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4일 만에 ‘험지’ TK 방문
경제 우선 행보로 산업지역 찾아
중도·보수 부동층 표심 잡기 해석
김문수 고향서 “모든 부분 죄송”
TK신공항 건설·군부대이전 약속
큰절 세리머니 “위대한 박정희”
이준석 “金은 이재명 못 이긴다”
보수텃밭 상륙 ‘동탄 모델’ 전략
“대구, 과거 아닌 미래 택할 것”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이틀째인 13일 TK(대구·경북) 공략에 나선다. ‘골목골목 경청투어’라는 이름으로 지난 9일 경북 지역을 순회한지 나흘 만에 다시 방문하는 것이다. 산업 중심 지역을 돌면서 ‘경제 우선’ 행보를 이어가는 동시에, 험지이자 보수의 텃밭으로 꼽히는 TK에서 중도·보수 부동층 표심 잡기에 집중하면서 선거운동 초반부터 공을 들이는 행보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경북 구미시 구미역 광장 유세로 공식 일정을 시작한다. 이후 대구광역시, 경북 포항을 거쳐 저녁에는 울산광역시 유세로 공식 일정을 마무리하는 계획을 세웠다.
조승래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장(수석대변인)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중앙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가 주도 산업화 중심지를 방문하는 오늘(13일) 일정은 국민 통합과 지역 균형 발전을 반드시 이뤄내겠다는 이 후보의 강력한 의지”라고 설명했다.
조 공보단장은 이 후보의 이날 첫 방문 지역인 구미에 대해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이자 국가산업단지로 대표되는 수출 핵심기지”라고 했다. 대구에 대해선 “섬유·패션 산업의 메카”, 포항을 두고선 “대한민국 철강 산업의 심장”이라고 각각 지칭했다. 그러면서 “대구·경북은 대한민국 경제 성장의 주역”이라고 했다. 또 이날 저녁 이 후보가 방문하기로 계획한 울산은 “대한민국 산업 수도”라고 언급했다. 이 후보의 선거운동 둘째날 일정과 동선도 ‘경제 성장’ 행보의 연장선이라는 취지다.
공식 선거운동 첫날이었던 전날(12일) 이 후보는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 출정식 이후 경기 성남 분당 판교, 화성 동탄 및 대전광역시를 차례로 방문했다. 판교에는 IT기업이 밀집해 있고, 동탄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있다. 대전에는 대덕연구단지가 있다. 민주당은 세 지역의 특성을 각각 ‘K-혁신’, ‘K-반도체’, ‘K-과학기술’로 명명하면서 ‘K-initiative(이니셔티브)’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K-이니셔티브는 이 후보가 대선 출사표를 던지면서 “세계를 여러 영역에서 선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내세웠던 개념이다. 이 후보의 10대 공약 중 첫번째가 ‘세계를 선도하는 경제강국’이기도 하다.
이 후보의 TK 방문은 4일 만이다. 앞서 이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시작 전인 지난 9일에도 경주, 영천, 칠곡, 성주 등 경북 지역을 돌면서 시민들과 만났다. 시간을 쪼개서 쓰는 대선 후보가 불과 며칠 만에 같은 권역을 재방문하는 것이다.
이러한 행보를 두고 ‘중도·보수 표심 공들이기’라는 해석도 나온다. TK로 불리는 대구·경북 지역은 흔히 보수의 텃밭으로 분류되는데, 이번 대선에서 가능한 한 많은 표를 끌어와야 직전 대선 같은 ‘석패’ 가능성을 없앨 수 있다는 것이다.
TK는 민주당이 전국 단위 선거에서 가장 낮은 득표율을 기록하는 곳이다. 2022년 치러진 20대 대선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이 후보는 대구에서 21.60%의 득표율(34만5045표)을 기록했다. 경북에선 23.80%(41만8371표)의 득표율을 나타냈다.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후보가 대구에서 75.14%(119만9888표), 경북에서 72.76%(127만8922표)의 득표율을 각각 기록했는데 대구·경북에서 두 사람의 표 차이가 170만표 이상 났던 것이다. 지난 대선 때 이 후보가 0.73%p(24만7077표) 차이로 패배한 것을 감안하면 TK에서의 격차가 뼈아플 수밖에 없던 셈이다.
