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원 방문, 이승만·박정희 묘역 등 참배

수락연설서 14번 언급한 ‘통합’ 행보 일환

반도체 공약 발표…SK하이닉스서 간담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선거 후보가 28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현충탑 참배를 마친 후 대통령 묘소로 향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선거 후보가 28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현충탑 참배를 마친 후 대통령 묘소로 향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첫 행보는 ‘통합’ 및 ‘AI(인공지능)와 반도체’에 방점이 찍혔다. 행보 자체가 메시지인 대선 정국에서 이 후보는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포함한 전직 대통령 묘역 참배로 공식 일정을 시작하고, 이어 반도체 공약 발표로 민주당 대선 후보로서의 첫발을 뗐다.

이 후보는 28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이승만·박정희·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전날(27일) 민주당의 21대 대선 후보로 선출된 후 첫 공식 일정이다.

이 후보는 이날 현충원 방명록에 ‘함께 사는 세상, 국민이 행복한 나라, 국민이 주인인 大한민국, 국민과 함께 꼭 만들겠다’고 적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8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해 방명록에 적은 글. [더불어민주당 제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8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해 방명록에 적은 글. [더불어민주당 제공]

정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되면 해당 후보는 통상 현충원 참배를 첫 공식 일정으로 소화한다. 하지만 이날 이 후보의 참배 일정이 더욱 주목받은 건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까지 참배했기 때문이다. ‘범보수’라고 분류되는 진영 출신의 전직 대통령 중에서도 두 사람에 대한 참배는 민주당 내에서 논쟁 거리여서 이 후보의 이 같은 행보는 ‘국민 통합’ 메시지를 담은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나아가 이 후보는 이날 현장에서 포스코 초대회장을 지낸 박태준 전 국무총리 묘역도 찾았다. ‘철강왕’으로 불린 박 전 총리는 산업화의 주역으로 꼽힌다. 옛 자유민주연합(자민련) 총재이기도 했던 박 전 총리는 김대중 정부 시절 국무총리를 지냈다.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 참배 관련 질문에 “통합 행보의 일환이라는 측면도 있을 수 있다”고 답했다. 이어 “오늘(28일) 아침에도 대표님(이 후보)하고 잠깐 말씀을 나눌 일이 있었다”며 “일시적으로 가령 진보가 보수 코스프레를 하거나 보수가 진보 코스프레를 하는 이런 차원을 넘어서, 경제 회복을 위해서는 국민적 역량을 하나로 모아야 되는 것이 제일 절실하기 때문에 그런 차원에서 우리가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개인의 공과는 있지만 그 직에 대한 예를 다 한다, 저는 그렇게 개인적으로 본다”고 했다.

이 후보는 전날 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 확정 후 후보 수락 연설에서 “더 낮은 자세로 정치의 사명이자 대통령의 제1 과제인 국민통합의 책임을 확실하게 완수하겠다”고 했다. 후보 수락 연설에서 14번 사용하면서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가 ‘통합’이었다.

이 후보와 가까운 의원들 모임인 ‘7인회’ 일원이자 이른바 ‘원조 친명(친이재명)’으로 꼽히는 문진석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수락 연설에서) 주목할 부분은 국민 통합을 강조한 것”이라고 했다. 진행자가 ‘대선 선거대책위원회도 통합에 방점을 두고 꾸려질지’ 질문하자 문 의원은 “아무래도 세 후보가 같이 함께 뛰었기 때문에 선대위에서도 통합의 그런 움직임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모든 세력이 함께 할 수 있는 선대위를 꾸리는 게 맞다”고 했다.

이 후보는 또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반도체 공약을 발표하고, 오후에는 경기 이천시에 있는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에 방문해 ‘K-반도체’ AI(인공지능) 메모리반도체 기업 간담회에 참석하는 일정을 잡았다. 정책 방향의 ‘첫번째’는 AI와 반도체라는 점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이 후보는 이날 반도체 공약 발표를 통해 “압도적 초격차·초기술로 세계 1등 반도체 국가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반도체특별법 신속 제정, 반도체 세제 혜택 확대, 반도체 RE100 인프라 구축 및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신속 조성, 반도체 R&D(연구개발)와 인재 양성 전폭 지원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앞서 이 후보는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이후 지난 14일 첫 번째 정책 방향으로 ‘AI 지원·성장’을 꺼내고 “AI 투자 100조원 시대를 열겠다”고 했었다. 이 후보는 해당 정책 발표 당일 오전 서울 강남구에 있는 국내 AI 반도체 관련 스타트업 ‘퓨리오사에이아이(AI)’에 방문하기도 했다. 대선 출마 선언 후 첫 공식 일정을 AI 스타트업 기업 방문으로 정했던 것인데, 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확정된 후 일정도 AI와 반도체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dand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