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달 2일부터 모든 수입 자동차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한국, 일본, 유럽, 멕시코, 캐나다산 자동차가 주요 타깃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일 철강·알루미늄 관세에 이어 자동차까지 포함되면서 미국발 관세 전선이 더욱 확대되는 모양새다.

트럼프는 26일(현지시간) 행정명령 서명 후 “지난 수년간 우리나라에서 일자리와 부를 빼앗아 간 국가들에 비용을 청구할 것”이라며 “미국서 생산된 차에는 관세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또 “많은 해외 자동차 기업들이 이미 미국에 공장을 두고 있지만 활용도가 낮다”며 “더 많이 만들고, 더 빨리 확장해야 한다”고 했다. 결국 미국 내 생산 확대만이 유일한 해법이라는 점을 못 박은 셈이다.

이번 조치는 한국 자동차 산업에도 직격탄이다. 한국 자동차 대미 수출액은 작년 347억달러(약 51조원)로, 전체 대미 수출의 49.1%를 차지할 만큼 의존도가 높다. 25%의 추가 관세가 붙을 경우 가격 경쟁력을 잃어 대미 수출액이 최대 9조원 이상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문제는 자동차 부문이 완성차 기업에 그치지 않고 수천 개의 부품사와 협력업체, 그리고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지탱하는 핵심 산업이라는 점이다. 단순한 수출 감소를 넘어 산업 전반 구조적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상호관세’도 같은 날부터 부과가 예정돼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4월 2일은 해방의 날이 될 것”이라며, 무역적자국을 대상으로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한국은 대미 무역흑자 규모 기준 8위 국가로, 상호관세 대상에서 자유롭지 않다. 자동차에 이어 반도체, 배터리 등 한국의 핵심 수출 품목들이 줄줄이 관세 폭탄을 맞을 판이다.

트럼프는 기본적으로 관세를 세금 감면, 부채 감축 수단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자동차 관세 철회나 예외 적용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가 210억달러(약 31조원) 규모의 미국 내 투자 계획을 발표했지만, 면세 대상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는 “이건 영구적이며 100% 확실하다”고 못박았는데, 미국에서 제조하지 않는 한 면제는 없다는 얘기다.

전방위 압박이 가해지고 있지만 우리가 가진 협상 카드를 전략적으로 활용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 협상해야 한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수출망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미국 현지화를 통한 수출 확대를 포함해 아시아·유럽 등으로의 다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동시에 국내 제조업 경쟁력을 키우는 과제도 소홀히 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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