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 갈현동 서부터미널 뒷쪽 골목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오래되고 낡은 단층건물의 작은 가게가 보인다. 불광 대장간이라는 작은 간판을 내건 가게가 있다. 이곳은 반세기동안 한번도 꺼지지 않는 화덕이 하나가 있다. 일흔을 넘긴 아버지 박경원(76)씨 와 아들 박상범(45)씨가 뜨거운 쇳덩이를 달구고, 두드리고, 식히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두 부자가 작업을 할 때는 많은 말이 필요 없다. 최소한의 눈짓과 손짓만으로 최고의 호흡을 자랑하며 화덕 앞에 선 부자는 그렇게 철을 두들기면서 말없는 대화를 한다. 이 곳 불광 대장간에서는 전통방식을 고수하며 시뻘겋게 달궈진 쇳덩어리를 모루 위에 올려놓고 매질하는 방식을 고수하며 망치와 도끼·호미·낫·쇠시랑 같은 농기구를 만든다.
서울에서 누가 이런 물건을 쓰나 싶겠지만, 아주머니가 화단 손질한다며 호미를 사가고, 중년 남성이 장작을 패기위해 튼실한 도끼를 사간다. 60년 넘도록 서울 한복판에서 가업을 잇고 있는 대장간. 특히 전통방식을 고집하며 긴 명맥을 이어가는 곳은 흔치 않다.
박원경씨는 “손으로 만들어야 사람 손에 꼭 맞는 연장을 만들 수 있고 단련된 연장은 기계로 찍어낸 공구보다 수명도 훨씬 길어. 물건의 진가를 알아보는 석공들이 더 찾지”라며 쉼 없이 손을 놀렸다.
첨단기술과 스마트폰이 선도하는 디지털시대이다. 이런 시대에서 아날로그적 감성이 가득한 대장간에서 만든 물건을 누가 사갈까? 대량생산과 인스탄트형 물건을 자주 사고 또 쉽게 버리는 요즘, 뜨거운 화덕 앞에서 묵묵하게 빚어내는 대장간의 도구들은 한번 사용해본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묘한 매력이 있다. 느낌을 아는 단골고객이 아직까지 이 대장간을 존재하게 하는 이유이다. 그래서 오늘도 대장간은 불길을 꺼뜨리지 않고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과 발길을 끌어 모은다.
글·사진=윤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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