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억 이하 주금공 보증 상품도 규제

상반기 잔액 7000억 늘어 대출 압박

노후 안전망 목적…당국 “완화 검토”

12억원 이하 서민형 주택연금까지 일반 가계대출과 똑같은 잣대로 총량 규제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은행에서 올해 상반기에만 7000억원에 달하는 주택연금을 내줬다. 이 자금이 대출 총량 한도를 소진시키면서 추가적으로 나갈 수 있는 가계대출 상당 부분이 막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고령층 생계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국가 보증 상품에 한해서는 대출 규제를 완화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택연금 신규 취급 건수는 총 7196건으로 반기 기준 처음으로 7000건을 돌파했다. 이는 직전 반기(5702건)와 비교해 26.2% 늘어난 수치다. 정부가 월 수령액 인상, 초기보증료 인하, 실거주 의무 예외 확대 등을 통해 가입 여건을 개선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주택연금은 공시가격 12억원 이하 주택 소유자가 집을 담보로 평생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국가가 보증하는 제도다. 가입자가 주택을 담보로 제공하면 한국주택금융공사(HF)는 보증서를 발급하고 은행은 그 보증서를 바탕으로 가입자에게 매달 돈을 지급하는 구조다. 은행 입장에서는 가입자에게 매달 ‘마이너스통장’처럼 돈을 빌려주는데, 가입자가 사망한 뒤 쌓인 대출금을 주금공에 청구해 정산받게 된다.

주택연금의 경우 형식상 주택담보대출 구조를 취하고 있지만 사회안전망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획일적인 총량 관리가 적정한지 검토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6월 말 기준 주택연금 누적 취급 잔액은 9조108억원으로 지난해 말(8조3206억 원)보다 6902억원 증가했다. 2023년 이후 가장 큰 반기 증가폭이다. 주택연금은 전체 가입자가 늘수록 매월 지급되는 누적 연금액이 점점 쌓이며 커지는 구조여서 은행권의 관련 잔액 증가세는 앞으로도 지속해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만한 점은 주금공 보증을 바탕으로 은행이 집행하는 주택연금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 대상에 그대로 합산된다는 점이다. 상반기 중 5대 은행이 주택연금으로 내준 약 7000억원이 각 은행의 연간 가계대출 한도에 반영됐고 그만큼 일반 대출 공급 여력이 줄었다는 얘기다.

지난 23일 기준 5대 은행이 초과한 연간 가계대출 총량 목표액은 약 2300억원 수준이다. 주택연금 증가액만 이 초과분의 세 배에 달한다. 고령층 노후 자금으로 지급된 돈이 전체 가계대출 한도 관리에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은행권은 주택연금을 가계대출 총량 규제 대상에서 제외해 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주택연금이 대출 형식을 취하나 본질은 고령층의 자산 유동화를 통한 노후 생계 지원에 가깝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서민·취약계층의 자금 절벽을 막기 위해 햇살론, 새희망홀씨 등 정책서민금융 상품이나 민간 중금리 대출에 대해서는 가계대출 관리 실적 집계에서 예외를 인정해 주고 있다. 유사한 목적성을 띤 주택연금만 총량 관리에 묶어두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주택연금의 경우 차주 단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산정 대상에서는 제외돼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주택연금은 은행 재원으로 나가지만 노년층의 노후 안정성을 위한 상품”이라며 “지급액이 누증적으로 증가하는 구조적 특성상 가계대출 총량을 크게 늘리는데, 이를 통상의 가계대출과 동일하게 묶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토로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주택연금도 대출의 하나로 총량 관리 대상에 포함된다”면서도 “관련 문제 제기가 있었고 아예 틀린 얘기는 아니라서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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