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상법 개정안이 13일 결국 국회를 통과했다. 이사의 충실의무를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게 골자다. 경제인들이 “기업과 경제에 막대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며 호소했지만 소용없었다.
개정안의 핵심은 이사가 결정을 할 때 이제 ‘회사의 이익’을 넘어 ‘주주의 이익’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사의 의무 범위가 넓어지고 책임이 무거워지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를 통해 소액주주를 보호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가 해소돼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동안 기업들이 합병·물적 분할 등으로 개인투자자들에게 손해를 끼쳐온 면에서 일리가 없지는 않다. 하지만 자본시장법을 통한 핀셋 규제로도 소액주주 보호는 가능하다. 그런데도 100만 기업을 대상으로 밀어붙인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부작용은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 당장 주주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사들이 소송에 휘말릴 위험이 커져 미래를 위한 투자나 인수합병(M&A) 등 의사결정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해외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도 더욱 거세질 것이다. 한국경제인협회 등 경제 6단체에 따르면 2020년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을 받은 한국 기업은 10곳이었으나 2021년 27곳, 2022년 49곳으로 급증했다. 중소기업의 상황은 더 나쁘다. 법무팀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해 경영권 방어조차 어려워질 수 있다. 실제 지난해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87개 회사 중 93%가 중소기업으로 벼랑끝에 몰릴 수 밖에 없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주요국이 관련 법에서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로 한정한 것은 다른 게 아니다. 기업이 미래 성장성을 고려한 전략적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최소한의 법적 장치를 부여한 것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라는 명분도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주가 상승은 기업의 실적 개선, 성장성, 배당 확대 등과 관련이 있다. 단순히 주주 개개인의 이익을 보호한다고 기업가치가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주주 소송이 빈발해 불확실성이 증가하면 투자가 위축돼 주가 하락 가능성이 더 커질 수 있다. 결국, 경제 살리기는 커녕 국가 경쟁력을 더욱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각국이 ‘친기업’을 앞세우며 규제를 풀고 밀어주는 것과 달리 우리는 매일 족쇄가 늘어간다. 이래서야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기업들이 제대로 걷기나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의 재의요구권(거부권)행사는 불가피하다. 소액주주 보호를 강화하는 방안을 충분히 검토하되 기업 환경을 더 이상 악화시키지 않도록 현실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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