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한국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 결정 이후 대중문화 업계는 여전히 뒤숭숭한 분위기다.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광전총국)이 각 성 단위의 주요 방송사에 비공식지침(한류스타 출연 금지, 한중합작물을 포함한 한류 콘텐츠 계약 금지)을 내렸다는 것이 사실로 확인된 현재 ‘9월 인터넷 규제설’까지 새나오며 우려는 커지고 있다. 8월 초 국내 엔터업계는 광전총국이 한국 스타와 콘텐츠의 규제를 담은 비공식 지침을 각 위성 방송사에 전달한 것을 확인했다. 괴담처럼 떠돌던 현지 지침은 실제 국내 연예인들이 출연했던 드라마에서 하차하거나 편집을 당하는 피해사례가 나오기시작하며 우려를 키웠다. 한국 국적의 연예인들의 출연을 금지하는 비공식지침을 각 위성 단위 방송사에서 자발적으로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여파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엔 중국판 ‘나는 가수다’로 인기를 얻은 가수 황치열이 저장위성TV에서 방송하는 예능 프로그램 ‘도전자연맹 시즌2’에서 모자이크 처리하거나 대폭 삭제되는 수모를 당했다. ‘월드스타’ 싸이 역시 현지의 한한령(限韓令) 분위기를 피해가진 못했다. 강소위성TV에서 방송 중인 경연 프로그램엔 싸이를 비롯해 빅스 아이콘 몬스타엑스 등 국내 아이돌그룹이 출연 중이지만, 지난 21일 방송에서 이들의 모습이 통편집됐다. 싸이의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됐고, 아이콘과 몬스타엑스의 무대는 편집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콘텐츠 업계에서도 투자 중단 혹은 한국 배우의 캐스팅을 보류하거나 캐스팅이 확정된 배우가 하차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역사적 인물을 소재로 한 한중합작드라마의 경우 현재 중국 자금의 투입이 보류됐다. 오는 10월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방송을 목표로 한 대작 드라마 역시 중국 현지에서 심의를 받지 못해 업계에선 “동시방송은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에 정통한 한 업계 관계자는 “일주일 단위로 현지 분위기가 오락가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로선 국내 콘텐츠에 대한 투자 보류 사례들이 들리고 있으나 정반대의 상황도 있다”라며 “콘텐츠 제작사를 통해 한중합작 제안이 들어오거나 연예기획사로의 개별 투자를 알아보는 중국 관계자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분위기로 인해 현재로선 한 발 물러서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 나온다. “우려는 하되 비관론으로 치닫을 필요까지는 없다”며 “준비는 하고 있되 너무 발 빠르게 해서도 안 된다”고 한 제작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 현재 중국과 관계를 맺고 있는 드라마제작사나 연예기획사에선 우려가 크다.
한 대형 드라마제작사 관계자는 “지금 현지에서 지켜보는 상황은 더 좋지 않다. 올초 ‘태양의 후예’가 방영될 무렵 판권 수출을 진행해 방영날짜를 정해놓은 콘텐츠의 경우에도 하루 아침에 방송이 되지 않는 등 뒤집힐 수 있는 상황이 많다”라며 “지속적으로 흐름을 살피며 몸을 사리고 있다”고 말했다.
드라마 업계의 경우 사실 사드 배치 이후에도 콘텐츠 수출 등에 있어 직접적인 제재를 받지는 않았다. 국내 드라마 시장의 경우 온라인 플랫폼에서 방송되는 형태로 판권을 수출해왔다. 광전총국의 비공식지침은 중국 위성방송사로 내려온 것이기에 온라인 규제는 한 발 물러선 그림이었다.
그러나 한 드라마업계 관계자는 “진작에 심의를 끝냈어야 할 드라마의 심의가 나오지 않고 있다”라며 “지금 현지에선 오는 9월 인터넷도 규제 지침이 내려올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고 있어 우려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현지를 오가는 콘텐츠 제작사들의 노심초사는 국내 방송사로도 이어지고 있다. 한 지상파 방송사의 고위 관계자는 “그간 중국 시장을 겨냥해 사전제작드라마를 만들어왔다. 올 한 해 많은 작품이 나왔지만 지금은 현지 상황이 좋지 않아 당분간은 이 역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수요가 적어 그나마 중국 시장이 수익창구였던 지상파 방송3사의 모바일콘텐츠 제작도 사드 배치 이후 난관에 부딪혔다. 한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는 “중국의 경우 위성TV의 규제가 심하기 때문에 젊은 세대들이 인터넷 콘텐츠로 몰려 시장의 영향력이 컸다”라며 “ 광고도 활발해 수익을 낼 수 있는 시장이 형성돼있었는데 사드 배치 이후 이 시장 역시 숨을 죽이고 있는 상황이다. 향후 두세 달 정도는 조용히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