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과학기술 자문기구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가 스타트업과 전략기술 분야 기업에 주 52시간제 예외 기준을 둬야 한다는 자문안을 내놨다. 자문회의는 “스타트업 선순환 혁신 생태계 조성을 위해 자율·유연성 중심 규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며 “획일적 주52시간제 적용 대신 창업 초기 5년 또는 국가 중요기술 분야 기업 내 기술 인력 대상에 예외 기준을 신설할 것”을 제안했다. 프로젝트별 특성에 맞춰 주 단위가 아닌 분기·반기 단위 근무 시간을 근로자 동의하에 설계해 업무몰입권을 보장하자는 취지다.
자문안에는 혁신생태계를 지원할 최상의 의사결정기구인 ‘국가혁신전략원’을 대통령 직속 기구로 신설하고 10년 임기와 강력한 예산·인사권을 보장해 일관된 정책을 추진하는 거버넌스 제안도 담겼다. 중국이 반도체를 뺀 모든 첨단산업에서 한국을 추월했다는 산업연구원의 분석, 50대 국가전략 기술 중 한국이 중국보다 앞선 기술은 6개에 불과하다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조사 결과 등 연이은 ‘차이나 쇼크’는 주 52시간 족쇄 제거와 국가혁신전략원 신설의 당위성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증거들이다. 여기서 더 밀리면 인공지능(AI), 로봇, 자율주행 등 미래 먹거리 경쟁에서 멀찌감치 앞서 가는 중국을 추격해야 하는 신세가 될 것이다.
주 52시간 ‘철벽 규제’가 혁신 기술 생태계에 치명타를 입히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지 오래다. 스타트업 재직자 10명 중 7명(70.4%)이 보상을 전제로 한 초과근무에 찬성(벤처기업협회)한다. 막대한 자본과 인력, 국가 지원을 등에 업은 미국·중국과 경쟁해야 하는 것도 버거운 데 스스로 노동시간 제한이라는 모래 주머니를 차는 것은 상대만 이롭게 할 뿐이다. 미국은 일정 급여 이상 전문직에 노동시간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을 운영 중이고, 중국 테크업계에선 ‘996’(오전 9시~저녁 9시 주 6일 근무)이 기본 근무 포맷이다. 대만 또한 ‘책임제(責任制)’ 문화를 통해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연구소를 운영한다.
제조업 시대의 획일적인 잣대로는 분초를 다투는 ‘초격차 기술’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 이런 사실을 잘아는 이재명 대통령도 처음엔 주 52시간 예외에 긍정적이었다가 노동계의 건강권 보호에 밀려 후퇴했다. 그렇다면 합당한 보상과 건강권 보호 장치를 병행하는 것을 전제로 2~3년간의 한시적·시험적 시행을 도입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이 기간 동안 노동계의 주장처럼 건강권 악화 같은 부작용이 나타나면 보완하거나 보완해도 개선이 안될 정도라면 폐기하면 된다. 시장적 실용주의를 표방한 정부라면 이 정도의 유연성은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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