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북한이 9일 제5차 핵실험을 감행하면서 대북 제재 수위를 높여온 미국은 한층 강력한 제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우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다자제재를 통한 압박에 나설 전망이다. 안보리는 대북제재 결의를 통해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할 경우 자동으로 중대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트리거’(trigger)조항을 뒀다. 미국은 이를 근거로 제재 결의 2270호에서 ‘구멍’으로 지적됐던 생계목적 예외 조항을 대폭 축소하거나 없앨 것으로 보인다. 타깃은 중국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원유 수입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 함께 미국은 대북제재법과 대통령 행정명령 등 독자 제재안을 갖추고 있어 영향력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 정부는 지난 2월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잇단 미사일 도발에 대응해 첫 대북제재법(H.R.757)을 전격적으로 발효시킨 뒤 4개월 후인 지난 6월 이 법에 근거해 북한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primary money laundering concern)으로 지정했다. 이어 7월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포함한 개인 15명과 기관 8곳에 대한 인권제재 조치를 취했다. 미국이 인권유린 명목으로 최고지도자를 제재 대상으로 삼은 건 김 위원장이 처음이다.
특히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 지정 조치에는 중국을 비롯해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은행에 대해서도 미국이 거래중단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사실상의 ‘세건더리 보이콧’ 조항도 포함돼 있다.
미 재무부는 정밀 조사를 통해 3국의 금융기관이 북한과의 실명 또는 차명 계좌를 유지하는 것으로 드러날 경우 해당 금융기관과의 거래도 중단한다는 방침을 가지고 있다. 미 정부는 이를 토대로 제재대상과 더불어 자산동결 폭을 대거 확대할 가능성이있다.
미 정부는 이와 함께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전용되는 북한 국외 노동자의 임금줄을 차단하는 동시에 인권 측면에서 이들의 ‘강제노동’ 이슈화할 수 있도록 ‘북한인권증진전략보고서’를 미 의회에 제출하는 등 모든 행정적 절차도 마쳤다.
이와 더불어 미 정부는 앞으로 북한 정치범 수용소 실태 문제도 이슈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존 케리 국무장관 등은 현재 북한의 핵과 도발은 스스로 고립만 더욱 자초할 뿐이라는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앞서 이날 아시아 마지막 순방국인 라오스에서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들과 만난 후 연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점점 증가하는 북한의 도발적 행위로부터 우리 자신이나 동맹들을 방어할 수 없도록 그렇게 상황을 방치할 수는 없다”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한반도 배치 등 강경 대북 기조를 재천명한 뒤중국에 대해서도 “평양의 행동을 바꾸기 위해서는 더 효과적으로 우리와 협력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행정부와 별개로 미 의회 차원의 대북압박 목소리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당장 미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태소위 코리 가드너(공화·콜로라도) 위원장은 성명을 내고 “북한에 대한 제재를 더욱 강화하고 사드 배치를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테러지원국 재지정 문제도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는 앞서 지난 6월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촉구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미국은 1987년 대한항공기 폭파사건 이후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렸으나, 북한과의 핵 검증 합의에 따라 2008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했다. 현재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국가는 이란과 수단, 시리아 등 3개국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의 이번 핵실험 강행으로 오바마 대통령 임기 내 북핵 문제 해결은 완전히 물 건너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렇게 되면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자신이 ‘적과의 악수’를 천명한 3개국 중 유일하게 북한만 미해결 과제로 남겨두게 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취임 이전부터 이란, 쿠바, 북한을 거론하면서 “적과의 악수를 하겠다”고 공언했으며 현재 쿠바와는 반세기 만에 관계를 복원했고 이란과도 역사적인 핵 합의를 계기로 관계 정상화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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