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바이오·문화·방산 등 세부 성장 전략 내세워
‘주 52시간제’ 놓고 국민의힘과 신경전
“진보든 보수든 유용한 처방 총동원” 강조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성장’을 28차례 언급하며 ‘실용 정치’를 강조했다.
12·3 비상계엄과 도널드 트럼프 신행정부 출범에 발생한 경제 위기에 정치가 먼저 대응해야 한다는 점을 내세워 ‘먹사니즘’과 ‘잘사니즘’을 꺼내 들었다. ‘성장’도 여러 차례 언급하며 기본사회를 위한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 대표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고 성장의 기회와 결과를 함께 나누는 ‘공정성장’이 바로 더 나은 세상의 문을 열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경제 회복을 위해 최소 3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제안했다.
두 번째 당 대표 임기를 시작하면서 내놓은 ‘먹사니즘’ 대신 ‘잘사니즘’이라는 새로운 키워드도 제시됐다. ‘보편적 기본사회’를 위해선 회복과 성장이 우선돼야 하고, 성장 동력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이 대표는 이를 위해 ‘기본사회를 위한 회복과 성장 위원회’를 설치해 회복과 성장을 주도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또 알파벳 철자 A부터 F까지를 머리글자로 한 분야별 정책 제언도 내놨다.
▷AI 중심 첨단 기술산업 육성 ▷바이오 산업 생태계 강화 ▷K콘텐츠 활성화 ▷방위산업 ▷에너지 ▷제조업 부활까지 사회 전 분야를 중심으로 정책 현안을 언급했다.
이는 사실상 조기대선 국면을 앞두고 구체적인 성장 전략을 내놓은 것으로, 수권 정당의 면모를 보여주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외교·안보 분야와 관련해선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에 정치권이 나서야 한다면서 ‘국회 차원의 통상대책특별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이 대표는 전향적인 ‘실용 정치’도 거듭 말했다. 그는 “경제를 살리는 데 이념이 무슨 소용이고, 민생을 살리는 데 색깔이 무슨 의미인가”라며 “진보 정책이든 보수 정책이든 유용한 처방이라면 총동원하자”고 했다.

다만 반도체특별법에서 여야가 이견을 보인 ‘주 52시간 근로제한 예외 조항’을 두고선 ‘노동시간 단축’을 언급하며 여당과 신경전을 벌였다.
이 대표는 “특별한 필요 때문에 불가피하게 특정 영역의 노동시간을 유연화하더라도, 총 노동시간 연장이나 노동 대가 회피 수단이 되면 안 된다”며 주 4일제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주 52시간제에 대한) 진심은 뭔가”, “고용의 유연화가 필요하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항의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잠깐만 기다려라. 품격을 지키라”며 대응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유연화를 하더라도 총 노동시간을 늘리자는 소리를 누가 하나”라며 “첨단기술 분야에서 장시간 노동, 노동 착취로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은 형용모순”이라고 짚었다.

이 대표가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를 제안했을 때엔 국민의힘 의석 쪽에서 “자살골이다”, “법인카드 쓴 것부터 토해내라”, “불체포특권 포기는 어떤가”라는 야유가 쏟아지기도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언성이 높아지자 이 대표는 “방해하지 않으면 더 빨리할 것이다. 초등학교 학생들도 와서 보고 있다고 하지 않나”며 진정시키고, 야당 의원들을 향해서도 “(여당 의원들 말을) 더 들어주자”며 달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마지막으로 “서로를 인정하고, 긍정적으로 사고하고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가자”며 44분 간의 연설을 마쳤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연설을 마친 이 대표를 향해 기립박수를 보냈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침묵하며 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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