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6일 대법원 국정감사 실시
올해도 ‘이석(離席) 충돌’ 벌어지나
조희대 “국감을 통해 이야기하겠다”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대법관 인선 문제를 둘러싼 사법부와 여권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가운데 국회의 대법원에 대한 국정감사가 임박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조희대 대법원장을 일반증인으로 채택해 재제청 거부 경위와 법적 근거를 직접 따져 묻겠다고 벼르고 있다. 지난해 조 대법원장의 ‘이석(離席)’ 여부를 둔 충돌로 국감장이 아수라장이 됐던 장면이 재연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28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다음 달 6일 대법원에 대한 국정감사를 실시한다. 법사위는 지난 21일 조 대법원장을 대법원 국감 기관증인으로 출석 요구하는 안건을 민주당 주도로 의결했다. 다만 조 대법원장을 질의·답변을 위한 일반증인으로 별도 채택하는 문제는 이날 오후 추가 논의를 통해 결정하기로 했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출근길에서 취재진과 만나, 청와대의 대법관 재제청 요구를 거부한 것과 관련해 “(청와대의) 요청 자체가 재제청하라고만 왔다”며 “(대법원의) 답변도 결론만 내서 여러분들이 궁금한 게 많다고 들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런 내용들을 앞으로 국정감사 등을 통해서 이야기하겠다”라며 “궁금한 게 있으면 공보관을 통해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대법원 국감은 청와대와 대법원의 정면충돌 직후 열린다는 점에서 어느 때보다 긴장감이 높다. 앞서 조 대법원장은 지난 22일 입장문을 통해 청와대의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구에 공개적으로 거부했다. 그는 청와대가 지난달 28일 보낸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청’ 문서에 재제청을 요구하는 구체적인 사유와 헌법적 근거가 적혀 있지 않다며 “달리 재제청 요청을 정당화할 구체적인 헌법적 근거와 사유를 찾을 수 없다. 그러므로 재제청 요청에 응할 수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곧장 조 대법원장의 입장이 “헌법에 위배되는 인식”이라고 비판했다. 그 다음 날인 23일에도 조 대법원장과 청와대는 각각 입장문을 추가로 내고 공방을 이어갔다.
갈등은 지난 3월 퇴임한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 인선 과정에서 발생했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추천위)가 지난 1월 4명의 후보자를 추천했지만, 청와대와 대법원이 최종 후보자를 두고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인선은 반년 넘게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조 대법원장이 지난달 18일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서면으로 제청하자 청와대는 열흘 뒤인 같은 달 28일 “실질적 협의 없는 일방적인 서면 제청”이라며 재제청을 요구했고, 조 대법원장이 이를 거부하면서 양측의 갈등은 정면충돌 양상으로 번졌다.
여당은 국감에서 재제청 거부 경위와 근거를 따져 묻겠다며 벼르고 있다. 민주당 소속 일부 법사위원들은 조 대법원장을 일반증인으로 채택해 직접 질의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사법부 겁박”, “삼권분립 훼손”이라며 맞서고 있다.
지난해 국감에서도 대법원장 출석 문제를 둘러싼 여야 간의 충돌이 벌어졌다.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의 이석을 허용하지 않고 직접 질의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앞선 국감에선 대법원장이 기관장 자격으로 출석해 인사말을 한 뒤 이석하고 법원행정처장이 실질적인 질의에 답변하는 관례를 이어왔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일이었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해 10월 13일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 국감에서 인사말 후 퇴장할 계획이었지만 당시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이석을 막으면서 약 90분 동안 자리를 지켰다. 추 전 위원장은 조 대법원장을 증인이 아닌 참고인 신분으로 전환하고, 법사위원들의 질의를 강행했다. 천대엽 당시 법원행정처장이 대법원장 이석을 위한 발언권을 요청했지만 추 위원장은 이를 거부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일제히 법사위원장석으로 몰려가 항의했고, 국회 경위가 출동해 여야 위원들의 충돌을 제지한 뒤에야 조 대법원장은 국감장을 떠날 수 있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여권과 대법원 사이의 갈등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는 점에서 출석 문제를 둘러싼 충돌도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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