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왕 ’ 워런 버핏부터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까지…논란속에서도 세계경제를 움직이는 슈퍼리치들
[특별취재팀]월가의 금융인들은 종종 탐욕스런 ‘살찐 고양이’에 비유되곤 한다. 부의 격차를 심화시킨 주범으로 몰려, 세계 경제 ‘99%’에 속하는 이들의 반대 시위를 겪을 정도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통큰 기부나 투자 철학을 보면 이 같은 고정관념이 다소 억울할 듯도 하다. 이들은 ‘살찐 고양이’와 ‘박애주의자’ 사이에서 논란을 달고 다니지만,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힘 만큼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세계 경제 상위 1%에서도 손꼽히는 슈퍼리치들을 살펴봤다.
▶“우리는 기부왕” 편견 벗어난 거물들=워런 버핏(83)은 막대한 재산에도 불구하고 시기어린 시선은 커녕 ‘오마하의 현인’이라 칭송받는 행복한 투자자다. 가치 투자라는 투자 성향과 더불어 검소한 생활상 등이 합쳐져 이 같은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었다. 특히 그의 아낌없는 기부가 투자자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불식시켰다.
그는 2006년부터 매년 주식을 기부, 지난해까지의 누적 기부액이 170억달러(한화 약 17조4000억원)나 된다. 지난해에만 20억달러의 돈을 기부했지만, 자산은 오히려 늘고 있다. 여전히 놀랄만한 투자 실적 덕분이다. 그는 지난해 하인즈, 엑손모빌 등에 투자해 자산을 47억달러 가량 늘렸다.
마이클 블룸버그(72) 전 뉴욕 시장 역시 뚝심있는 행동과 통큰 기부로 긍정적인 시선을 받고 있다. 그는 공화당 소속으로 뉴욕 시장을 2번이나 역임했음에도, 공화당 지지성향과 반대인 총기 규제 운동을 위해 5000만달러(한화 약 520억원)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수년전부터 지속해온 그의 기부는 총액이 24억달러에 달한다. 그의 자산 원천은 단말기를 통해 경제기사를 공급하는 블룸버그 L.P.다. 블룸버그 L.P.는 지난해에만 83억달러의 매출을 올리면서, 그가 60억달러를 버는데 크게 일조했다.
▶기부해도 욕 먹는, 논란의 ‘기업사냥꾼’=소로스 펀드 매니지먼트 LLC 창업자인 조지 소로스(83)는 지난해까지 기부금 누적액이 100만달러에 달하지만 워런 버핏 등과 달리 이미지가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일각에서는 ‘박애주의자’라 부르기도 하지만 ‘환투기꾼’, 심지어 ‘악마’라는 원색적인 비판도 받았다. 이는 퀀텀펀드를 앞세운 그의 막강한 영향력 때문이기도 하다.
1992년 소로스와 그에 동조하는 헤지펀드들은 영국 파운드화를 투매해, 결국 영국중앙은행이 막대한 환차손을 입고 유럽환율매커니즘(ERM)을 탈퇴하게 했다. 1997년 태국 바트화의 하락으로 시작된 아시아 금융위기의 배후에도 그가 있다.
아이칸 캐피털 매니지먼트를 이끌고 있는 칼 아이칸(78)에 대한 평가도 엇갈린다. 투자자로서의 본분에 충실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대중들은 ‘기업사냥꾼’이란 악명으로 그를 기억한다. 이는 그가 주장하는 ‘행동주의 투자’ 때문이다.
대부분 투자자들이 기업 수익에 따라 배당을 받고 자산가치를 불리는 것에 만족하는 것과 달리, 아이칸은 기업의 경영에 직접 관여한다. 기존 경영진과 마찰이 일면 공개매수 등으로 경영진을 압박하는 것도 마다않는다. 델, 허벌라이프, 이베이 등 손 댄 기업도 다양하다. 그가 기업을 ‘손보는’ 방법도 극적이다. 지난해 8월에는 애플의 주식 470만주를 취득했다고 트위터와 웹사이트를 통해 알려 월가를 발칵 뒤집어놨다. 지분 취득 후 애플에 자사주 매입 확대를 요구해, 결국 애플이 자사주 추가 취득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두려운 존재이지만,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인기가 높다. 그의 펀드는 지난해 수익률이 31%나 됐다. 다른 투자자들은 주가가 오른다며 아이칸의 공격을 내심 즐기기도(?) 한다.
▶논란은 짧고, 부(富)는 길다…금융 제국 이룬 1세대들=금융계 슈퍼리치들을 놓고 논란이 많은 것은 그만큼 그들이 이룬 부가 막대하기 때문이다. 금융계에서는 슈퍼리치들이 ‘제국’을 이루고 이를 후대에 물려주는 일을 쉽게 볼 수 있다.
레바논 출신 브라질의 억만장자 조셉 사프라(75)는 브라질에서 8번째로 큰 은행 방코 사프라와 스위스의 글로벌 투자은행 뱅크 사라신 등을 소유하고 있다. 총 자산이 166억달러로 추산되는 조셉 사프라의 금융제국은 세 아들이 나눠가질 전망이다. 장남은 유럽과 뉴욕 등에서, 차남과 삼남은 브라질에서 금융업과 부동산업을 잇고 있다.
루이스 카를로스 사르미엔토(81)는 자신이 이끄는 콜롬비아 최대의 은행지주그룹 그루포 아발(Grupo Aval)을 통해 콜롬비아 금융계의 3분의 1을 좌지우지 하고 있다. 그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현역으로 주당 60시간 이상을 일하는 ‘일벌레형’ 회장으로 유명하다. 그가 이룬 콜롬비아의 금융제국은 외동아들이 CEO로 활동하면서 이어받고 있다.
인도네시아 재계의 화교 파워를 상징하는 로버트 부디 하르토노(73) 역시 형인 마이클 하르토노(75), 두 아들과 함께 금융 제국을 이루고 있다. 부디 하르토노는 인도네시아 최대 민영은행인 뱅크 센트럴 아시아와 인도네시아 2위 담배회사 자룸 등을 보유하며 인도네시아 최대 부호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그의 아들들은 인터넷 기업, 은행 등 계열사를 나눠 경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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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홍승완·배지숙·성연진·도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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