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및 무역전쟁 격화…성장 하방요인으로 작용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7%로 0.3%포인트(p) 하향 조정했다.
미국의 관세 조치로 세계 교역이 급격히 위축된 상황에서 금융위기와 부채위기 등 복합적인 리스크가 겹치며 글로벌 성장이 제한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과 중국이 ‘관세 90일 유예’에 합의했지만, 세계 경제 전반에 미칠 부정적 영향은 여전히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KIEP는 13일 발표한 ‘2025년 세계 경제전망 업데이트’에서 올해 세계 경제가 2.7%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작년 11월 제시한 기존 전망(3.0%)보다 0.3%포인트 낮은 수치로, 닷컴 버블, 글로벌 금융위기, 팬데믹 시기 등을 제외하면 21세기 들어 가장 낮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윤상하 국제거시금융실장(왼쪽)이 13일 정부세종청사 기재부 브리핑실에서 2025년 세계 경제전망(업데이트) 보고서 출간에 맞춰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올해 세계 주요 지역별 경제전망을 설명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시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연합]](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5/13/rcv.YNA.20250513.PYH2025051307250001300_P1.jpg)
연구원은 올해 세계 경제 키워드로 ‘격변의 무역 질서, 표류하는 세계 경제’를 제시하면서 ▷관세 및 무역전쟁 격화 ▷인플레이션 재발과 통화정책 불확실성 ▷ 역자산효과와 금융 불안 및 부채 위기 등이 복합적으로 성장의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번 전망은 미국이 보편 관세 10%를 유지하고 중국과 협상을 통해 당초 ‘100%대 상호관세’보다 낮은 수준의 세율을 적용할 것으로 보고 분석한 내용이다.
미·중은 전날 협상을 통해 상호 관세를 90일간 유예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미국이 중국 상품에 매긴 관세는 145%에서 30%로, 중국이 미국산 제품에 매겼던 보복관세 125%는 10%로 낮아진다.
다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윤상하 KIEP 국제거시금융실장은 “전날 미국과 중국이 합의한 관세율은 이번 전망의 전제보다도 조금 더 낮은 수준”이라며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는 차원에서 성장률 자체를 크게 바꿀 정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의 성장률 전망이 2.1%에서 1.3%로 0.8%포인트 하향 조정됐다.
KIEP는 “지난 3년간 미국 경제 성장의 중요한 축이었던 소비 지출은 둔화하는 추세”라며 “민간 투자 증가는 사실상 정체 상태이며 미국 행정부와 의회는 적극적인 연방 정부 지출 삭감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적극적인 관세 정책에도 올해 미국 무역수지 적자는 작년보다 크게 줄지 않을 수 있다”며 “상반기에는 오히려 적자가 급격하게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유럽은 미국 보호무역주의 심화에 따른 무역·투자 위축과 불안정한 국내외 정치 상황 등이 하방 요인으로 작용해 0.8%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종전 전망과 비교해 독일은 0.8%에서 0.0%로, 프랑스는 0.9%에서 0.6%로, 영국은 1.4%에서 1.0%로 각각 전망치를 조정했다. 일본은 미국 관세 여파로 수출과 설비투자가 위축돼 0.6%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기존 전망 대비 0.4%포인트 하향 조정된 수치다.
중국은 미중 갈등과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4.1% 성장에 그칠 것으로 분석됐다. KIEP는 “중국 정부의 소비 촉진 정책인 이구환신 정책과 건설 인프라 투자 확대 등으로 내수가 증대하겠으나, 미국 관세 부과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가 소비 및 투자 심리 위축으로 이어져 성장을 제한할 것”이라고 봤다.
아세안 5개국의 경우 미국의 관세 부과로 교역 불확실성이 커지며 성장률이 다소 둔화(4.6%)할 것으로 전망됐다.
KIEP는 내년에는 세계 경제 성장률이 2.9%로 소폭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은 1.6%, 유럽 지역은 1.0%, 일본은 0.4%, 중국은 4.0% 성장할 것으로 각각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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