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사례와 상반기 M&A 실적 보니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1억원짜리 전세나 3억원짜리 아파트를 사도 부동산 중개업자가 중개를 하는데, 조단위 회사를 사고파는 매매중개업무가 아무런 인허가 요건이 없는 것은 이상하다. 중개행위는 사회 시스템의 일부다.”(황영기 한국금융투자협회 회장)
“M&A(인수합병)는 이미 매매가 결정된 상황에서 자산을 확장하는 작업이다. 중개도 있지만 중요한 일은 기업가치를 정해 영업권을 평가해주는 일이다. 포지티브보다 네거티브 방식의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금융투자업계와 회계업계간 ‘인수합병(M&A) 중개업 인가제’를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자격요건을 만들자’는 입장과 ‘시장 자율에 맡기자’는 입장이 맞서는 상황. 상반기 실적으로 보면 회계자문을 맡는 회계법인들의 실적이 좋다. 반면 국내 증권사들은 외국계 증권사들, 회계법인들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업권싸움으로 비화되는 것을 경계하고는 있지만 새로운 제도의 도입, 이권에 민감한 목소리는 뜨겁다.
▶발단은?=최근 여러 한계에 직면한 국내 금융투자업계는 돌파구 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더이상 증권 인수ㆍ위탁수수료만 가지고는 성장이 힘들어졌고, 수수료 경쟁만 격화됐다. 경제는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었고, 증시는 수 년째 제자리걸음 중이다.
업권별 경계는 점점 무너져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저금리에 새로운 수익원을 찾는 은행권이 금융투자업에 진출하면서 벽이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 경계가 모호해진 것 중 하나가 증권업계와 회계업계, 외국계 증권사, 부티크IB(투자은행)들이 무주공산으로 경쟁하던 M&A 시장이었다.
합종연횡으로 M&A를 통해 글로벌 IB의 꿈에 부풀어 있는 증권업계가 다시 눈을 돌리고 있는 곳도 바로 이곳이었다. 이미 미국에선 IB들이 M&A 시장을 주도하고 있어서 나름대로 명분도 갖췄다.
그러던 차에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정무위ㆍ서울 강북을)이 지난달 19일 M&A 정상화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실 측은 “동료, 회계사 지인들로부터 의견수렴을 했을때 문제가 제기됐다”며 “취지는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자 였다”고 밝혔다.
금투업계로서는 기회다. 2013년에도 비슷한 논의가 있었으나 업권싸움으로 비쳐 진전이 되지 않았던 적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던 차다.
황영기 회장은 “업계가 원한 바지만 우리가 입법청원한 것도 아니고 박 의원이 입법발의를 해줘서 적극적으로 의견개진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입장은?=지난 7일 국회에서 있었던 관련 정책토론회에서는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됐다.
M&A를 할 수 있는 중개업자의 요건을 제시하고, 인허가제를 도입하자는 내용의 법안에 대해 증권업계는 찬성, 회계업계는 반대하는 입장이 주를 형성했다.
인허가제 도입 ‘찬성’ 쪽에선 “자본시장법상 주식거래를 수반하면 투자중개업”이라는 논리로 관련법에 대한 해석을 덧붙임과 함께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이유로 내걸었다.
기업을 상대로 외부감사를 하는 회계법인이 M&A 업무를 하는 것은 이해상충의 소지가 있다는 점도 제기됐다.
하지만 ‘반대’편에선 오히려 브로커리지를 하는 증권사 쪽의 이해상충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한 M&A 업무가 투자중개업에 한정되면 국내 증권사에 이익을 몰아줄 수 있다는 독점을 우려하는 의견과 함께 고객선택, 시장에 맡기자는 주장도 나왔다.
일각에서는 M&A 비용만 높아지고 선택의 폭이 줄어들 수 있으며, 회계자문에 M&A자문까지 종합컨설팅을 받을 수 있는 회계법인의 장점을 기업들이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외국은?=미국은 어떻게 규제하고 있을까.
미국 역시 IB들이 수익성이 악화되기 시작하면서 지난 1970년대부터 M&A 자문서비스를 수익사업화하기 시작했다. 1960년대까지는 주로 회계법인이나 법무법인들이 M&A자문을 했다.
그러나 1980년대 들어 IB들이 M&A 시장을 주도했고 M&A에 특화된 부티크 IB들도 탄생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부티크 IB로는 라자드, 에버코어, 그린힐앤코 등이 있다.
금투협 자료에 따르면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는 증권거래와 관련해 권유, 협상 등 중요역할을 수행하면 브로커로 간주하고 등록해야하는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사업보고서를 제출하지 않는 사적기업은 M&A 중개시 브로커ㆍ딜러 등록은 면제하고 있다.
회계법인 역시 브로커ㆍ딜러로 등록하고 M&A 중개업무를 영위할 수 있게 했다. 다만, 외부감사의 독립성 유지를 위해 외부감사계약을 체결 중인 기업에 대한 감정 및 평가 서비스, 투자자문, 투자은행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것은 금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미국 사례를 무조건 우리 시장에 적용할 수 있느냐는 지적도 있다.
▶실적은?=실적을 보면 회계업계는 M&A 시장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주요 수익원 중 하나다.
블룸버그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가장 높은 시장점유율을 점하고 있는 곳은 외국계 증권사인 크레딧스위스다. 지난해 2위였던 크레딧스위스의 시장점유율은 16.1%다.
2위는 13.0%의 미래에셋대우였다. 3위는 EY한영으로 9.1%였으며, 뒤를 이어 모간스탠리와 삼일PwC가 각각 8.2%와 7.8%로 4, 5위를 차지했다. 상위 5개 기업 중 회계법인이 2곳, 외국계 증권사가 2곳, 국내 증권사는 단 1곳이었다.
삼성증권이 5.4%로 6위에 올랐지만,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3.8%), 미즈호(3.5%), 골드만삭스(3.5%), JP모간체이스(2.3%), SC은행(2.1%), 씨티그룹(2.1%), 바클레이즈(1.6%), 노무라홀딩스(1.1%) 등 국내 증권사는 상위 증권사 중 단 2곳 뿐이다.
건수로 보면 삼일PwC가 가장 많은 15건, EY한영이 7건으로 뒤를 이었고,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은 각각 2건에 불과했다. 규모는 증권사들이 클 수 있으나 회계법인들이 증권사들보다 더 많은 M&A를 다루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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