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국밥의 창업자 겸 대표인 전경훈 씨가 서울 강남구 열정코리아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코리아헤럴드)
열정국밥의 창업자 겸 대표인 전경훈 씨가 서울 강남구 열정코리아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코리아헤럴드)

국밥은 예로부터 서민에게 위로가 되어주는 ‘한국 소울푸드’의 대명사다. 하지만 오래 끓여야 제맛을 내는 고기육수, 그리고 애초 국에 밥을 말아먹는다는 다소 친숙하지 않은 컨셉이 글로벌 K-푸드의 반열에 오르기엔 역부족이었다.

국밥은 ‘한국인만 좋아하는 음식’이란 편견을 깨기 위한 목표로 해외 진출을 준비하는 열정국밥 창업자 전경훈 대표는, 2022년 가맹 사업을 시작해 4년만에 전국 3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올해 제 목표는 역사의 도시, 천년고도 경주에서 열릴 APEC 정상 만찬에 국밥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전 대표는 서울 강남에 위치한 열정코리아 본사에서 코리아헤럴드와 가진 인터뷰 도중 이같이 말하며, 정상급 귀빈들에게 얼큰한 국밥 한 그릇씩 대접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열정국밥은 전통을 뒤엎는 역발상적 브랜딩과 메뉴 간의 새로운 조합 등 창의적인 접근을 통해 한국 국밥 프랜차이즈로 빠르게 자리매김했다.

월 총 100만그릇 이상을 판매하는 열정국밥은 지난 3년간 3000 퍼센트의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현재 매장 당 평균 매출은 월 4천만원 이상이라고 한다.

메뉴 또한 기본에 충실하여 단순하되, 주 7일 먹어도 지루하지 않도록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돼지국밥, 열정해장국, 순대국밥을 포함한 약 15종의 다양한 국밥 종류와 완자고기전, 함박스테이크 등 기존 국밥집에서는 보기 힘든 8종의 곁들임 메뉴가 있다.

전 대표는 브랜드가 빠르고 안정적인 성장세를 기록한 것에 대한 비결을 ‘점주 친화적인 매뉴얼’로 꼽았다.

“이름난 외식 프랜차이즈 식당에서 균일한 퀄리티가 나오지 않는 것은 결국 대표의 잘못이라 생각합니다. 부단히 연구해서 가장 간단하고 쉬운 매뉴얼을 한 페이지로 요약하는 것, 그래서 점주님들이 레시피를 보고 단숨에 기억하고 요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당연한 책임이라고 봅니다. 신메뉴를 만들 때에도 물론 이 원칙에 입각해서 만들고 있습니다.”

열정국밥은 스토리텔링을 담은 광고, 이를 총괄하는 데이터 기반 마케팅도 성공 요소로 꼽았다. 일례로, 매장 환경부터 메뉴와 맛의 선호도에 대한 의견 등 실시간 소비자와 점주들의 구체적인 피드백을 반영해 본사에서 직접 연구하고 개선하고 있다.

특히 젊은 소비자층을 끌어들이면서도 국밥이라는 음식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브랜드 이미지를 차츰 쌓아 나갔다. 특히 매장을 방문하는 손님들 중 여성이 약 55퍼센트, 또 절반 이상이 10~29세 젊은 층이며, 이들이 전체 매출의 60퍼센트를 차지한다는 것에 전 대표는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전했다.

약사 출신인 그에게 팬데믹 여파 당시 지속되는 불경기 속 비교적 성공률이 낮은 외식산업에 뛰어든 계기를 묻자, 약국을 운영하던 중 어느 날 운명처럼 배달 국밥집의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했다.

“당시 휴식없이 일하는 직업 특성상 약국 근처 배달 음식을 먹기 일쑤였죠. 한 끼를 소중히 여기는 저에게는 치킨이나 피자만으로는 입맛을 채우기 어려웠어요. 문득 ‘누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메뉴, 국밥을 따끈하게 배달해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죠.”

이후 시장 조사와 메뉴 연구를 거쳐 2020년 8월,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시기에 열정국밥 1호점을 런칭했다.

“제가 국밥을 사랑하는 것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열정’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브랜드가 어려운 시기 소상공인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랐어요.”

기존의 방식과 틀을 깨는 사고를 즐긴다는 전 대표는, 창업 초기부터 지금까지 식당 인테리어와 메뉴개발, 마케팅 방식도 한결같이 이러한 ‘틀 깨기’ 의 결과물이라 했다.

