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없는 검찰개혁을 반대하는 피해자들과 변호사들’ 기자회견

‘피해자 없는 검찰개혁을 반대하는 피해자들과 변호사들’이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의종 기자
‘피해자 없는 검찰개혁을 반대하는 피해자들과 변호사들’이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의종 기자

[헤럴드경제=최의종 기자] 오는 10월 검찰청이 폐지되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이 신설되면서 국회에서 형사소송법 개정 논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강력범죄 사건 피해자들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검찰개혁 과정에 피해자 목소리가 빠졌으며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가 피해자를 위한 방향과는 다르다고 목소리를 냈다.

‘피해자 없는 검찰개혁을 반대하는 피해자들과 변호사들’은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또 피해자 없는 검찰개혁,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가’라는 제목의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 단체는 주요 형사사건 피해자들과 변호사들로 구성됐다.

이날 현장에는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피해자 김진주(필명)씨와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유족 등이 자리했다. 세종 집단 성폭행 사건 피해자 정연수(가명)씨 등의 증언은 사회자 대독으로 공유됐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은 지난 2022년 5월 새벽 부산에서 귀가하던 여성을 가해자 남성이 뒤따라가 돌려차기로 뒷머리 부분을 가격한 뒤, 피해자가 쓰러진 뒤에도 폭행을 가하고 폐쇄회로(CC)TV 사각지대로 이동해 성폭력을 시도한 뒤 도주한 사건이다.

당초 경찰은 중상해 혐의로 이씨를 검찰에 넘겼으나 검찰은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이씨는 1심에서 징역 12년을 받았는데, 검찰이 이후 2심 과정에서 성폭력 범죄를 시도한 단서를 찾아내 강간살인미수로 인한 성폭력처벌법 위반(강간 등 살인) 혐의를 추가하면서 공소장을 변경했다.

서현역 사건은 최원종이 2023년 8월 경기 성남 서현역 인근에서 차량을 몰고 인도로 돌진해 5명을 치고 백화점 안으로 들어가 9명에게 흉기를 휘두른 사건이다. 차에 치인 2명이 숨졌고 나머지 12명은 부상을 입었다. 최씨는 2024년 11월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피해자들은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검찰개혁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실체적 진실에 좀 더 다가갈수 있도록 검사의 보완수사권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는 “경찰은 중상해로 송치했고 나중에 사건을 검색해보니 살인미수로 바뀌었다”라며 “피해자가 없는 검찰개혁은 반대한다. 검찰이 없으면 그 피해가 어떻게 될까”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제가 만난 검사는 쌓인 업무를 해치워야 하는 평범한 국민이었다. 검찰은 제게 몇 번이나 물어보고 기회를 줬다. 검사들은 본인이 하지 않은 잘못도 고개를 숙였다. 앞으로 검찰이 없다면 피해자는 그저 참고인일 뿐”이라며 “검찰이 좋고 경찰이 싫어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서현역 사건 피해자 유족들은 경찰뿐 아니라 검찰도 사건 진행 상황 등 공유가 부족했다고 목소리를 냈다. 유족은 “피해자들은 수사 내용은 들을 수 없고 법원에 방청할 자격만 있다. 검찰은 어떻게 기소했는지 공소장 내용조차 설명해주지 않았다”라며 “경찰이 현장 영상을 확보하지 못했을 때 아이 아빠가 직접 확보해 제출했다”라고 했다.

서현역 사건의 다른 유족은 “검찰개혁이 무조건 검찰 권한을 뺏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피해 회복을 염두에 둬야 한다”라며 “처분 전 피해자 측이 의견을 제출할 기회 등 참여권이 확대되는 방향으로 검찰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모든 자료가 비밀이라고 알 수 없는 일은 없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피해자 없는 검찰개혁을 반대하는 피해자들과 변호사들’에서 활동하는 오지원 법률사무소 법과치유 대표변호사는 “수사·기소의 ‘분리’가 수사·기소의 ‘단절’을 의미해서는 안 된다. 공소청 검사가 경찰이 보낸 기록만 보고 당사자들을 만나서 직접 들어보지도 않고 기소를 하게 되면 법정에서 공판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여성인권위원회 안지희 변호사는 “검사가 사건기록을 검토하더라도 어느 부분의 수사가 미진했는지를 피해자가 짚어 주지 못하면, 흠결이 드러나지 않은 채 불기소 처분이 이뤄지고 결국 수사 내용 자체가 부실한 상태로 처분이 확정된다”라고 했다.


bell@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