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필 신임 법원행정처장 14일 취임식
대법관 공백 4개월째…제청 실마리 될까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노경필 신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이 “어렵고 중요한 시기에 사법행정을 이끌어 가는 중책을 맡게 돼 무거운 책임감과 깊은 사명감을 느낀다”고 14일 밝혔다.
노 처장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통해 “사법을 둘러싼 환경은 끊임없이 변화해 왔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큰 변화의 물결 앞에 서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최근 우리가 마주한 사법제도의 큰 변화는 우리 사법부가 국민의 관심과 기대에 충분히 부응하지 못했기 때문은 아닌지 깊이 성찰하는 계기가 됐다”며 “저는 국민의 목소리 하나하나에 귀 기울여 그 뜻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를 반영하고자 하는 노력에서부터 저의 사명을 시작하려 한다”고 했다.
이어 “법치주의와 헌법의 가치를 지키면서도 국민과 더 가까이에서 소통할 때 더욱 신뢰받는 사법부로 거듭 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처장은 그러면서도 “국민들에게 양질의 사법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법원 구성원이 안정되고 건강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어야 한다”며 “최근 법관의 독립적인 재판과 법원 구성원의 안정적인 직무수행을 어렵게 하는 외부의 압력과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얼마 전에는 누구보다 성실하게 재판업무를 수행해 오신 법관을 안타깝게 떠나보내는 가슴 아픈 일도 있었다”며 “그 어려움과 아픔을 묵묵히 견뎌 오신 모든 법원 구성원 여러분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도 했다.
이는 고(故) 신종오 서울고법 판사를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 등 사건 항소심 재판장을 맡았던 신 판사는 지난 5월 세상을 떠났다. 내란재판부 설치 등으로 서울고법에서 형사재판을 맡고 있는 법관들에게 업무량이 지나치게 가중됐다는 지적은 거듭 제기돼 왔다.
노 처장은 “법원행정처는 법원 구성원 모두가 법과 원칙에 따라 소신껏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든든한 울타리가 되겠다”며 “힘든 자리일수록 그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고 직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인적·물적 기반을 확충하는 한편, 실효성 있는 지원 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10일 “조희대 대법원장은 법원행정처장에 노경필 대법관을 14일자로 임명했다”고 공지했다. 법원행정처는 법원의 인사·예산·회계·시설과 사법제도 연구 등 사법행정사무를 관장하는 대법원 조직으로, 법원행정처장은 대법관이 맡는다.
법원행정처장직은 지난 2월 27일 박영재 대법관의 사퇴 이후 4개월 넘게 공석인 상태였다. 박 대법관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사법 3법’(법왜곡죄·재판소원 도입·대법관 증원) 입법 강행에 반발해 직을 내려놓은 뒤로는 기우종 법원행정처 차장이 처장직을 대행해 왔다.
조 대법원장이 신임 법원행정처장을 임명하면서 향후 후임 대법관 제청을 둘러싼 논의가 진전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청와대와 대법원 간의 이견으로 지난 3월 퇴임한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 대법관 제청은 현재까지 이뤄지지 않았다.
조 대법원장이 그간 처장직을 비워뒀던 이유는 14명의 대법관 중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12명이 참여하는 소부(小部) 재판 업무에 공백을 두지 않기 위해서였다. 신임 법원행정처장이 임명된 상황에서 이후로도 후임 대법관 인선이 지연된다면 대법원의 업무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더해 오는 9월에는 이흥구 대법관의 퇴임도 예정된 상황이다.
기우종 법원행정처 차장은 지난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민주당 의원들이 “대법관 제청을 언제 할 것인가”라고 묻자, “협의가 전혀 없었다는 말씀은 아니지만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또한 “간헐적이기는 하지만 계속 협의는 진행을 하고는 있다”며 “그런데 말씀을 어디까지 드려야 될지 참 어려운 부분”이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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