이 후보는 전날 광화문 출정식에서 “저의 부족함으로 인해 우리는 지난 대선에서 아쉽게도 졌다”며 “패배도 아팠지만 패배 그 이후가 더욱 아팠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죄스러움과 괴로움의 무게만큼 더 깊이 성찰했다”며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더 지독하게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전날 페이스북에 ‘낭만의 정치인 홍준표를 기억하며’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것 역시 부동층을 잡기 위한 차원이란 해석이 나온다.
안대용·양근혁 기자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제21대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2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출정식에서 선대위원장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5/13/rcv.YNA.20250512.PYH2025051219380001300_P1.jpg)
6·3 대선 공식 선거 운동 기간 이틀째인 13일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보수의 심장’ 대구를 찾았다. 국민의힘 후보가 아닌 자신이야말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맞서 싸워 이길 수 있는 ‘보수 적자’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대구 달서구 죽전네거리에서 출근길에 나선 시민들을 상대로 피켓 유세를 진행했다. 이 후보의 일정은 ▷경북대 학생들과 점심 식사 ▷대구 의료 현안 간담회 ▷칠성시장 상인회 간담회 ▷2·28공원 집중 유세 등 다양한 연령·분야의 지역민과 만남으로 채워졌다. 이 후보는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마이크를 잡고 지지를 호소했을 때 지나가는 차량들에서 보이는 반응이나 이런 것들이, 결국에는 ‘대구도 변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정도”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날(12일)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대선 출정식을 연 이 후보가 대구부터 찾은 건 이번 조기 대선 국면 초기부터 보여 온 ‘대구·경북(TK) 공들이기’ 일환으로 해석된다. 이 후보는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직후와 예비후보 등록 직후를 비롯해 여러 차례 TK를 방문했다.
이 후보는 이번 대선 이재명 후보와 ‘일 대 일’ 구도를 만드는 일명 ‘동탄 모델’ 전략을 세웠는데, 이를 위해서는 보수 텃밭 표심을 확실히 사는 게 선결 과제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중 상대적으로 약체인 국민의힘 지지율이 20%에 그친다면, 민주당과 ‘40 대 40’ 싸움에서 신승(辛勝)했던 지난해 4월 총선 경기 화성을의 승리 전략을 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전날 국회 기자회견에서도 “이번 대선은 개혁신당과 민주당의 한판 승부처가 될 것이고, 이준석과 이재명의 일 대 일 대결장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대구 유권자들에게 국민의힘이 아닌 개혁신당이 진정한 보수 정당이며, 자신이 ‘이재명 민주당’과 오롯이 겨룰 수 있는 대적자라는 점을 부각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민의힘을 향해서는 12·3 비상계엄 및 윤 전 대통령 탄핵 사태에 큰 책임이 있고, 대선 후보 선출 과정에서 비민주적 행태를 보였다며 연일 비판 중이다.
이 후보는 이날도 “김문수 후보 같은 경우에는 이미 10년 전에 대구에서 국회의원에 도전했을 때 김부겸 총리한테 졌던 분”이라며 “아주 큰 표차로 대구시민들은 김 후보를 거부했던 이력이 있다”고 꼬집었다. 김 후보는 지난 2016년 총선 대구 수성갑에서 김부겸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상대로 3만표가 넘는 표차로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이 후보는 “김 후보의 이번 선출 과정이 파란만장해 일정한 동정 여론은 있을 수 있겠지만, 김 후보가 미래를 상징하는 후보라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실제로 김문수 후보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이기는 것은 어렵다라고 많은 분들이 판단할 것이라고 저는 생각한다”라며 “이준석을 통해서, 언더독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 그리고 다윗과 골리앗의 시나리오, 이런 것들을 바라는 국민들이 늘어나지 않을까”라고 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힘과 ‘반이재명 빅텐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내정된 김용태 의원이 ‘빅텐트 가교’가 될 것이란 시각에 대해서도 “전혀 가능성 없다”고 잘라말했다.
