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현장 속 남아 있는 느티나무.[서울환경연합 정책보고서 갈무리]](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22/news-p.v1.20250421.ef6c21e85a2549199b9e5f35bdf5426b_P1.jpg)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새 아파트면 다 좋은 거 아니었어?”
낡은 건물을 허문 재개발 현장. 곧 신축 아파트가 들어설 전망이다. 깨끗한 외관, 편리한 시설 등 장점은 끝이 없다. 하지만 부족한 게 하나 있다. 바로 초록빛 ‘숲’
오랜 기간 자리를 지켜온 아파트 단지 내 녹지, 일명 ‘아파트 숲’이 재건축과 함께 설 자리를 잃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미 도시 생태계의 일부분으로 자리 잡은 나무들이 벌목된다는 것.
새 아파트에도 녹지는 조성된다. 하지만 비용 효율성을 이유로 기존 나무들을 베어내고, 새로 조경하는 방식을 택하는 사례가 많다. 이 경우 수십 년간 유지돼 온 생태계 혼란은 피할 수 없다.
![개포주공1단지 주변 전경.[서울데이터서비스 제공]](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22/news-p.v1.20250421.99dd25a713724f8e97ad87ee6de7cfbf_P1.png)
서울환경연합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4+2025 정책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주택에서 아파트는 64.6%의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도심 아파트 내 조성된 조경 공간은 되레 인근 지역의 ‘녹색 생태계’를 유지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대표적인 도심인 서울의 경우 그 의존도가 더 높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에는 최소 2.89㎢(제곱킬로미터)의 공동주택단지 녹지가 형성돼 있다. 비록 대규모 산림 등에 비해 규모는 적지만, 주거 공간과 밀접한 특성상, 도시의 주요 기반 시설 중 하나로 여겨진다.
![둔촌주공아파트 주변 전경.[서울연구데이터서비스 제공]](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22/news-p.v1.20250421.59a0ee9a6b834e62a25b6d1f8560d6f3_P1.png)
실제 역할도 적지 않다. 수십 년간 유지된 도심 녹지는 도시 생물들의 서식지다. 서울연구원이 서울시 아파트 단지 30곳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아파트 단지 녹지는 총 188종(63과 143속)의 식물상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물뿐만 아니다. 도심 아파트 단지 내 수목이 사라질 경우, 해당 지역 조류의 다양성이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는 일관되게 보고되고 있다. 조류가 줄어드는 현상은 곧 곤충·작은 포유류 등 연관된 생태계 전체의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개포주공4단지아파트.[서울연구데이터서비스 제공]](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22/news-p.v1.20250421.44b7a1767663417bad261e34ea9af62b_P1.png)
문제는 재건축이 활성화되며, 이같은 아파트숲이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는 것. 소위 말하는 구축 아파트 단지의 녹지는 지금과 다르다. 특히 1991년 지하주차장 개발이 본격화되기 전에 만들어진 경우 자연지반을 토대로 형성됐기 때문에, 주위 환경에 맞게 진짜 ‘숲’을 형성한 게 특징이다.
하지만 노후한 건물을 철거하고, 새롭게 지반을 다지는 과정에서 이같은 숲은 대부분 훼손된다. 아울러 수십 년간 자란 나무들은 그대로 베어지는 경우가 많다. 다시 옮겨 심는 데만 해도 적지 않은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아파트 재건축 현장. [연합]](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22/news-p.v1.20250421.259046fbaae940feb8093a4793dd9683_P1.jpg)
서울환경연합 관계자는 “사업에 드는 비용이 적을수록 조합원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분담금이 낮아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벌목 후 새로 조경하는 것이 기존의 나무를 남기는 것보다 효율적이라는 인식이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정비구역’으로 꼽히는 둔촌주공아파트에는 총 3만3094주의 나무가 있었다. 하지만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며 전체 나무의 7.7% 수준인 2579주만 이식 대상으로 선정됐다. 심지어 옮겨 심어진 나무들마저 철거 및 토목공사 과정에서 대부분 고사했다.
![한 아파트 단지의 산책로.[헤럴드DB]](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22/news-p.v1.20250421.159ca2da87a94a2b878c447eedf7caf3_P1.jpg)
개포주공1단지아파트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개포주공1단지 나무 5669주 중에서 이식대상으로 선정된 것은 생육 상태가 양호한 240주뿐이었다. 큰 나무들은 이식이 쉽지 않고 비용이 높다는 이유로 폐기 절차를 밟았다.
이 또한 비교적 진전된 사례로 분류된다. 대부분 재건축 사업은 지하 주차장을 개발하고 신속히 공사를 끝내기 위해, 기존의 나무를 제거하고 새로운 조경수를 심는다.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라 수목 이식이 결정되기도 하지만, 위반하더라도 처벌 수위가 높지 않기 때문에 실제 이행이 이뤄지지 않는 사례도 적지 않다.
![평택고덕 함박산 중앙공원 모습.[LH제공]](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22/news-p.v1.20250421.04afb292f949442ea5420e3b882c1cfa_P1.jpg)
아울러 나무 보전을 위한 수목 이식 과정의 한계도 지적된다. 수목 이식은 ▷뿌리돌림 ▷굴취 ▷가지치기 ▷운반 ▷식재 등 순서로 진행된다. 이식 후 나무가 잘 적응하기 위해서는 모든 단계에서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충분한 시간은 주어지지 않는다.
서울환경연합 관계자는 “이식을 위해 퍼내는 뿌리 분의 크기가 나무 밑동 면적의 3~5배 수준에 불과해, 나무의 뿌리 대부분이 잘려 나가고 있다”며 “나무를 지키기 위한 수목 이식이 나무의 건강성을 크게 해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보존된 동산의 모습.[네이버지도 갈무리]](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22/news-p.v1.20250421.a5f6fc42cc514f188933ca1ad66935b8_P1.png)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오래된 아파트 단지의 나무들을 지키는 방안 중 하나로 ‘나무나눔’ 제도 활성화가 거론된다. 서울시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수목을 기증하고, 분양받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15년에는 관련 조례를 개정해, 재개발·재건축 시 나무나눔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된 바 있다.
서울환경연합 관계자는 “서울시 나무나눔 정책상 분양 비용은 수요자 부담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데, 나무를 옮겨심는 비용보다 새로 심는 비용이 저렴할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아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며 “나무 분양에 따른 예산과 관리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조례를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wo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