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폐막한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하이라이트는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우리 기업과 ‘인공지능(AI) 깐부 동맹’을 맺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26만장 그래픽처리장치(GPU) 한국 제공 소식이었다. 우리 정부의 숙원이었던 핵추친 잠수함(핵잠) 건조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격 승인한 대목도 값진 성과였다. 그런데 환호의 여운이 채 가시지도 전에 트럼프 대통령의 반전 돌발발언이 나와 당황스럽다. 늘 가변적이어서 예측 불허인 트럼프 대통령과의 협상은 끝날때까지 끝난 게 아님을 실감하게 한다.

트럼프는 2일(현지시간) CBS와의 대담에서 엔비디아의 가장 진보된 AI 블랙웰 칩은 미국 기업에만 제공되며 중국과 다른 나라에는 제공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랙웰 칩의 어떤 버전이든 중국 기업에 판매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미국 내 대중 강경파들도 비판해왔다. 그들은 이 기술이 중국의 군사력을 대폭 강화하고 AI 개발을 가속화할 것을 우려하면서 “중국에 블랙웰 칩을 판매하는 것은 이란에 무기급 우라늄을 제공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문제는 앞서 엔비디아의 황 CEO가 한국 정부와 삼성전자, SK그룹, 현대차그룹, 네이버 클라우드 등에 26만장의 블랙웰 기반 GPU를 공급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트럼프의 말이 사실이라면 우리 기업들은 미래산업의 판도를 바꿀 AI 대전환에 심대한 차질을 빚게 된다. APEC을 계기로 블랙웰 GPU 5만장을 공급받기로 업무협약을 체결한 현대차는 당장 자율주행차 사업 등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한국의 핵잠 건조를 승인했지만 미국 필리조선소에서 만들어야 한다는 트럼프의 발언도 우리를 곤혹스럽게 한다. 우리의 구상은 핵연료 재처리와 농축 우라늄 공급을 제한하는 한미원자력협정을 개정해 미국으로부터 연료를 받아 한국서 핵잠을 건조하는 것이다. 그런데 트럼프가 핵잠 건조 장소로 한화오션이 인수한 필리조선소를 지목하면서 일이 꼬였다. 필리조선소는 지금 잠수함을 건조할 시설과 전문인력, 관련 부품을 조달할 협력업체 등 산업생태계가 미비해 핵잠 건조가 하세월일 수 있다.

중국 견제가 최상의 목표인 미국이 최첨단 AI칩의 대중 수출을 막는 것을 뭐라하기 어렵다. 또 한국 핵잠을 미국 조선업 부활(마스가)의 지렛대로 쓰려는 의도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한국은 엔비디아 GPU의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고 있고, 마스가를 실현시킬 핵심 동맹이다. 미국과 한국은 일방적 시혜의 대상이 아니고 상호 윈-윈 관계임을 집중 부각해야 한다. 후속협상에 만전을 기해 APEC의 값진 성과를 지켜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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