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로 미국-이란 간 전쟁이 발발 50여일을 넘어가는 시점에 동북아시아 정세도 주목되는 변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세계의 이목이 중동에 쏠린 틈을 타고 중국, 북한, 일본이 각각 영향력과 군사력 확대를 도모하는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이란의 휴전 및 종전 협상 과정에서 중국은 물밑 중재자 역할로 유럽과 아시아에서의 전략적 입지를 강화하며 외교적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일본은 ‘전쟁 가능’ 국가로의 개헌에 속도를 내는 한편, 국방비를 증액하고 방위산업을 고도화하는 등 군사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북한은 이달에만 수차례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북한은 지난 6~8일과 19일 연이어 집속탄을 탑재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최근 중동전쟁에서 이란이 이스라엘의 방공망을 뚫은 대량 살상무기인 확산탄(집속탄)과 공중지뢰살포탄을 탑재해 살상력을 극대화한 것이다. 일본은 지난 18일 해상자위대의 최신예 모가미급 호위함 11척을 10조원에 호주에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최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내년 봄으로 ‘전쟁 가능 국가’ 개헌 발의 목표 시점을 공식화했다.

중국과 북한, 일본 간 관계도 동북아의 긴장을 높이는 요인이다. 중국과 일본의 갈등은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유사시 대만 개입’ 발언에서 비롯된 정치·외교 문제를 넘어 군사적 충돌로 확산됐다. 일본 자위대의 호위함이 지난 17일 대만해협을 통과하자 중국은 이틀후 최신예 구축함 편대를 서태평양에 보내 전투 훈련을 실시하며 맞대응한 것이다. 북한, 러시아와 중국은 밀착하고 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9~10일 북한을 방문한데 이어 14~15일엔 자국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을 갖고 양국의 이란 전쟁 공조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러한 때에 왕이 부장의 방한 일정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발언으로 각각 한·중, 한·미 간 관계에서 잡음이 나온 것은 유감이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올해 1분기에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지만, 왕이 부장의 방한은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는 부정했지만 일각에선 한국 전자입국신고서상 대만 표기 문제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또 미국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6일 국회에서 한 ‘평북 구성 핵시설’ 발언에 항의하며 대북 정보 공유를 일부 제한하고 있다. 대만 표기 문제의 옳고 그름이나 발언의 잘잘못을 가리기 이전에 중차대한 시점에 중요한 상대국과의 외교가 차질을 빚은 것은 큰 문제다. 한미동맹과 대중관계에서는 변동성을 최대한 줄이고 상황을 엄중히 관리하는 한편, 동북아를 둘러싼 각국의 군사력 강화에 ‘자강’과 ‘국익 외교’로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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