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청년·중장년 대상 1인 가구 요리 클래스 진행

“배달음식, 냉동식품 먹다 요리에 관심이 생겼어요”

“혼자 사는 사람들에겐 외로움이 가장 큰 적, 이런 기회 많았으면”

1인가구 요리 클래스에서 완성된 닭가슴살 크림스튜. [강남구 1인가구 커뮤니티센터 제공]
1인가구 요리 클래스에서 완성된 닭가슴살 크림스튜. [강남구 1인가구 커뮤니티센터 제공]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오늘 요리는 닭고기 크림스튜입니다. 아주 맛있지만 칼로리가 높으니 식사하고 바로 주무시면 후회할 겁니다. 하하”

요리 클래스 강사가 오늘의 메뉴를 소개하자 참여한 8명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그건 기자도 마찬가지였다. 한창 허기가 오를 시간인 저녁 7시, ‘닭고기 크림스튜’라는 단어는 침샘을 자극하기 충분한 촉매제였다.

이곳은 서울 강남역 인근에 있는 ‘강남구 1인가구 커뮤니티센터’ 내 공유 주방. 여기서는 지난 4월부터 매주 평일 저녁 요리 클래스가 열리고 있다.

센터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참가자는 혼자 살고 있는 1인 가구원들이다. 지난 22일에 진행된 클래스는 20~30대 직장인과 대학생으로 구성된 건강한 청년 밥상이었다. 기자도 이날 일일 참가자로 클래스에 함께 했다.

5월 클래스는 닭가슴살을 활용한 요리가 주제다. 지난 1주 차에는 닭가슴살 포케, 2주 차에는 닭가슴살 통밀또띠아를 만들었고 3주 차 메뉴는 치킨 알라킹(크림스튜)이다.

1인가구 요리 클래스에서 참가자들이 요리를 하고 있다. [강남구 1인가구 커뮤니티센터 제공]
1인가구 요리 클래스에서 참가자들이 요리를 하고 있다. [강남구 1인가구 커뮤니티센터 제공]

이선희 강사는 “오늘 쓸 면은 ‘페튜치니’라고 일반 파스타 면보다 넓으니 더 오래 삶아줘야 해요”라며 “닭가슴살은 그냥 볶으면 맛이 없으니 소금, 후추로 미리 밑간을 해야 합니다. 어렵지 않죠?”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강사의 말에 집중하며 부지런히 손을 움직였다. 다소 어설픈 칼질이나 조리도구 사용 등이 보이기도 했지만 세 번째 수업이어서 그런지 대부분 능숙하게 강사의 지시대로 요리를 해냈다.

클래스에 참가한 박모(30)씨는 “집에서도 먹고 싶은 게 있으면 해먹긴 하는데 아무래도 재료 준비며 처음 하는 메뉴를 하려면 생각보다 쉽지 않다”며 “여기서는 강사님이 알기 쉽게 설명해 주시고 시범도 보여주시니 귀에 쏙쏙 들어온다”고 말했다.

다른 참가자 이재성(33)씨는 “원룸에 살다 보니 요리를 하고 싶어도 주방 공간에 한계가 있다”며 “그동안에는 기껏해야 김치볶음밥에 달걀후라이가 전부였는데 여기와서 진짜 밥다운 밥을 먹는 기분”이라고 만족스러워했다.

이선희 요리 강사가 오늘의 요리 재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남구 1인가구 커뮤니티센터 제공]
이선희 요리 강사가 오늘의 요리 재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남구 1인가구 커뮤니티센터 제공]

이렇게 강사의 지시대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인 결과 수업 시작 1시간 만에 맛있는 닭고기 크림스튜가 완성됐다. 참가자들은 공유 주방 한쪽에 마련된 식탁에서 오늘 만든 요리를 먹으며 “너무 맛있어요”, “집에서도 꼭 해 먹어 볼게요”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김모(28)씨는 “혼자 살다 보니 배달 음식이나 냉동밥 등 대충 먹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리 클래스에 참여하고 요리에 관심이 생겼다”며 “특히 재료 손질법이나 재료에 대한 설명 등을 들으니 더 재밌고 애정이 생긴다”고 말했다.

특히 참가자들은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여 같이 식사를 해서 즐겁고 맛도 더 좋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시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외로움 없는 서울’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1인가구를 위한 소셜다이닝(Social Dining)’은 비슷한 관심사 등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 요리와 식사를 하며 인간관계를 맺는 프로그램이다.

중장년과 청년으로 대상을 나눠 진행되고 있는데 중장년층은 22년부터, 청년층은 23년부터 시작했다. 올해부터 중장년 대상 행복한 밥상은 25개 전 자치구에서, 청년 대상 건강한 밥상은 11개 자치구로 확대 운영 중이다.

참여자들의 만족도는 높다. 참여자 설문조사 결과 약 95%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센터에 따르면 한 번 참여한 뒤 또다시 참여하고 싶다는 요청도 많다고 한다.

김씨는 “한 달 4회는 좀 짧은 거 같다. 같이 클래스를 듣는 멤버들과도 좀 친해 질려니 끝이다”며 “1인 가구에게는 외로움이 가장 큰 병이다. 다른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이런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인가구 요리 클래스에서 완성된 요리를 함께 식사하는 모습. 손인규 기자
1인가구 요리 클래스에서 완성된 요리를 함께 식사하는 모습. 손인규 기자

이순희 강사는 “처음 오실 때는 좀 위축되고 방어적인 모습이었는데 2~3회 지나면서 먼저 말도 걸고 자기가 좋아하는 요리 좀 가르쳐달라고 요청도 하신다”며 “이 시간을 통해 서로 대화하고 식사하며 공감할 수 있어 좋아하시는 거 같다”고 말했다.

통계청 인구총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 전체 414만 가구 중 1인 가구는 162만으로 39.3%를 차지하고 있다.

원경진 서울시 생활지원팀장은 “횟수를 늘려 달라 등 만족도가 높아 앞으로도 해당 사업을 지속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iks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