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하면서 최근 폭락한 주가가 상승 동력을 되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일단 시장은 ‘실적’보다 ‘향후 업황’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다. 30일 장 초반 실적 발표 직후 올랐던 주가는 상승 폭을 모두 반납한 뒤 하락세로 돌아섰다.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피크아웃(고점 통과) 우려는 과도하다며 매수 의견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물가와 금리, 중국 변수, 수급 부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목표주가는 잇따라 낮추고 있다. 성장성은 여전하지만 당분간 주가 상방은 제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64% 오른 21만4000원으로 개장한 뒤 21만7000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하락 전환했고, 현재는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 흐름은 실적과는 정반대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매출 171조5000억원, 영업이익 89조5000억원을 기록했다고 이날 공시했다. 영업이익과 매출 모두 역대 분기 최대 실적을 3분기 연속 경신했다.
특히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이 89조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전체 영업이익의 약 99.7%를 책임졌다. AI 메모리 수요 확대와 고부가 제품 판매 증가가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주가가 힘을 받지 못하는 것은 시장의 관심이 이미 ‘현재 실적’이 아닌 ‘내년 이후 실적’으로 옮겨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낸드 가격 둔화 가능성과 중국의 반도체 장비 국산화, 미국 통화정책 불확실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향후 이익 증가세가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되고 있다.
수급 부담도 변수다. 최근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집중됐던 20만원 안팎이 심리적 지지선으로 인식되고 있는데, 이 구간이 흔들릴 경우 손실 구간에 진입한 개인 투자자의 매물이 추가로 출회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증권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단기적으로는 금리와 물가, 중국 변수 등 대외 불확실성을 반영해 목표주가를 잇달아 낮추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 의견은 ‘매수’를 유지하면서도 목표주가를 기존 55만원에서 37만원으로 33% 하향 조정했다. 낸드(NAND) 계약가격 하락 전망에 더해 중국의 노광장비 국산화 이슈가 업종 전반의 밸류에이션 부담을 키웠다는 설명이다.
다만 현재 주가 수준에서는 과도한 낙폭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미래에셋증권은 현재 주가 기준 2026년 예상 배당수익률이 5%를 웃도는 등 배당 매력이 크게 높아졌고, 실적 개선세가 이어질 경우 주가 재평가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주가 낙폭은 과도해 보이나 목표주가 조정은 불가피하다”며 “이제는 높아진 수익성을 주주가치로 연결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성장의 지속성이 숫자로 확인되기까지의 공백기에 주주환원 확대와 신규 비전 제시가 이뤄진다면 기업의 비전과 투자자들의 눈높이를 일치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날 실적을 발표한 SK하이닉스도 비슷한 분위기다. 신한투자증권은 목표주가를 420만원에서 270만원으로, 키움증권은 260만원에서 220만원으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NH투자증권과 대신증권도 각각 340만원, 320만원으로 목표주가를 낮췄고 삼성증권 역시 35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내렸다.
투자의견은 대부분 ‘매수’를 유지했다. 메모리 업황에 대한 우려와 밸류에이션 조정이 목표주가 하향의 배경이지만, 현재 주가는 상당 부분 악재를 반영한 과매도 구간이라는 판단이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증가에 따른 실적 성장세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분석이다.
일부 증권사는 오히려 낙폭을 매수 기회로 판단했다. 한국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기존 380만원에서 470만원으로 상향 조정하며 2분기 실적 부진은 출하 시점이 일부 이연된 영향일 뿐 수요 둔화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3분기부터 디램 가격 상승과 AI 메모리 수요 확대가 다시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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