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야, 문제는 설레지않는다는거야.

국내 지자체들, 올릴 거리를 만들라”

컨슈머인사이트 1006명 조사 분석

9개 정보습득 방법중 TV방송 최하위

“물 위를 걷다” 대청도. 개발 사업 처럼 인프라만 키운다고 능사는 아니다. 국내 지자체들이 SNS에 올릴 ‘설렘’ 콘텐츠를 발굴하는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물 위를 걷다” 대청도. 개발 사업 처럼 인프라만 키운다고 능사는 아니다. 국내 지자체들이 SNS에 올릴 ‘설렘’ 콘텐츠를 발굴하는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태안 운여해변. 지역여행이 살아나려면 여행자들이 설렘을 느낄만한 콘텐츠가 더 있어야 한다.
태안 운여해변. 지역여행이 살아나려면 여행자들이 설렘을 느낄만한 콘텐츠가 더 있어야 한다.
6월 전역러시를 보일 방탄소년단(BTS)의 추억, 완주 오성제 호수 소나무에 가면 ‘아미’들은 설렌다.
6월 전역러시를 보일 방탄소년단(BTS)의 추억, 완주 오성제 호수 소나무에 가면 ‘아미’들은 설렌다.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국내 여행지를 선택하는데, ‘지인 추천’에 의한 것이 가장 많았고, TV방송은 최하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 타면 오겠지 기대하지만, 여행정보 습득 루트 9개 중 최하위였고, 웬만한 스타 출연물이 아니면 효과가 적었다.

아울러 국내여행 보다 해외여행을 선호하는 것은 바로 SNS에 올릴 거리가 적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돼 설렘, 가성비, 추억을 진하게 남길 만 한 콘텐츠를 확충해야 지역관광이 살아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여행 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2025년 3월 실시한 ‘국내·해외여행의 만족·불만족 원인 탐색 조사’(2년 내 국내여행과 해외여행을 모두 경험한 여행애호자 1006명 대상)에서 응답자의 SNS(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유튜브, 블로그, 틱톡, 위챗 등) 업로드 활동에 따른 여행 행동의 차이를 비교했다. 지난 1개월 이내에 SNS에 콘텐츠를 업로드한 경험이 있는 사람을 ‘업로더’로, 경험이 없는 사람을 ‘비(非)업로더’로 구분했다.

▶순수성 의심 블로거도 점차 약세

목적지를 정할 때 활용하는 정보채널로는 ‘지인추천’(41%)이 가장 많았고 이어 ‘블로그’(28%), ‘유튜브’와 ‘SNS’(각각 22%), 지자체의 공식 채널(9%)이나 여행상품채널 (8%), TV방송(7%)는 한 자릿수에 그쳐 사실상 상위권 모두가 SNS채널들이었다.

국내여행지 결정 시 정보탐색 활용채널[컨슈머인사이트 제공]
국내여행지 결정 시 정보탐색 활용채널[컨슈머인사이트 제공]

이런 경향은 이 내용을 ’20년 조사 시작한 이래 계속돼 왔다. 이제 여행 소비자는 더 이상 공공기관이나 상업적인 채널을 찾지 않는다. 대신 지인 또는 팔로우하는 개인이 SNS에 올린 영상 하나, 사진 한 컷, 코멘트 한 마디를 꽂혀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

블로그는 여전히 활용도가 높은 정보채널이나 그 영향력은 크게 약해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영상과 사진보다는 텍스트가 많고, 상업적으로 오염되어 정보의 순수성이 훼손되었다는 인식이 높아졌기 때문일 것이라고 연구진은 진단했다.

이번 조사대상인 여행애호자의 SNS 이용률은 카카오톡, 유튜브, 인스타그램 순이었다(각각 87%, 67%, 62%).

▶카톡이 최고인기..업로더는 여행도 많이 간다

지난 한달간 글이나 영상을 업로드한 비율은 카카오톡이 51%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은 이용률과 달리 인스타그램(36%)이었다.

연령대별 업로드율(복수응답)을 보면 20대와 30대 여행애호자의 과반수(각각 54%, 56%)는 지난 1개월 이내에 인스타에 콘텐츠를 업로드한 적이 있어,

이용률이 가장 높은 카톡의 업로드 비율(20대 36%, 30대 41%)을 의외로 큰 차이로 앞섰다. 반면 카톡은 50대, 60대(각각 55%, 67%)에서 인스타(26%, 14%) 보다 크게 높았다. 2030 젊은 세대가 문자 중심의 카톡에서 동영상과 사진 중심의 인스타로 대거 이동한 결과이며, 이동은 계속 진행되고 있다.

