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측 “계산 아직”…내부 판단기간 끝나자 “석방하라”
수사기관간에도 기간산정 이견…경찰 착각으로 석방하기도
대법 판례 없고 헌재도 ‘각하’ 사례뿐…향후 위헌 주장할수도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출석해 변호인단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이상섭 기자]](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2/12/news-p.v1.20250207.b1e244f5e4cc4915addb09e840e0f5c6_P1.jpg)
윤석열 대통령 측이 최근 “검찰의 기소는 구속기간이 지난 뒤 이뤄진 위법한 구속기소”라며 법원에 구속 취소를 청구해 다음주 초까지 결론이 나올 전망이다. 당초 공수처에서 체포해 검찰로 송부한 윤 대통령 사건은 피고인 측이 문제를 제기하기 이전, 공수처와 검찰 간에도 구속기간 만료일을 두고 이견이 있었다. 이에 대해 명확한 법률규정이 없을 뿐더러 판례가 전무, 입법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5년간 구속 10만건인데…왜 문제 안됐나
대검찰청에 따르면 2023년 구속영장 발부건수는 2만882건에 달하며 최근 5년간 10만건이 넘는다. 이처럼 수많은 구속사례가 있었음에도 그간 기간산정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던 이유는, 검찰이 구속기간을 항상 보수적으로 판단해 잡음의 소지가 없도록 조치해 왔기 때문이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구속기간에 대한 법률적 지식이 없는 피의자들이 대부분인데다, 짧으면 수시간 차이가 날뿐이라 피의자 인권보호 측면에서 최대한 유리하게 해석한다”며 “특히 해당사안을 두고 피의자와 다툴 바에야 차라리 그 시간에 빨리 기소를 하거나 석방하는 방식을 택해 문제의 소지를 없애는 것이 당연시돼 있다”고 했다.
실제 구속기간 산정과 관련된 대법원 판례가 없으며, 헌법재판소 결정을 살펴봐도 검찰이 이견이 없는 보수적인 기간내 기소해 “결정의 실익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된 경우가 있을 뿐이다.
더욱이 윤 대통령 건처럼 구속기간을 두고 반나절이 아쉬운 경우는 사실상 없었다. 경찰이 체포한 사건의 경우 구속기간은 경찰단계에서 열흘, 검찰단계에서 열흘이 각각 확보(기간연장 1회 가능)되는데, 윤 대통령의 경우 공수처에서 체포해 열흘 이내에 중앙지검으로 넘어왔지만 검찰은 중앙지법으로부터 구속기간 연장을 거절당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15일 체포 이후 진술거부권으로 일관하다 검찰 송부(23일) 때까지 9일을 흘려보낸 상황에서, 구속기간 연장에 실패한 검찰은 촌각을 다투며 기소할 수밖에 없었다.
윤 대통령 측이 ‘고도의 전략’을 쓰기도 했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검찰 기소가 이뤄지지 않은 지난달 25일까지는 ‘내부적으로 산정한 구속기한이 언제인지’ 묻는 취재에 응하지 않다가 26일이 돼서야 “구속 기한이 1월 25일 밤 12시에 이미 만료됐다”고 밝혔다. 이는 “구속기간이 도과됐다고 판단했고, 수사권 없는 기관의 수사와 그에 터 잡은 기소로 위법 사항이라 구속 취소를 청구했다”는 주장의 밑바탕이 됐다.
검찰·공수처간 기간산정 왜 차이났나…경찰 착각으로 검찰이 석방하기도
윤 대통령이 문제를 제기하기 이전에 수사기관간 구속기간 만료를 두고도 이견이 있었다. 공수처와 검찰은 윤 대통령 1차 구속만료일 계산을 두고 최대 이틀 이상 차이를 보였다. 지난달 15일 윤 대통령을 체포한 공수처는 체포적부심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등의 절차가 진행된 나흘은 구속기간 10일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1차 구속 기한이 1월28일까지라고 밝혔는데, 검찰 내부에서는 이 같은 공수처 판단이 실무상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윤 대통령의 1차 구속기간 만기일을 지난달 25∼26일, 최대 27일까지로 계산했다.
