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SK이노 환경과학기술원 현장

연 10만톤 SAF 등 생산체계 설비

글로벌 공급망 갖춰 밸류체인 확보

SK이노베이션 환경과학기술원 데모 플랜트 모습  [SK에너지 제공]
SK이노베이션 환경과학기술원 데모 플랜트 모습 [SK에너지 제공]

“스케일이 곧 경쟁력이다. 지속가능항공유(SAF)도 마찬가지입니다.”

9일 대전 SK이노베이션 환경과학기술원에서 만난 정호승 SK이노베이션 지속가능FUEL팀장은 이 같이 강조했다. SAF는 아직 도입 초기 단계인데, 2030년에 이르면 글로벌 수요가 최대 1800만톤까지 커질 전망이다. 2022년 대비 70배 확대된 규모다. 환경오염 주범으로 꼽히는 비행기 연료를 폐유 등으로 만든 SAF로 대체해 탄소 배출을 줄이자는 취지다.

지금은 SAF 관련 신기술을 개발하는 ‘골든타임’이다. 예컨대 SAF 공급 규모가 커질수록 SAF 원료인 폐식용유(폐유)를 더 오래 보관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법 등이 필수적이다. 정 팀장은 “폐유는 금방 변질되는만큼 보관 기술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궁극적으로 저품질 폐유로 고급 항공유를 만드는 기술 개발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이날 환경과학기술원에서는 SAF 파일럿(시범) 설비를 확인할 수 있었다. SK울산 콤플렉스(CLX)의 정식 설비를 축소한 설비로, 본격적으로 SAF를 생산하기 전에 이곳에서 설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검증한다.

원료 탱크에 폐유를 넣으면 고온·고압 환경에서 불순물이 걸러지는 동시에 유순물은 잘게 쪼개진다. 이 과정을 거치면 식당 등에서 쓰이며 오염된 식용유가 항공기용 기름으로 변화한다.

SAF는 친환경 연료 중에서도 선제적인 기술 개발이 특히 중요하다. 항공기에 쓰이는 연료인만큼, 지상으로 다니는 자동차 대비 기술 규제가 엄격하기 때문이다. SAF를 생산하려면 미국재료시험협회(ASTM) 인증이 필요한데, 여기에서 인정하는 공정 규격은 11개뿐이다.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에너지는 이중 1개 공정에 대한 인증을 받은 상태다.

SK에너지는 연산 10만톤의 SAF 등 저탄소제품 생산체계를 바탕으로 이 같은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폐유 가격 연일 급등하는 가운데, SK온 트레이딩 인터내셔널을 통해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갖추고 있는 것도 강점이다.

정 팀장은 “폐자원 기반 원료기업에도 투자하고 있어, 원료 수급부터 판매까지 글로벌 밸류체인을 갖추고 있다”며 “중국에서도 현지 네트워킹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글로벌 최대 폐식용유 수출국이다.

친환경 규제에 힘입어 커지고 있는 SAF 시장은 이르면 2030년을 기점으로 본격화할 전망이다. 유럽연합(EU)은 올해부터 모든 항공사가 항공유에 SAF를 최소 2% 혼합해 사용하도록 의무화했다. 2030년에는 그 비율을 6%, 2050년에는 70%까지 확대한다. 미국은 2050년까지 항공유 전량을 SAF로 대체할 계획이다.

정 팀장은 “2030년이 되는 순간 생산보다 수요가 더 많아져, 시장성 역시 이때를 기점으로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SK에너지는 SAF 단독 설비 조성도 검토하고 있다. 지금은 기존 설비로 석유 제품과 SAF를 동시 생산할 수 있는 코프로세싱(Co-processing)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대전=박혜원 기자


k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