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後정산 시스템 문제” 일부 입점업체, 개인 POS 도입
입금 강요 안 하겠다더니 내용증명…“갈등 심화 우려”
![정산금 지급을 둘러싼 홈플러스와 입점업체의 잡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계약상 매출을 입금하지 않은 입점업체의 퇴점 조치까지 가능해 앞으로 갈등은 더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21/rcv.YNA.20250320.PYH2025032014580001300_P1.jpg)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정산금 지급을 둘러싼 홈플러스와 입점업체 점주들의 기 싸움이 법적 공방으로 번질 것으로 전망된다. 홈플러스 측에서 개인 판매시점관리시스템(POS) 단말기를 사용하는 입점업체 점주들에게 ‘어떤 불이익도 없게 하겠다’고 구두로 약속한 지 일주일 만에 말을 바꿨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장이 주목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지난 15일 일부 입점업체 점주들을 대상으로 내용증명을 보냈다. 정해진 시점 내 홈플러스 측에 3월 매출을 입금하지 않을 경우 법적인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내용증명은 일반적으로 법적 조치에 착수하기 직전 절차로 여겨진다. 이행일은 지난 18일까지였다.
입점업체 점주들은 홈플러스가 ‘말 바꾸기’에 나섰다고 비판했다. 실제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내 홈플러스 대책 TF는 이달 들어 비공개 간담회로 전환해 4월 초 간담회를 가졌다. 신건호 상무와 입점업체 협의회 간부들이 자리했는데, 간담회 참석자들은 신 상무가 ‘입점업체들에게 입금을 강요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한 참석자는 “현재의 후(後)정산 방식을 강요하지 말고 개인 POS를 쓴다고 해도 어떤 불이익도 없게 해달라는 요구에 신 상무가 ‘그 부분은 기업회생을 신청한 홈플러스 측에서 안고 가겠다’고 말했다”며 “일주일 뒤에 내용증명을 보낸 것은 전형적인 입점업체에 대한 갑질”이라고 주장했다.
홈플러스 측은 “정산 방법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일부 바이어들이 입점업체 점주들에게 강경하게 발언한 부분이 있어 ‘언행에 신경쓰겠다’고 말한 것”이라며 “개인 POS 도입 점주들에 대한 조치의 경우 바로 확답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바이어들을 통해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해명했다.
현재 간담회는 중단된 상태다. 홈플러스 측의 무성의한 태도가 원인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회사 매각과 구조조정을 반대하는 직원들 목소리를 전달하고 정산주기를 단축해달라는 입점업체들의 요구에도 홈플러스 측은 “추후 답변하겠다”는 답변을 반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홈플러스가 입점업체들에게 계약을 이행하라고 압박하고 있지만, 입점업체들은 먼저 계약을 파기한 쪽은 홈플러스라고 반박한다.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 지부 회원들이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의 MBK 사무실이 있는 D타워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21/rcv.YNA.20250414.PYH2025041414460001300_P1.jpg)
홈플러스는 대부분 입점업체와 ‘임대을’ 계약 방식으로 계약했다. 입점업체는 매장에 있는 홈플러스 POS 단말기로 결제 대금을 홈플러스 본사에 먼저 보낸 뒤 임차료와 수수료 등을 제외한 금액을 다음 달 30일에 받는다. 롯데마트와 이마트는 정산일이 10일(최대 40일)이지만, 홈플러스는 20일이 더 걸려 정산까지 최장 60일이 소요된다.
1월 매출분은 2월 30일이 없어 3월 첫 평일인 지난달 4일에 정산돼야 했다. 하지만 당일 홈플러스가 갑작스럽게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하며 자금이 묶였고, 정산금 지급도 밀렸다. 이 과정에서 일부 입점업체 점주들은 홈플러스 POS 대신 개인 POS를 설치했다. 홈플러스 측에 자동으로 입금되어야 할 입점업체 매출액이 들어오지 않은 이유다. 홈플러스는 “늦었지만 1월 매출금 입금을 완료했고, 2월 매출금도 법원을 통해 차질 없이 입금했기 때문에 계약불이행을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계약상 홈플러스는 매출을 입금하지 않은 입점업체들의 퇴점 조치까지 가능하다. 현실화한다면 브랜드사와 갈등은 불가피하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브랜드인 에잇세컨즈, 이랜드의 아동 브랜드 치크, 신발 멀티숍 에스마켓 등 대형 브랜드들은 최근 개인 POS를 도입했다. 4월 이전에 개인POS를 설치한 업체들이 내용증명에 못 이겨 3월 매출을 입금하더라도, 매달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한 입점업체 점주는 “홈플러스가 입점업체에 퇴점을 요구할 경우 점주는 시설투자비를 전혀 회수하지 못한 채 나가야 한다”면서 “매달 내용증명을 보내 점주와 본사를 압박할 것이 아니라면 홈플러스는 기업회생 절차 동안이라도 정산 시스템을 변경하는 특약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홈플러스는 계약 변경 없는 개인 POS 도입은 ‘계약 위반’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홈플러스 측은 “홈플러스 POS기 사용은 원활하고 투명한 정산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며 (내용증명 발송은) 계약사항에 대한 이행을 요청한 것”이라고 밝혔다. 홈플러스 측은 “현재 개인 POS 도입 등 정산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한 입점업체들의 다양한 제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요청이 있는 경우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newk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