형사소송법 201조의2는 영장실질심사를 하는 경우 법원이 구속영장 청구서 등을 접수한 날부터 구속영장을 발부해 검찰청에 반환한 날까지의 기간은 검사의 구속기간(10일)에 포함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또 형소법 214조의2는 법원이 체포적부심을 위한 수사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법원에 접수한 때부터 결정 후 검찰청에 반환된 때까지의 기간은 체포시한(48시간)에 산입하지 않고, 검사의 구속기간 관련 규정에 적용할 때는 구속기간(10일)에 산입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공수처는 지난달 16일 오후 2시3분쯤 윤 대통령의 체포적부심사 관련 자료를 서부지법에 접수했고 약 10시간30분이 지난 17일 오전 0시35분 이를 반환 받았다. 구속영장 청구서는 17일 오후 5시40분쯤 법원에 접수했다고 밝혔고, 약 33시간 뒤인 19일 오전 2시53분에 구속영장이 발부된 후 자료를 반환받았다. 이에 대해 검찰에선 체포적부심 자료 제출부터 반환까지의 시간을 ‘체포시한’이 아닌 ‘구속기간’에서 빼는 것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으며, 구속영장 청구부터 발부까지 약 33시간을 ‘3일’로 볼 수 없다는 해석도 나왔다. 모두 명확한 법조항이 부재해 생긴 문제들이다.
최근에 경찰의 착각으로 검찰이 피의자를 석방한 사례도 있었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지난달 20일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김모(25)씨를 구속 송치했지만, 김씨는 당일 풀려났다. 구속기간이 하루 지난 시점에서 경찰이 김씨를 송치했기 때문이다.
형소법 202조에 따르면 경찰이 피의자를 구속한 때에는 10일 안에 검찰에 넘겨야 하며, 피의자 심문을 하는 경우 법원이 구속영장청구서 등을 접수한 날부터 구속영장을 발부해 검찰청에 반환한 날까지의 기간은 구속기간에 포함하지 않는다.
통상 이 기간은 이틀이 걸리는데, 이번 사건은 하루 만에 검찰의 영장 청구, 법원의 심문, 영장 발부가 이뤄진 것이 문제의 발단이 됐다. 따라서 경찰은 법이 정한 10일에 이 기간인 하루를 더해, 11일 안에 김씨를 검찰에 넘겨야 했다. 경찰이 12일째에 김씨를 검찰에 넘기면서 김씨는 석방된 것이다.
판례부재…결국 입법으로 해결해야
형소법에는 “피의자심문을 하는 경우 법원이 구속영장청구서 등을 접수한 ‘날’부터 구속영장을 발부하여 검찰청에 반환한 ‘날’까지의 기간은 구속기간에 산입하지 않는다”고 해 일수로 해석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체포적부심에 대해서는 “법원이 수사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접수한 때부터 결정 후 검찰청에 반환된 때까지의 ‘기간’은 구속기간에 산입하지 않는다”고 해 여전히 이론의 여지가 크다.
윤 대통령 측은 “2007년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모든 피의자가 구속영장실짐사를 받도록 규정이 바뀌었기 때문에 구속영장실질심사에 소요된 시간을 구속 기간에 공제할 이유가 없어졌다. 당시 입법 과정에서의 명백한 오류”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속 기간 공제규정을 적용하겠다면, 피의자의 이익에 부합되도록 해석하는 것이 옳다. 따라서 그 기간은 ‘일’이 아니라 ‘시간’으로 계산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형사소송규칙 제96조의 18는 ‘구속 영장을 청구 받은 판사는 서류 및 증거물을 접수한 시각과 반환한 시각을 기록을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법원 실무자료집에는 ‘영장심사와 구속적부심은 일수, 체포적부심은 시간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내용이 적시돼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형법학자들 사이에서도 해당 법률의 모호함에 따라 구속기간 산정을 두고 이견이 있으며, 판례조차 없는 만큼 위헌을 주장할 경우 명확성 원칙이 문제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영장실질심사는 물론 체포·구속적부심을 거칠 경우 저마다 자신의 구속기간 산정방식을 주장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초유의 사태’로 문제가 불거진 만큼 입법을 통해 깔끔하게 정리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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