김해솔 기자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1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열린 대구경북 선대위 출정식 및 임명장 수여식에서 피켓팅을 하고 있다. [연합]](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5/13/rcv.YNA.20250513.PYH2025051302190001300_P1.jpg)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13일 “대구, 경북이 반드시 대한민국을 더욱 위대하게 만들 것”이라며 대구경북(TK) 신공항 건설, 군부대 이전 등을 통해 지방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김 후보는 이날 의원들을 향해 두 차례 큰 절을 하는 것은 물론 박정희 전 대통령을 재차 언급하며 ‘보수 텃밭’ 다지기에 나섰다.
김 후보는 이날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열린 대구경북 선대위 출정식에 참석해 “대구경북 신공항 이전부터 모든 문제의 진도가 안나가고 있는 부분에 대해 죄송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후보는 두 차례 큰절을 하며 “국민들을 겸손하게 섬기고, 낮은 자리에서 국민들을 높게 섬기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김 후보는 이에 앞서 대구 동구 소재 국립신암선열공원도 참배했다.
김 후보는 대구경북이 대한민국 발전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함을 강조하며, 박 전 대통령을 재차 언급했다. 김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을 “위대한 세계적 지도자이자, 가난을 없애고 세계 최강의 제조업, 산업혁명을 이뤘다”며 “젊었을 때 저는 박 전 대통령을 반대했는데, 철이 들어서 보니까 제가 잘못했단 걸 알았다”고도 말했다. 이후에 박 전 대통령 묘소에 가 “꽃을 바친다, 참회한다”고도 했었다고 덧붙였다.
김 후보는 TK 발전을 위한 계획도 밝혔다. 그러면서 “대구경북 신공항이 잘 되고, 철도나 고속도로도 잘 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제가 지원하겠다”며 “군부대 이전도 제 때 돼서 잘 될 수 있도록 확실하게 지원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 후보는 이날까지 1박 2일 영남권 집중 유세에 나서고 있다. 이같은 행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의식한 것으로도 보인다. 이 후보도 오늘 경북 구미시, 대구광역시, 경북 포항시, 울산광역시를 차례로 방문해 집중 유세를 이어간다.
김 후보는 이 후보를 겨냥해 “(나는) 평생 결혼하고 난 뒤 총각이라고 속여본 적 없다”며 “김문수는 거짓말하는 사람 아니다라는게 알려졌는데, 그래도 못 믿는 분 계시면 손들어달라”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신동욱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수석대변인도 이날 기자들을 만나 “이 후보가 영남사람이라고 하는데, 위선과 가짜”라고 비판했다.
전일 서문시장 방문에 이어 이날 지방시대 언급을 이어간 것도 ‘1호 공약’인 민생경제 활성화 의지를 부각하려는 의지도 읽힌다. 국민의힘 정책총괄본부(본부장 김상훈)는 이날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원단(가칭)’ 설치, 50만원 규모의 ‘소상공인 부담경감크레딧’ 등을 골자로 하는 골목상권 활성화 공약을 내놓기도 했다.
청년층 공략을 위해서는 “서울대학교 이상으로 (대구경북 소재) 대학을 확실하게 밀어드리겠다”며 “교육과 연구개발, 창업을 하나로 합해 대구경북이 거점 이뤄져서 젊은이가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향후에도 김 후보는 TK를 적극 공략하는 것과 동시에 중도층 포섭도 지속적으로 시도할 전망이다. 김 의원은 전날 “계엄으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는 국민들께 진심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처음으로 계엄과 관련해 처음으로 공식 사과했다.
아울러 ‘1990년생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 카드를 꺼내는 것 또한 탄핵 국면 뿐 아니라 기존의 ‘올드한’ 이미지를 탈피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서정은·주소현·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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