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세 수출전선 먹구름…기계·섬유·타이어 등 타격 다급한 수출화물 화주들 대체선박 구해 화물 이동 중국 잇단 선박 압류…운임도 거의 2배로 폭등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면서 우려했던 물류 혼란이 국내외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때문에 20개월만에 상승세로 돌아선 우리 수출 전선에 또 다시 먹장구름이 몰려들고 있다. 물류난은 납기 불이행을 부르고 바이어이탈 등으로 이어져 중소수출업체엔 치명타가 된다. 하지만 정부의 대응은 허술하다. 해운동맹의 특성에 대한 몰이해, 이에 따른 불가피한 물류대란, 관련업체 부도 등 천문학적인 피해가 이미 예상됐는데도 대안(플랜B) 조차 못내놓고 허둥대고 있다. 이런 정부를 믿어야 할지 현장에선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진해운發, 물류 혼란 가시화=법정관리가 결정된 한진해운의 모항인 부산신항에서 수입화물이 부두에 발이 묶이고, 수출화물은 다른 배를 찾아서 떠나는 등 일대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2일 부산항만공사와 터미널 운영사들에 따르면 현재 부산신항에서 대기 중인 한진해운의 컨테이너는 20피트와 40피트짜리를 합쳐 1만3000개 정도이다. 한진해운이 주로 기항하는 한진터미널(HJNC)에 대부분이 대기중이며, 나머지 4개 터미널에는 수십개에서 200여개가 대기하고 있다. 한진해운 선박이 압류 위험 등 때문에 운항 스케줄을 제대로 지킬 수 없는 처지여서 수출화물을 맡긴 화주들은 대체 선박을 구해 화물을 옮기고 있다. 사실상 한진해운 선박을 이용한 수출화물 수송은 막힌 상황이다.
무역협회와 수출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결정한 지난달 31일부터 현재까지 중국 상하이(上海)ㆍ텐진(天津) 등 중국 주요 항만에는 한진해운 선박 10여척의 발이 묶였다. 한진해운에 선박을 빌려준 용선주와 하역료·터미널 사용료를 받지 못한 벤더(제조 또는 판매업체), 선박 연료 공급업체 그리고 중국 항만당국이 한진해운 선박이오가는 것을 막았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감에 따라 선박이 입출항하면서 발생한 경비를 못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들은 현지 법원에 한진해운 선박에 대한 압류 신청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뒤늦는 대응, 대란 자초=한진해운의 법정관리 확정으로 수출입 기업이 받는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는 ‘수출 물류 애로 해소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고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상황을 실시간 점검키로 했다.
산업부는 1일 정만기 1차관 주재로 긴급 수출현안 점검회의를 열고 한진해운 법정관리가 수출입 물류 부문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해상운송을 주로 사용하는 기계ㆍ타이어ㆍ자동차 부품ㆍ섬유업종을 중심으로 점검한 결과 한진해운과 계약된 화물의 입항거부ㆍ압류 등에 따른 수송 지연, 대체선박 확보의 어려움, 아시아-미주 항로 운임 상승 가능성 등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정부의 대책 마련에도 불구, 업계에서는 한진해운 법정관리 이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물류대란에 대해 소홀했다며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선주협회는 한진해운 사태에 따른 우리나라 피해액이 17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국국제물류협회와 한국선주협회 부산지구협의회 등 관련 업계는 성명을 통해 “한진해운의 청산이 불러올 엄청난 혼란과 피해에 대한 각계각층의 우려가 들끓었음에도 불구하고 한마디 해명 없이 결정을 내리는 무책임함에 가슴깊이 절망하고 분을 참을 수가 없다”고 밝혔다. 해운, 항만, 조선을 비롯한 연관 산업의 막대한 손실과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 불 보듯 뻔한 결정을 내리고 말았다는 주장이다.
▶한진해운, 해운동맹 퇴출 수순=해운동맹체(얼라이언스) CKYHE는 지난달 31일 한진해운에 ‘선복 교환 중단 알림’ 문건을 보내 사실상 퇴출 통보를 했다. 이에 따라 한진해운이 새로 가입할 예정이던 해운동맹인 디 얼라이언스에서도 곧 퇴출 조치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진해운 선박이 화물을 나르지 못하게 되자 지지부진했던 해운사들의 자발적운임인상(GRI)이 바로 시장에 적용됐다. 선사들은 매달 화주들에게 GRI를 공표하는데, 보통 운임 경쟁으로 인상분이 계획보다 낮았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단번에 치고 올라간 것이다. 시장에서 한진해운 주력인 미 서부 노선의 컨테이너선 운임은 이날 기준으로 1FEU(4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당 1700달러대에 형성됐다. 전월 운임인 1100달러보다 55%가량 높은 수준이다. 미 서부 노선은 일부 선사들이 비성수기임에도 10월 1일부로 현 운임에서 1500달러를 더 올리겠다고 GRI를 공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대로라면 8월보다 2100달러, 190% 상승하는 셈이다.
배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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