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내년 3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24일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지난 8월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를 지나치게 넓힌 탓에 “하청 업체 수백, 수천 곳과 일하는 대기업이 1년 내내 하청 업체들의 교섭 요구에 시달릴 것”이란 비판이 많았다. 현대차의 경우 협력사가 1·2·3차 하청과 일반 구매 협력사 등까지 8500곳에 달하는 실정이다. 시행령은 이런 우려를 고려해 원청기업과 하청노조 간 노사 교섭에서 ‘교섭 창구 단일화’ 제도를 유지하되, 직무·이해관계·특성에 따라 교섭단위를 분리하는 것을 허용하도록 설계됐다. 하청노조의 교섭권을 보장하되, 원청의 교섭 대상이 무한정 많아지지는 않도록 균형을 잡겠다는 것이다.
노사 양측의 이해관계를 동시 반영했다는 게 정부 설명이지만, 노사는 모두 “개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개정안의 핵심은 원청 노조와 하청 노조가 서로 다른 이해관계와 교섭 범위를 갖는 현실을 반영해 자율 협의가 실패하면 노동위원회가 교섭단위 분리를 결정하도록 한 점이다. 이에 따라 하나의 사업장 안에서도 노조끼리 업무·근로조건·고용 형태 등이 다르면 별도의 교섭단위를 구성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하지만 노동계는 이날 “노란봉투법의 취지에 역행한다”며 창구 단일화를 강제하지 말고 자율교섭을 보장할 것을 주장했다. 하청노조가 회사 내에서 교섭창구 단일화를 하고, 원청 교섭을 위해 또다시 교섭단위 분리와 단일화를 거쳐야 하는 복잡한 절차적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사용자성 판단을 위한 ‘판단지원위원회’ 설치에 대해서도 법적 지위가 불분명해 기업 불복에 따른 행정소송만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경영계는 “교섭 창구 단일화가 사실상 형해화됐다”고 정반대 목소리를 냈다. 시행령에서 교섭 단위 분리의 경우를 너무 넓게 규정한 탓에 기업들은 1년 내내 상시적 교섭 요구에 시달리게 됐다는 것이다. 정부가 기존 노동조합법에서 ‘현격한 근로조건의 차이’ 등 3가지로만 한정했던 교섭 단위 분리를 인정하는 경우를 업무의 성질·내용, 작업 방식 등 31가지로 확대한 데 따른 것이다.
노사가 모두 반발하는 법이 이대로 시행되면 사회적 약자인 소수 하청업체의 교섭권을 존중한다는 당초의 취지와는 달리 산업현장의 갈등과 혼란만 부추길 뿐이다. 노란봉투법 시행 자체로 노동계는 이미 많은 것을 얻었는데 한꺼번에 다 이루려는 과욕은 되레 일을 그르칠 수 있다. 정부는 대외 경쟁력 확보에 전력을 쏟아야 할 우리 기업이 자칫 노무 리스크에 발목잡힐 수 있다는 우려도 경청해야 한다. 현장서 작동할 보완 작업에 성과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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