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공기업 등 공공기관 330여 곳에서 정규직 2만8000명을 뽑을 계획이라고 27일 밝혔다. 지난해보다 40% 가까이 늘린 규모로 코로나 사태가 터졌던 2020년 이후 6년 만에 가장 많다. 한국철도공사(1800명), 국민건강보험공단(1138명), 서울대학교병원(1076명), 한국전력공사(1042명) 등의 순이다. 이에 더해 올해 공공기관에서 청년 인턴도 2만4000명 뽑기로 했다. 정부의 투자나 출자, 재정 지원 등을 받는 공공기관들이 올해만 5만2000개의 청년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2030세대 가운데 ‘그냥 쉬었음’ 인구가 지난해 70만명을 돌파할 정도로 청년 고용 사정이 최악인 상황에서 정부가 ‘일자리 구명줄’을 내리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데이터처에 따르면 15~29세 청년층 고용률은 2024년 5월(46.9%)부터 지난달(44.3%)까지 1년 8개월 연속 전년대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청년 취업자 감소 폭(17만8000명)은 외환위기 때인 1998년(-61만6000명)과 코로나 때인 2020년(-18만3000명)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크다. ‘단군이래 최대 스팩’이라는 우리 청년들이 인공지능(AI) 대전환 시대 전력, 철도, 의료 등 공공 인프라의 혁신을 주도한다면 국가적으로도 좋은 일이다.

청년들에 일자리 사다리를 놓고 공공기관도 ‘새 피’ 수혈로 혁신성을 놓이는 윈-윈의 관계가 되려면 방만경영과 중복 투자, 저효율 사업 정리 등 공공기관의 구조조정이 더 속도를 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재정 절약 간담회에서 “너무 많아서 숫자를 못 세겠다”며 “공공기관 통폐합도 대대적으로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공공기관 중에는 AI 시대 수명이 다한 곳이 적지 않다. 냉철한 조직 진단을 바탕으로 유사·중복 기관의 통폐합, 비핵심 자산 매각, 효율적 인력 조정 등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공공 일자리를 크게 늘린 문재인 정부 때 한국납세자연맹은 30년 근속을 전제로 9급 신규 공무원의 채용 비용을 24억원으로 산정했다. 이를 공무원 보다 급여수준이 높은 공공기관에 대입하고 퇴직 후 연금 보전액까지 감안하면 40여억원의 세금이 투입될 것이라고 한다. 구조조정 없는 공공 일자리 확충은 재정난을 가중시키고, 그 부담은 미래 세대의 몫이 될 수 있다.

청년에 몰아치고 있는 지금의 고용 한파에 공공 일자리는 ‘언발에 오줌누기’ 격이다. 민간에서 자생적으로 일자리가 늘어나도록 규제 혁파와 투자 활성화, 신산업 육성 등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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