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성형외과 이경태 교수 연구팀, 침윤성 손발톱 흑색종 기능보존수술 결과 발표

암 두께 두꺼워도 ‘뼈 침범’ 없다면 손발가락 보존 가능

기능적 보존 수술 후 국소 재발률 0%

발톱, 손톱에 흑색종이 진단되면 최악의 경우 손과 발의 일부를 절단해야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손발톱 흑색종 환자가 반드시 절단하지 않아도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삼성서울병원 성형외과 이경태 교수, 이은송 전공의 연구팀은 피부과와 함께 손발톱 흑색종이 피부 아래로 깊이 침습된 환자라도 뼈 침범만 없다면 손·발가락을 절단하지 않고 기능을 보존하는 수술이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발톱, 손톱에 흑색종이 진단되면 최악의 경우 손과 발의 일부를 절단해야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손발톱 흑색종 환자가 반드시 절단하지 않아도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삼성서울병원 성형외과 이경태 교수, 이은송 전공의 연구팀은 피부과와 함께 손발톱 흑색종이 피부 아래로 깊이 침습된 환자라도 뼈 침범만 없다면 손·발가락을 절단하지 않고 기능을 보존하는 수술이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김태열 건강의학 선임기자] 국가암정보센터의 최신 통계에 따르면, 악성 흑색종은 전체 피부암 중 약 10%를 차지하며, 5년 생존율이 90%를 넘는 것으로 보고되고있다. 이는 다른 종류의 피부암에 비해 높은 수치이지만, 악성 흑색종 증상을 조기에 인지하고 신속하게 대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특히 피부, 발톱, 손톱, 발바닥 등 눈에 잘 띄지 않는 부위에 발생하는 경우 더욱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미국암학회(ACS)에서는 악성 흑색종을 구별하는 ABCDE 원칙을 제시하고 있는데 A는 비대칭 (Asymmetry)으로 정상적인 점이나 점이 아닌 다른 병변은 좌우대칭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악성 흑색종은 모양이 불규칙하고 좌우가 비대칭적인 경우가 80% 이상을 차지한다. 마치 지도처럼 울퉁불퉁한 모양을 하고 있다면 주의가 필요하다.

B는 경계 (Border irregularity)로 경계선이 매끄럽지 않고 들쭉날쭉하며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 정상 점의 경계는 비교적 명확하고 둥근 형태를 띠지만, 악성 흑색종은 테두리가 흐릿하거나 톱니 모양을 하고 있을 확률이 75%에 이른다.

C는 색깔 (Color variation)로 단일한 색깔이 아닌 여러 가지 색이 혼합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갈색, 검은색뿐만 아니라 붉은색, 푸른색, 흰색 등이 섞여 나타날 수 있으며, 60% 이상의 악성 흑색종에서 이러한 다색성 특징을 보인다.

D는 지름 (Diameter)으로 대부분의 악성 흑색종은 직경이 6mm 이상이다. 이는 연필 지우개 크기와 비슷하며, 이보다 크면서도 계속해서 자라거나 모양이 변하는 점은 반드시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E는 변화 (Evolution)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크기, 모양, 색깔, 높이 등이 변하는 점은 악성 흑색종일 가능성이 높다. 1년 동안 20% 이상 변하는 경우, 혹은 1년 동안 2mm 이상 커지는 경우를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

발톱, 손톱, 발바닥에 발생하는 악성 흑색종은 일반 점과는 다른 양상을 보일 수 있어 더욱 주의가 필요한데 발톱이나 손톱 밑에 세로로 검은색 또는 갈색 선이 나타나는 것이 주요 증상이다. 이 선의 너비가 3mm 이상이거나, 색깔이 불균일하거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굵어지고 번지는 경우 악성 흑색종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또한, 손톱이나 발톱 주변 피부로 검은색 색소가 퍼져나가는 양상 (Hutchinson‘s sign)이 나타나기도 하며, 이 경우 악성 흑색종의 확률이 70% 이상으로 높아진다. 손발톱 밑에서 피가 나거나 궤양이 생기는 경우도 주의해야 한다.

발톱, 손톱에 흑색종이 진단되면 최악의 경우 손과 발의 일부를 절단해야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손발톱 흑색종 환자가 반드시 절단하지 않아도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삼성서울병원 성형외과 이경태 교수, 이은송 전공의 연구팀은 피부과와 함께 손발톱 흑색종이 피부 아래로 깊이 침습된 환자라도 뼈 침범만 없다면 손·발가락을 절단하지 않고 기능을 보존하는 수술이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경태 삼성서울병원 성형외과 교수가 흑색종 환자의 손을 살펴보고 있다
이경태 삼성서울병원 성형외과 교수가 흑색종 환자의 손을 살펴보고 있다

흑색종은 멜라닌 세포에서 발생하는 피부암으로, 초기에는 점이나 멍처럼 보여 방치하기 쉽다. 특히 손·발톱 등 신체 말단에 발생하는 ‘말단 흑색종’은 희귀하지만 진행 속도가 매우 빨라 예후가 좋지 않은 치명적인 암으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손발톱 흑색종은 암세포가 뼈를 침범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병변이 포함된 마디 전체를 절단하는 것이 표준 치료로 고려되어 왔다. 문제는 절단을 했을 때 환자가 느낄 기능적·정신적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손발가락을 살리는 기능적 보존 수술이 대안으로 시도되었으나, 집도의의 주관적 판단에 의해 결과 편차가 커 우선적으로 고려되지 못했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방법으로 연구팀은 수술 전 MRI로 뼈 침범 여부를 미리 확인하는 객관적 프로토콜을 더했다. 연구팀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침윤성 손발톱 흑색종 환자 27명을 대상으로 MRI 기반 기능적 보존 수술 프로토콜을 적용한 결과, 절단 없이도 암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수술 전 정밀 MRI 검사를 통해 ‘실제 뼈 침범 여부’를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게 핵심이다. 연구팀은 뼈 침범 소견이 없다면 암 두께와 상관 없이 절단 대신 암세포만 정밀하게 절제한 뒤 서혜부의 얇은 피부조직과 미세 혈관을 통째로 떼어와 손가락에 이식하여 환자의 손발가락 형태와 기능을 그대로 유지하는 방식(초박막 미세천공지 플랩, Superthin SCIP flap)으로 수술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실제 MRI상 뼈 침범이 없다고 판독한 환자 전원이 조직검사에서도 뼈 침범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어 MRI의 높은 임상적 신뢰도를 입증했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치료 성적 또한 우수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이 추적 관찰 기간을 분석한 결과, 수술 부위의 국소 재발은 0%로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으며, 2년 무병생존율은 81.6%, 2년 국소 영역 무재발 생존율은 94.4%를 기록했다. 연구팀은 이는 기존의 절단술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종양학적 안전성을 확보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연구를 주도한 이경태 삼성서울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무분별한 절단을 피하고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의료진의 중요한 과제”라며 “이번 연구는 사전 영상 진단과 고난도 재건 기술이 뒷받침된다면, 절단 없이 환자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지킬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단일 기관에서 아시아인 환자만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는 점을 고려해, 향후 더 다양한 인종을 포함한 대규모 다기관 연구를 진행하여 이번 프로토콜의 범용성을 확증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유럽외과종양학회지 (European Journal of Surgical Oncology, IF 2.9) 최신호에 게재됐다.


kt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