.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반전세도 괜찮은 매물은 3~4일 만에 나가고, 아무리 길어도 2~3주면 다 거래된다”고 귀띔했다. A대표도 “워낙 물건이 없으니 손님들도 조건이 조금만 맞으면 금방 거래하려 한다”고 말했다.

자연스레 전월세 가격은 밀려 올라가고 있다. 서울 서남권 연립·다세대주택 평균전세가격은 약 1억9268만원(한국부동산원, 6월 기준)으로 1년 전(1억8648만원)보다 약 3.3% 올랐다. 동기간 평균월세가격도 54만원에서 57만1000원으로 약 5.7%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명확한 공급 대책이 유일한 해답이라 강조했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차선의 선택이 최선이 된 상황”이라며 “전세난이 심각하다 보니 젊은 층이 전세사기 위험과 비아파트라는 점을 감수하면서까지 빌라를 찾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번 공급 대책에서 구체적인 로드맵이 나오지 않으면 시장은 (정책 의도와 달리) 거꾸로 움직일 것”이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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