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3.6건, 가구당 14건. 우리나라 보험 가입건수다. 현대인의 필수품으로 여겨지는 신용카드 1인당 보유개수(3.4장)와 비슷한 수준이다.

보험은 한번 가입하면 최소 10년 이상 가져가야하는 장기 계약 상품이다. 그 무게감을 생각하면 언제라도 취소할 수 있는 신용카드와 보유개수가 비슷하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보험은 예상치 못한 위험이나 노후에 대비하기 위한 안전판이다. 정부도 사회안전망 차원에서 보험에 세제 혜택을 부여하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이렇게 중요한 보험에 가입할 때 우리는 그다지 신중하지 않다. 신중하지 못한 과도한 가입으로 보험은 높은 민원율을 자랑하고 있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전체 금융 소비자 민원은 줄었지만 금융권역 가운데 보험민원만 유일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 관련 민원은 1년 전보다 6.3% 증가하며 전체의 64%(4만6000여건)를 차지했다. 보험 민원은 판매단계에서부터 첫 단추를 잘못 꿰면서 시작된다. 보험사는 새로운 상품이 출시 됐거나 주력 상품을 많이 팔기 위해 설계사들에게 상대적으로 높은 수수료를 제시한다. 설계사들은 수수료를 많이 받을 수 있는 상품을 소비자에게 집중적으로 권하게 된다. 해당 소비자에게 필요한지 적당한지의 여부는 제쳐두고 일단 많이 팔고보자는 식의 레이스가 펼쳐진다.

최근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보험사들이 전략적으로 판매를 늘리고 있는 변액보험이 대표적인 예다.

변액보험은 위험을 보장하는 보험과 실적 배당이 가능한 펀드의 특성이 결합된 상품이다. 펀드 투자 운용 실적에 따라 받을 수 있는 돈이 달라진다. 문제는 납입보험료에서 공제되는 사업비 등이 10~15%로 높아 중도 해지할 경우 환급률이 현저히 낮다는 것이다.

특히 요즘처럼 주식시장이 좋지 않아 투자수익율이 낮을 때는 오랫동안 유지해도 원금을 넘기기가 쉽지 않아 가입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하지만 설계사들은 수익률이 0% 이거나 그 이상의 수익을 내는 경우만 해지환급금을 안내하며 가입을 독려하고 있다. 원금 보장을 원하는 소비자나 복잡한 변액보험 상품을 이해하기 힘든 이들에게는 매우 위험한 상품인데도 말이다. 우리나라 보험가입자의 60%는 5년도 안돼 보험을 깨거나 갈아탄다고 한다. 또한 만기까지 유지하는 고객은 10%도 채 되지 않는다. 보험 중도 해지는 가입자의 경제 손실로 이어진다. 한해동안 보험을 지나치게 많이 가입했다가 해약하는 사람들의 경제적 손실이 25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여기에는 신중하지 못한 고객의 책임도 있지만 보험사의 책임도 크다.

약관을 전달했고 상품의 주요 내용도 충분히 설명한 것으로 보험사의 할 일을 다했다고 말할 것이 아니라 고객과 오랫동안 함께 갈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보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없애려면 가입단계부터 양질이 돼야 한다.

한희라 기자hanir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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