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 계열편입 규제 영향
美 경영인 출신이 72%, 日 52%
“전문성 부족에 ‘거수기’ 부작용”
지난해 기준 국내 상장기업 사외이사 중 ‘경영인’ 출신은 15%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의 경우 경영인 출신 사외이사가 한국보다 약 5배, 일본은 3.5배 많다. 공정거래법이 도입된 지 30여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계열편입 규제 등으로 사외이사의 전문성과 독립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대한상공회의소는 상장기업 사외이사 16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9일부터 25일까지 진행한 ‘사외이사 활동 현황 및 제도 개선과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국내 상장기업 사외이사 가운데 학계 출신은 36%, 공공부문은 14%로 교수·전직 관료가 절반을 차지했다. 반면 경영인 출신은 15%에 불과했다. 이는 미국 S&P 500 기업 사외이사에서 경영인이 72%, 일본 Nikkei 225 기업은 52%을 차지하는 데 비해 크게 적은 규모다.
이는 공정거래법상 계열편입 규제 영향이라는 게 대한상의의 해석이다. 계열편입 규제란 사외이사의 개인회사를 대기업 집단의 계열사로 편입하는 제도로 한국에만 존재한다. 산업계에서 이같은 규제로 사외이사 선임을 거절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22년 사외이사 선임 전 지배회사에 한해서만 원칙적으로 계열회사에서 제외하도록 규제를 일부 완화했다.
대한상의 설문에 따르면 국내 상장기업 사외이사 97.9%는 이같은 사외이사 계열편입 규제 완화가 사외이사직 수락 결정에 도움이 되었다고 답했다.
다만 창업외사의 경우 여전히 자동 계열편입되는 만큼 37.7%는 재직기간 중 창업 계획이 있어 사외이사직을 사임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32.1%는 창업 후 조만간 회사 지분을 매각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대한상의는 “외국에는 공정거래법상 계열편입 규제가 없어 다른 기업을 운영하거나 별도 창업계획이 있는 경영인 출신 비중이 매우 높다”며 “경영·산업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경우 이사회 안건에 대해 반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만큼 전문성 부족은 사외이사의 독립성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미국 사례를 보면, 미국 애플 사외이사 7명은 모두 전·현직 CEO다. 아서 레빈슨 칼리코 CEO(의장)를 비롯해 완다 오스틴 전 에어로스페이스 CEO, 알렉스 고르스키 전 존슨앤존슨 CEO 등이다. 반면 대한상의가 비교한 국내 A사의 경우 전 금융위원장, 전 산업부 본부장으로 전직 관료 출신이 2명, 전 싱가포르 투자청 디렉터(Director) 출신인 금융 전문가 1명, 교수 출신 3명이었다.
이는 사외이사가 이사회 안건에 무조건 찬성하는 ‘거수기’로 전락하는 부작용으로도 이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한상의 설문 결과, 사외이사 84.4%는 회사에서 이사회 안건에 대해 사전 의견수렴·토론 등 사전 의견반영 과정을 거친다고 답했다. 55.6%는 이사회 안건에 찬성하더라도 우려사항이나 부작용을 고려해 ‘조건부 의견’을 개진한다고 답했다. 박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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