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자에서 정책본부 고위 임원으로 수사 확대 -황각규 사장 “신동빈 비자금 조성 지시 없었다” -檢 ‘최종 타깃’ 신동빈 회장 소환 시기 촉각
[헤럴드경제] 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황각규(61) 롯데정책본부 운영실장(롯데쇼핑 사장)이 25일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이날 오전 9시20분께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모습을 드러낸 황 사장은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에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정책본부의 비자금 조성과 관련해 신동빈 회장 지시를 받았냐고 묻자 “그런 적 없다”며 의혹을 일축했다. 롯데건설의 300억원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서도 “보고받은 적 없다”며 선을 그었다.
황 사장은 이인원(69) 롯데정책본부장, 소진세(66) 롯데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과 함께 이번 롯데그룹 오너 일가의 비자금 의혹을 밝힐 ‘키맨’으로 분류된다. ‘신동빈 체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가신그룹을 형성한 이들은 모두 롯데그룹의 심장부 격인 정책본부에 소속돼 있다. 황 사장은 이들 중 가장 먼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검찰은 지난 6월 10일 1차 압수수색을 벌일 당시 정책본부 사무실에 특별히 공을 들였다. 당시 검찰 관계자는 “정책본부가 3개층을 쓰고 있고, 소속직원만 200명에 달해 압수수색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고 밝힌 바 있다.
황 사장은 정책본부에서도 핵심부서로 분류되는 운영실을 2014년부터 이끌고 있다. 그룹의 해외 진출과 M&A 등에서 성과를 올려 신 회장의 오른팔로 평가되는 인물이다. 1990년 신 회장이 일본에서 건너와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에서 경영자 수업을 받을 때 인연을 맺은 이후 신 회장의 지지를 받으며 그룹 내에서 승승장구했다.
지난해 형제 간 경영권 분쟁 발생 후에도 호텔롯데 상장 등의 업무를 추진하며 ‘신동빈 체제 안정’에 힘을 쏟았다. 지난 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는 신 회장과 나란히 증인석에 앉아 주목을 받았다.
검찰은 황 사장을 상대로 오너 일가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비롯해 탈세, 일감 몰아주기, 계열사 간 부당거래 등 그동안 롯데그룹에 제기된 의혹 전반을 조사할 방침이다.
특히, 신격호(94) 총괄회장과 신 회장이 매년 각각 100억원과 200억원의 부외자금을 조성한 경위 등은 이번 검찰 조사로 규명돼야 할 부분이다. 롯데 측 재무 담당자들은 이 돈이 정당하게 지급된 급여와 배당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또 신 총괄회장이 사실혼 배우자 서미경(56) 씨와 장녀 신영자(74ㆍ구속기소) 씨 등에게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6.2%를 넘기면서 발생한 6000억원대 탈세 의혹 관련 황 사장을 비롯한 정책본부 인사들이 관여했는지도 집중 추궁할 계획이다.
정책본부 인사들이 잇달아 소환되면서 검찰 수사의 최종 타깃인 신 회장 소환 시기도 주목을 받고 있다. 정책본부 3인방에 대한 조사가 그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서있는 신 회장을 소환하기 전 이들을 상대로 각종 진술과 자료확보 등 물밑 작업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수사 초기부터 조직적인 증거인멸로 검찰 수사에 맞불을 놨던 롯데그룹은 조사 과정에서도 계열사 사장들이 혐의를 부인하거나 모르쇠로 일관해 ‘오너 지키기’라는 비판이 뒤따랐다. 황 사장도 이날 기자들의 질문에 일부 답을 거부하면서도 신 회장의 지시 여부에 대해선 단호하게 선을 그어 눈길을 끌었다. 정책본부 고위 인사들에 대한 조사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검찰이 이 난관을 어떻게 뛰어넘을 지 관심이다.
김현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