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고려대학교 총학생회가 학내 여성·소수자 인권기구를 통폐합하면서 학생들과 졸업생들의 반발이 거세다. 이들은 총학의 조치가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행위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고려대 학내인권단체협의회는 13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서울캠퍼스 중앙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학생위원회(여위)와 소수자인권위원회(소인위)를 합병하고 감사위원회를 신설하려는 총학생회의 결정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학내 인권 특별기구 소속 재학생과 졸업생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협의회는 여위와 소인위의 합병이 사실상 여성과 소수자 권리를 대변하는 기구를 해체하려는 시도라며 반발했다. 여위는 고려대 총여학생회의 후신으로, 34년간 여성 인권을 담당해왔다. 두 기구의 통합안은 지난 6일 열린 전체학생대표자회의(전학대회)에서 의결됐다.
협의회는 “학내 인권 자치 기구에 대한 징계성 통폐합과 감사 기구 설치는 여성, 젠더, 소수자 등 권리 의제를 전담하는 특별 기구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심각하게 저해한다”며 “사회적 연대를 실현하는 민주적 학생 사회의 발전을 후퇴시키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한, 총학생회가 특별기구 사업 전반에 대해 감사를 실시하고, 사무실과 물품을 봉인·조사할 수 있는 감사위원회를 신설하려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협의회는 “이미 예결산특별위원회와 전학대회를 통해 정기 감사를 받는 특별기구를 대상으로 또 다른 상설 감사체계를 도입하는 것은 이중 감사”라며 “학생자치기구에 국가기관 수준의 압수수색 권한을 부여하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 직후 협의회는 여위와 소인위의 합병 결정에 대한 이의제기 소명서를 총학생회에 제출했다. 고려대 학칙에 따르면 징계 결정 후 7일 이내에 이의제기 소명서를 제출하면, 중앙운영위원회는 이를 검토해 징계 여부를 다시 결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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