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의 관세협상이 3500억달러 투자 해석을 둘러싼 이견으로 난항에 빠진 가운데 유럽과 중국의 보호주의 무역 공세까지 덮쳐 한국무역이 삼각파고에 휩싸이는 형국이다. 중국 상무부는 9일 전략 광물인 희토류와 관련 기술의 수출통제를 강화하는 조치를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사마륨·네오디뮴·디스프로슘 등 주요 희토류뿐 아니라 제련·분리·재활용 등 전 공정 기술을 허가 없이 해외로 반출할 수 없다고 공표했다. 세계 희토류의 70%를 생산하는 중국이 지난 4월 단행한 ‘희토류 무기화’의 고삐를 더 세게 당기고 있는 것이다. 앞서 한국 철강의 최대 수출처인 유럽연합(EU)은 철강 관세를 두 배(25%→50%)로 높이고 무관세 쿼터를 축소키로 했다. 미국에 이어 유럽마저 역내 철강업계 보호를 내세워 이같은 조치를 취하면서 중국의 저가 공세에 시달려온 한국 철강업계는 삼중고에 처했다.
중국이 희토류 관련 수출 통제 수위를 높인 것은 미국을 겨냥한 보복 조치라는 해석이 많다. 지난달 미국의 수출 통제 강화 조치에 대한 맞대응이자 이달 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경주에서 미·중정상회담을 앞두고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일종의 ‘신경전’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그 불똥이 우리 기업들에 튈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이 이번에 통제하겠다는 희토류들은 우리의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와 자동체 등에 쓰이는 핵심 소재들이다. 특히 디스프로슘은 영구자석의 고온 내구성을 강화하는 필수 첨가제로 중국이 공급망의 90%를 독점하고 있다. 이런 소재들이 중국의 수출 승인 대상이 되면 생산차질과 납기 지연으로 우리 기업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 공세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어서 주요 대기업은 공급처 다변화와 재고 확보로 당장 단기적으로 급격한 충격이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사태가 장기화하면 사정은 달라진다. 호주·베트남·몽골·브라질 등으로 희토류 공급망을 다원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재활용 기술과 대체 소재 개발에 대한 투자 지원을 늘려야 한다. 중국의 집중 견제를 받아온 일본이 이같은 방식으로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EU와 중국의 관세·비관세 공세는 미국이 주도하는 보호무역이 도미노처럼 전방위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을 일깨운다. 교착상태인 대미 관세협상에서 보듯 개별기업으로선 대응에 한계가 있어 정부의 유능한 협상 능력이 절실하다. 이달 경주 APEC 정상회의는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관세와 자원무기화와 예봉을 피하고 글로벌 공급망을 다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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