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관 농성’ 둘러싼 졸업생 의견 분열에 답 찾기 어려워
-교수협 비대위 공식 출범…공동회장단 포함 교수 11명으로 구성
-학생 측엔 “‘달팽이 민주주의’ 개선점 찾아라”
-학교 측엔 “최 총장 사퇴 가능성까지 열어둬야”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이화여자대학교 교수협의회가 주도해 운영하는 ‘교수비상대책위(비대위)’가 본격 가동되며 사실상 소통이 단절된 학교측과 본관에서 점거 농성 중인 재학생 및 졸업생간의 대화 회복을 위한 교수사회의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하지만 본관 점거 농성 및 학내 경찰 진입을 둘러싸고 졸업생들간에 의견이 나뉘며 3주째 지속되고 있는 이화여대 학내 분규 사태의 종착지는 갈수록 미궁에 빠지는 모양새다.
17일 이화여대 교수협의회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후 4시부터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인문관에서 비대위 첫 회의가 열렸다. 이는 ‘미래라이프 대학’ 설립으로 인해 불거진 이대 학내 분규 사태가 발생한 지 20일만이다.
비대위는 교수협 공동회장단인 김혜숙ㆍ정문종ㆍ정혜원 교수 3명을 포함해 총 11명으로 구성됐다.
비대위는 지난 11일 교수 120여명이 모여 학내 분규 사태에 대한 해결책을 도출하기 위해 개최한 교수토론회에서 설립하기로 결의됐다. 16일 공식 출범에 앞서 비대위는 본관 농성학생들을 2회 방문해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비대위는 학생들이 취하고 있는 ‘달팽이(느린) 민주주의’의 장단점에 대해 의견을 전달하기도 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학생들이 사법처리의 위험성 때문에 대표의 개념이 모호한 형식을 취하고 있는 상황은 십분 이해한다”며 “지금 시점에서는 사태의 해결을 위해 학생들이 지속성과 일관성을 갖는 안정적인 구조 하에서 여러 당사자들과 직접 대화에 나설 필요가 긴박하며, 의도치 않더라도 대화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대화 회피 또는 거부로 인식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학생들에게 불리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고 했다.
비대위는 장명수 이화여대 법인 이사장 및 최경희 총장과도 만나 사태 해결을 위한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비대위는 최 총장의 사퇴를 비롯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학교측이 학생들과 대화에 나설 것을 거듭 촉구했다. 김혜숙 이화여대 교수협 공동회장은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농성측에서 최 총장의 사퇴만이 유일한 해결 방안이라 말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 총장 사퇴만은 안된다고만 이야기한 뒤 대화하자면 어떻게 가능하겠냐”며 “오히려 학생들의 화만 불러올 뿐이라는 점을 지적했고, 이에 대해 최 총장과 장명수 이화여대 이사장 모두 별다른 말이 없었다”고 했다. 이어 “정확한 해결 방안을 금세 도출하겠다는 것보다 현재 문제되고 있는 상황을 다 같이 인식하고 의견이 나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 공유하자는 의미에서 면담이 진행됐다”며 “다음 면담 시기가 확정되진 않았지만 언제든 필요할 때면 (이사장과 총장을) 만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대위가 학내 분규 사태 해결에 얼마나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지수다. 비대위의 만남 이후에도 학교측은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보직교수들이 일괄 사퇴한 상황에서 최 총장의 사태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는 입장이고, 농성측 역시 최 총장의 사임만이 본관 점거 농성을 풀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는 기존의 입장에서 한 발자국도 물러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농성측을 비판하는 졸업생들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공론화되며 상황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이화여대 정상화를 바라는 졸업생들의 모임’이라고 밝힌 졸업생들은 지난 16일 “농성 중인 재학생들이 총장사퇴 불응 시 대규모 시위 강행과 불법점거 지속 등으로 협박하는데 이는 형법상 다중 위력에 의한 강요죄와 협박죄 및 업무방해죄 등 범죄행위”라며 “학생들이 신속히 점거 농성을 풀고 자신의 행위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어 “학생들이 회의에 참석했던 평의원 교수 및 교직원 등 피해자 8명을 불법 감금해 평생교육 단과대학 설립 철회에 강제 서명을 종용했고 그 중 5명을 무려 46시간 동안 불법감금 및 심각한 인권 침해를 했다”며 “학생들을 돕기 위한 대규모 시위 참가 및 지원금 모금 등은 불법행위에 대한 방조 등으로 공동죄책을 구성하게 되고, 점거 학생 및 졸업생들은 서면 대화만 고집하고 있는데 이는 사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사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전혀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졸업생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상황에 대해 이화여대 소속 한 교수는 “그동안 학교 대 학생ㆍ졸업생의 대립구도가 선명했지만, 이번 일로 학생ㆍ졸업생 내부에서 분열이 발생하며 보다 복잡한 양상을 띄게 됐다”며 “사태를 해결하는데 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되며, 학내 분규 종료 이후에도 구성원간의 분열로 인해 남을 후유증이 우려된다”고 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