주요 SNS이용 및 연령대별 업로드 현황[컨슈머인사이트 제공]
주요 SNS이용 및 연령대별 업로드 현황[컨슈머인사이트 제공]

인스타 업로더는 여행도 더 많이 다녔다. 이들은 지난 2년간 국내여행 7개 권역 중 2.9곳, 해외여행 13개 권역(국가) 중 2.2곳을 다녀왔다. 인스타 비업로더(국내 2.2곳, 해외 1.8곳)보다 각각 0.7곳, 0.4곳 더 많이 다닌 셈이다. 여행도 많이 업로드도 많이 하고 있다.

국내 7개 권역은 △서울 △경기·인천 △강원 △충청·대전 △전라·광주 △경상·대구·부산·울산 △ 제주권이며, 해외 13개 권역(국가)은 △일본 △베트남 △태국 △중국 △필리핀 △대만 △홍콩 △기타 동남아시아 △중동·서남아시아 △미국·캐나다 △유럽 △호주·뉴질랜드 △기타(중남미·아프리카) 등이다.

▶설렘 소재를 만들고, 바가지를 없애라

인스타 업로더는 국내여행을 보는 시각 자체가 달랐다. 이들은 △여행 전 ‘감정’(85%) △여행 중 ‘경제성’(70%)과 ‘환대’ 경험(61%) △여행 후 ‘사진·이야깃거리’(85%) 등 여행의 전과정에서 해외여행을 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모든 항목에서 비업로더(각각 79%, 58%, 49%, 77%)보다 높은 공감도를 보여, 국내여행을 ‘설렘도, 가성비도, 사진과 추억도 부족한 여행’으로 인식하는 정도가 누구보다 강했다. 바가지 근절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연구진은 “국내여행의 활성화에는 ‘여행을 가보게 하는 것’보다 여행의 ‘추억과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주고 그것을 ‘공유’토록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여행비 지출 행태에도 차이가 있었다. 인스타 업로더는 하루 평균 여행비로 국내에서 11.0만원을 지출했다. 비업로더(10.6만원)보다 0.4만원 더 썼으나 큰 차이는 아니다. 반면 해외여행에서는 24.5만원을 지출해 비업로더(26.9만원)보다 오히려 1일 평균 2.4만원 적게 썼다.

국내에서는 ‘인스타에 올릴 만한’ 이색적인 장소나 소재(먹거리, 살거리 등)를 찾으려면 추가 비용이 드는 반면, 해외에서는 일상적인 길거리 풍경이나 음식, 상품 하나도 충분히 올릴 만한 ‘그림’이 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설렘’ 예능 ‘나는 솔로’ 24기 촬영지 마이산
‘설렘’ 예능 ‘나는 솔로’ 24기 촬영지 마이산

▶지인 추천이 인플루언서 보다 세다

이들은 여행에 대한 기대 요소와 만족 요소도 달랐다. 인스타 업로더는 국내든 해외든 ‘놀거리’를 가장 중요하게 여겼고, 그 다음으로 국내에서는 ‘먹거리’, 해외에서는 ‘살거리’를 기대했다. 이들의 여행 목적과 소비 방식은 결국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콘텐츠(액티비티, 미식, 쇼핑) 중심으로 움직인다고 볼 수 있다.

반면 비업로더는 국내여행에서 ‘쉴거리’와 ‘볼거리’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실제 만족도는 높지 않았다. 오히려 큰 기대가 없었던 해외여행에서 이런 요소에 대해 더 높은 만족을 경험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컨슈머인사이트 연구진은 “국내여행 부진의 이유는 단순히 경기 침체 때문이 아니다. ‘여행 전 계획’이 ‘설레거나 떨리지’도 않고(참고. 여행 소비자, 왜 국내 외면하고 해외로 가나 2025.03.25) ‘여행 중 경험’에 ‘가성비’ 있거나 ‘정당한 대우’를 받는 것도 아니고, ‘여행 후 감상’으로 남는 ‘사진, 추억, 이야깃거리’가 없기 때문이다(참고. 국내여행 ‘초초긴축’하고, 해외에서 ‘플렉스’하는 이유는? 2025.04.02). 즉 중요한 일상사의 하나인 SNS에 올릴 거리가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팔로어가 20~30명에 불과한 업로더라 할지라도 지인의 메시지는 유명 인플루언서 이상으로 강력한 효과가 있다. ‘올릴 만한’ 것을 경험하게 하고, 그것을 실제로 ‘업로드’하게 하는 것만큼 효율적인 여행지 홍보는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abc@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