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지난 10월 천체물리학저널에 발표된 송 씨의 논문(제1저자 송유근, 교신저자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위원)이 그의 지도교수인 박석재 위원이 2002년에 쓴 논문과 동일하다는 의혹이 일었다. 이에 미국 천문학회는 송 씨의 논문이 표절임을 확인하고 게시를 철회한다고 24일(현지시간) 밝혔다. 국내 최연소 박사 학위자가 될 전망이었던 17살 ‘천재소년’ 송 씨는 불과 닷새 만에 표절자가 됐다.

▶“지도교수가 잘못 지도” = 이번 사태를 가리켜 우리 학계에 고질적으로 나타난 표절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불거졌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천체물리 분야 연구원 A 박사는 “같은 수식을 표현만 달리 표현했을 뿐 두 논문은 거의 비슷했다고 봐도 된다”며 “지도교수가 이를 알고도 인용 표시를 하지 않았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박 위원이 핵심이라고 말하는 편미분방정식도 2002년에 박 위원이 논문에 쓴 다른 방정식을 조합하면 만들 수 있는 방정식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A 박사는 “이번 사태의 핵심은 인용 표시 없이 가져다 쓴 것”라고 지적하며 “국제 학계에서 인용 표기를 누락하는 것은 대수롭게 넘길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런데 국내에는 자기표절에 대해서 너그럽게 보는 사회 분위기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저널도 ‘2002년 인용 사실을 명시하지 않은 것이 동료심사 과정에서 큰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미국 콜로라도대 덴버캠퍼스의 문헌전문가 제프리 빌도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학술대회 발표 자료를 인용 없이 가져오는 건 명백한 표절”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송 씨의 논문에는 총 11개의 논문이 인용돼 있지만 박 위원의 2002년 논문은 빠져 있다.

이와 함께 국내에 뿌리 깊게 고착화된 상하 수직적 도제 문화를 꼬집는 목소리도 있다. 지도교수의 학계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학생들이 ‘지도교수에 의한, 지도교수를 위한’ 논문을 작성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B 연구원(30)은 “대학원에서 지도교수는 학생의 ‘갑’ 정도가 아니라 생살여탈권을 쥐고 있는 절대적 존재”라며 “지도교수가 자신의 학설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논문을 수정하도록 요구한 적이 있다”라고 토로했다.

▶“제1저자 송 씨도 책임 있다”= 송 씨의 논문이 표절로 확인된데 대해 모든 책임이 지도교수에게만 지워질 수 없다는 반박도 있다. 천체물리학저널에 게재된 박사논문 제1저자로 송 씨의 이름이 게재돼 있다는 점이 그 이유다.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C 연구원은 “나이가 어린 송 씨가 인용 논문 작성법 제대로 배웠을지 의문이 든다”면서도 “하지만 이를 잘 몰랐다면 제1저자의 자격이 없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학위논문 표절의 경우 제1저자뿐만 아니라 논문을 심사한 지도교수의 책임을 강화하고 학회에 제출된 논문은 학회가 공동 책임지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천체물리학저널이 송 씨의 논문 철회 입장을 발표하자 박 위원은 “전혀 걱정하지도, 예상하지도 못한 결과”라며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한편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는 이날 송 씨의 SCI 논문 표절과 관련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UST 관계자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학칙과 규정에 의거해 향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