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김태열 건강의학 선임기자] #사례1 : 주부인 A씨(50세)는 최근 몇 달 동안 반복되는 어지러움을 겪었다. 점차 균형감각이 저하되는 것이 느껴졌고 특히 아침 두통이 점점 심해져 병원을 방문해 MRI를찍은 결과 소뇌 부위에서 뇌종양이 발견됐다.
#사례2: 고혈압 병력이 있는 남성 B씨(62)는 아침에 갑자기 심한 어지러움이 발생하고 메스꺼움과 구토를 하는 증상이 나타나 병원 응급실을 방문했다. 귀가 울리거나 청력이 떨어지는 증상은 없었다. 초진에서 의사는 초기 진단에서 양성 돌발성 체위성 어지럼증이나 전정신경염으로 의심했지만 몇 시간 후 걸음이 비틀거리고 한쪽으로 계속 넘어지는 증상이 추가되어 MRI 촬영을시행한 결과 소뇌쪽의 뇌경색이 확인됐다.
#사례3: 중년여성인 C씨(45세)는 운동 중 갑자기 ‘머리가 터질 것 같은’ 극심한 두통과 함께 구토를 동반했다. C씨는 편두통으로 생각하고 진통제를 복용했지만 계속 심해져 병원을 방문해 CT를 촬영한결과 ‘지주막하출혈’이 확인됐다. 파열된 뇌동맥류가 원인이었다.
걸을 때 자꾸 비틀거리거나, 눈앞이 캄캄해 쓰러질 것 같거나, 중심을 못 잡고 넘어질 것 같은 느낌이 반복된다면 단순 어지럼증으로 넘겨서는 안 된다. 흔히 ‘어지럽다’고 두리뭉실 표현되는 증상이 실제로는 뇌졸중과 같은 위험질환의 신호일 수 있어서다. 주위가 빙빙도는 어지럼증, 정신을 잃는 실신 증상, 중심을 잡기 어렵고 비틀거리는 균형·보행장애는 원인 질환이 서로 다를 수 있다. 증상이 반복되거나 일상생활에 불편이 있다면, 정확한 원인 감별이 필요하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신경과 김윤 교수와 함께 어지러운 증상의 원인질환과 치료법, 예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어지럽다고 다 같은 어지럼증 아니다=어지럼증은 누구나 한번쯤 경험하는 흔한 증상이지만, 모두 같은 원인으로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환자들은 주위가 빙빙 도는 느낌, 눈앞이 깜깜해지는 느낌, 똑바로 서기 힘들거나 걸을 때 비틀거리는 증상을 모두 ‘어지럽다’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제로는 회전성 어지럼증, 실신 전 증상, 균형·보행장애로 구분될 수 있다. 증상의 양상이 다른 만큼 원인 질환도 달라질 수 있어 단순히 어지럼증으로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
▶빙빙 돌거나 눈앞이 캄캄하다면? 증상 구분 필요=주위가 빙빙 돌거나 몸이 흔들리는 듯한 증상은 회전성 어지럼증에 가깝다. 귀의 전정기관 이상과 관련되는 경우가 많으며, 대표적으로 이석증, 전정신경염, 메니에르병 등이 있다. 대부분 적절한 치료로 호전될 수 있지만 증상이 심하거나 반복된다면 진료를 받아야 한다. 반면 눈앞이 캄캄해지거나 쓰러질 것 같은 느낌은 실신과 관련된 증상일 수 있다. 이 경우 기립성 저혈압 등으로 뇌로 가는 혈류가 일시적으로 줄면서 어지럼증, 실신, 보행 불안정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갑자기 일어설 때 증상이 반복되거나 실제로 쓰러진 적이 있다면 정확한 원인 평가가 필요하다.
▶벽 짚고도 못 걷는다면 바로 병원 가야=어지럼증 증상 중에서도 보행 불안정이 심해 혼자 앉거나 서 있기 어렵고, 벽을 짚고도 걷기 힘들 정도라면 즉시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특히 갑작스러운 보행장애와 함께 편측 마비, 감각 저하, 발음 이상, 복시, 심한 두통이 나타나면 뇌졸중 가능성이 있으므로 신속한 진료가 필요하다. 증상을 단순 어지럼증으로 여기고 방치하면 원인 질환의 진단이 늦어질 수 있고, 낙상이나 골절 같은 2차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어지럼증 원인 다양… 정확한 감별 진단 필요=어지럼증은 원인이 매우 다양한 만큼 단순 증상만으로 판단하기보다 전문적인 진료와 검사가 필요하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증상의 양상, 지속 시간, 유발 요인, 동반 증상을 먼저 확인한다. 이후 동공 반사와 안구운동, 발음, 근력, 감각, 보행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귀의 문제인지, 뇌·신경계의 문제인지 감별한다. 중추신경계 질환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뇌 MRI 등 영상 검사를 통해 원인을 확인한다.
▶원인 따라 치료 달라… 재활치료 병행 필요=치료는 원인 질환에 따라 달라진다. 뇌경색 등 급성 뇌혈관질환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증상 발생 시점과 영상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급성기 치료 여부를 신속히 판단해야 한다. 항혈전제, 지질강하제 등 약물치료와 혈압·당뇨·고지혈증 같은 혈관 위험인자 관리가 필요하다. 보행장애의 원인이 파킨슨병이라면 도파민 관련 약물치료를 시행하고, 보행장애와 균형 저하를 줄이기 위한 운동·재활치료를 병행한다. 말초신경 이상이나 비타민 결핍이 확인되면 영양 치료와 원인 교정을 통해 증상을 관리한다. 원인 질환과 관계없이 균형 훈련, 보행 훈련, 하체 근력 강화 등 재활치료는 보행 능력 회복과 낙상 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고령 환자 낙상 위험… 생활환경 점검 필요=균형 기능을 유지하고 낙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생활습관 관리가 중요하다. 걷기와 같은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과 하체 근력 강화 운동은 신체 균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충분한 수분 섭취를 통해 기립성 저혈압을 예방하고, 혈압·당뇨·고지혈증 등 혈관 위험인자를 꾸준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고령 환자는 낙상 예방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낙상은 골절과 같은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지팡이와 워커 등 보조기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어지럼증이 있을 때는 무리하게 걷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끄러운 바닥이나 문턱을 정리하고, 야간에는 충분한 조명을 확보하는 등 생활 환경을 안전하게 유지해야 한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신경과 김윤 교수는 “어지럽다고 표현되는 증상 중 균형장애는 뇌졸중, 보행장애는 파킨슨병 등 다양한 질환의 신호일 수 있어 증상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평소 규칙적인 운동과 혈관 위험인자 관리, 낙상 예방 수칙을 실천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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