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OC=김현경 기자] 지난 1~4일 일산 킨텍스에서 ‘코베 임신ㆍ출산ㆍ유아교육 박람회(코베)’가 열렸습니다. 임신 때도 베이비페어(베페)에 가보지 않은 저는 취재 목적 반, 호기심 반으로 난생 처음 베페에 가봤습니다.
이른 시간이라 사람이 별로 없을 줄 알았는데 웬걸, 발디딜 틈조차 없는 걸 보고 일단 놀랐습니다. 전시장은 크고 부스는 많은데 뭐가 어디에 있는지도 잘 모르겠고, 통로는 좁아서 이동 자체가 쉽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각 부스의 직원들은 경쟁하듯 더 큰 소리로 고객을 모으고, 지나가는 고객을 붙잡아 어떻게든 자기 부스 안으로 데려가려고 했습니다. 그야말로 ‘도떼기시장’ 같았습니다.
이리저리 치이다 보니 아이, 남편과 이산가족이 되는 사태까지 벌어졌습니다. 아이는 아이대로 힘들어서 보채고, 제대로 보기도 전에 영혼이 탈출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도 뭔가를 배워가야겠단 일념 하에 한바퀴를 돌아보니 대략 유모차, 아기옷, 유아도서 부스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정보를 제공한다기보단 물건을 판매하는 곳이란 인상이 강했습니다. 몇군데 붙잡혀서 설명을 듣다보니 “정가는 얼마인데 이번에 하면 얼마까지 할인된다”, “사은품으로 뭐뭐를 준다”, “우리 상품이 다른 부스 어디 상품보다 구성이 더 좋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습니다.
자사 상품 홍보야 그렇다쳐도 “아이가 몇개월이냐? ○○개월이면 우리 상품을 쓸 때다”, “아이 연령에 맞게 이런 걸 해줘야 발달이 잘 된다”, “다른 엄마들은 이미 많이들 쓰고 있다”며 심리를 자극하는 말은 불편했습니다. 마치 해당 상품을 구매하는 엄마는 아이를 더 생각하고 구매하지 않는 엄마는 아이에 관심이 부족하다고 재단하는 듯한 느낌이었기 때문입니다.
상품을 구매하러 간 게 아닌 저조차도 얘기를 듣다보니 꼭 사야만 할 것 같고, 안 사주면 내가 무관심한 엄마가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상품을 구매하지 않고 돌아설 때 차갑게 변한 직원의 눈빛은 묘했습니다.
박람회는 신제품을 소개하거나 정보를 제공하는 곳으로 생각했는데 베페는 조금 달랐습니다. 재고 상품을 무더기로 가져와 처분하는 곳도 많고, 아이와는 무관하게 부모를 겨냥한 뜬금없는 상품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가격 할인도 엄청난 것 같지만 실상은 평소 판매가와 큰 차이가 없는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결론은 저같은 초급자에게 베페는 그리 친절한 곳이 아니었다는 것.
임신한 맘들이 출산 준비를 하러 온 경우가 많았는데요. 특정 품목을 할인가에 사겠다는 뚜렷한 목적을 갖고 가면 모르겠지만 막연히 구경을 하거나 공부를 하러 간다면 몸만 힘들거나 필요없는 물건을 사게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필요한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하기 위해 체리피커(cherry picker)로 베테랑 맘들에게 베페는 유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뭣모르고 순진하게 간 저같은 맘들은 여기저기 휩쓸려 호갱님이 될 수도 있으니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베페에 참가하는 기업들은 적게는 몇백만원부터 많게는 천만원 이상의 비용을 지불하는데요. 자리가 없어서 못들어간다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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