“맛집이라고 해서 꼭 한 가지 메뉴만을 고집할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물론 국밥이 근본이지만, 햄버그 스테이크 곁들임 메뉴 등으로 전통 국밥집에서 탈피해 발상 전환을 시켜보고 싶었어요. 열정국밥에 오로지 저와 젊고 역량 넘치는 직원들의 창의력을 쏟아 부었는데, 이러한 ‘열정’이 젊은 세대 소비자들에게도 공감대를 형성한 것 같아서 뿌듯합니다.”

국내 300여 개 매장을 보유한 열정국밥은 미국 서부와 일본을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을 추진중이다. (제공 = 열정국밥)
국내 300여 개 매장을 보유한 열정국밥은 미국 서부와 일본을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을 추진중이다. (제공 = 열정국밥)
열정국밥 매장 전경(제공=열정국밥)
열정국밥 매장 전경(제공=열정국밥)

‘열정은 잠들지 않는다’는 신조를 가진 그는, 열정을 통한 한식 프랜차이즈화의 가능성 또한 굳게 믿고 있다.

“그간 한국 외식사업이 해외 진출에 실패한 부분이 있다면, ‘손맛’에 지나치게 의존해 매장들 저마다 맛의 차이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봐요. 글로벌화를 위해선 무엇보다 맛의 ‘일관성’이 중요합니다.”

그의 해법은 다름아닌 ‘표준화’였다.

“우리는 ‘국밥계의 스타벅스’를 목표로 합니다. 홀 뿐 아니라 배달로 어디서 먹어도 같은 맛이 나야 합니다. 배달 시 국물이 변질되는 문제를 기름 제거와 고기 슬라이스 개선 등으로 해결했어요. 특히 젊은 층 입맛에 맞춘 텍스처 개선도 신경 썼는데, 이것이 곧 글로벌화되는 또 다른 비법이라고 봅니다.”

2022년, 유튜브 채널 ‘영국남자’에 소개되며 해외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영국 택시운전사들에게 국밥을 소개한 이 영상은 조회수 760만 회를 돌파했다.

“국경을 뛰어넘은 국밥이 그분들에게도 진심으로 통해 맛있게 드시는 걸 보고 정말 감동했어요.”

전 대표의 다음 목표는 미국 서부와 일본으로의 진출이다. 오프라인 매장보다는 배달 중심 모델로 고밀도 도시 공략을 우선적으로 계획 중이다.

올해 초 미국 방문 중 그는 “미국 외식 문화는 수십 년 동안 별로 바뀌지 않았고, 팁 문화는 더욱 올랐다.”며 이는 곧 건강하고 맛있는 한국 음식으로 현지인들에게 공략할 기회가 더 커졌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미국 소비자들이 국물 요리에 익숙하지 않다는 점을 알고 있기에, 국밥의 매력을 다른 친숙함에서 찾게 하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미국인들은 고기와 소스를 좋아하잖아요. 국밥은 소고기 바베큐를 국물에 넣은 낌이죠. 그래서 국물 비율은 조금 조절할 생각입니다.”

음식 외에도 열정 코리아는 예술 분야로도 사업 영역을 확장 중이다. 브랜드 산하의 ‘열정 갤러리’는 신진 작가들과 협업하며 작품을 전시하는 창작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성장은 모든 존재의 본질적인 동력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직원과 브랜드가 성장하듯, 신진 예술가들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고 싶습니다.”

국내에서의 다음 프로젝트는 경기도에 5월 중 오픈 예정인 ‘독립문 감자탕’이다.

“독립문은 회복력과 도전 정신의 상징인데, 지금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가치라 믿어, 이름을 지었습니다. 물론 이번에도 ‘열정’ 스타일만의 반전이 있는데, 감자탕에 프렌치 프라이를 곁들인 현대식 감자탕 구성을 선보일 거예요. 조합이 궁금하실텐데, 직접 드셔보시면 그 진가를 알 수 있을 겁니다.”

코리아헤럴드 김혜연 기자(hy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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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코리아헤럴드(The Korea Herald) 4월 15일자 8면에 게재된 “Top 100 Global Innovators - Bowls of ambition: Passion Gukbap’s mission to make Korean comfort food global sensation”을 우리말로 다시 작성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