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절친들의 대결에 수목 안방이 뜨거워졌다. 1989년생, 스물일곱 동갑내기 이종석 김우빈의 대결이다. 시작은 김우빈이 먼저였으나, 동시간대 맞대결 2주차에 접어들며 상황은 뒤바꼈다. 현재 이종석의 ‘W’(더블유ㆍMBC)가 수목 왕좌에 올랐다.
이종석 주연의 ‘W’는 지난 27일 방송된 3회분을 통해 김우빈 수지의 ‘함부로 애틋하게’(KBS2)의 왕좌를 빼앗았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의 집계에 따르면 이날 방송된 ‘W’는 전국 기준 12.9%, 수도권 기준 15.0%를 기록했다. 전회 방송분에 비해 무려 3.4% 포인트나 상승한 수치다. ‘함부로 애틋하게’는 ‘W’에 왕좌를 내주며 한 자릿수 시청률로 주저앉았다. 전국 기준 8.6%, 수도권 기준 9.5%를 기록했다. 아슬아슬했던 시청률은 ‘W’의 등장과 동시에 빼앗긴 상황이다.
두 편의 드라마는 방송 전부터 절친의 대결로 화제를 모았다.
두 사람의 인연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KBS2 ‘학교2013’을 통해 보여준 청춘스타들의 ‘브로맨스’로 10대 시청자들의 표심을 얻은 대표적인 남자배우들이다. 이후 트렌디 드라마를 통해 연이은 흥행 홈런을 친 절친들이 마침내 경쟁자로 만났다.
김우빈과 수지를 타이틀롤로 삼은 ‘함부로 애틋하게’는 방송 전부터 하반기 기대작으로 꼽혔다. 이경희 작가가 집필하고, 20대 한류스타를 앞세웠다는 점만으로도 제2의 ‘태양의 후예’의 등장을 예감케 했다.
드라마에서 김우빈은 그간 자신이 고수해왔던 ‘까칠한’ 이미지를 또 한 번 터뜨릴 만한 배역을 맡았다.
‘학교 2013’의 반항아, ‘상속자들’(SBS)의 안하무인 부잣집 도련님이 친구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을 통해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주로 연기했다.
‘함부로 애틋하게’에선 온갖 클리셰를 품은 인물이 됐다. 세상 무서울 것 없는 슈퍼스타인 데다, 출생의 비밀을 안고 있고, 심지어 시한부 선고까지 받았다. 드라마는 이 지점에서부터 스토리를 풀어간다. 가슴 아픈 악연(?)으로 엇갈린 첫사랑과 생애 마지막 시간을 보내려는 톱스타의 3개월을 ‘애틋’하게 그려나가겠다는 것.
남자주인공 김우빈은 그간 자신이 맡았던 캐릭터에 절절한 감성을 더해야할 책무를 안았다. 그간의 캐릭터의 연장이라지만 김우빈의 애틋한 연기는 반항아 고등학생 이미지가 컸던 스스로에겐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기회가 된 셈이다. 캐릭터 자체의 이질감도 김우빈에겐 굳이 찾아볼 수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다만 난관은 드라마가 취하는 멜로 감성과 진부한 설정에 있다. 남자주인공은 걸핏하면 소리를 지르는 데다, 보란 듯이 신파로 향해가는 스토리가 다소 무겁게 다가온다.
이종석의 ‘W’는 얼토당토 않은 판타지다. ‘W’에서 이종석은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온갖 능력을 다 갖춘 외계인에 버금가는 슈퍼맨으로 그려진다. 물론 초능력은 없다.
드라마의 첫 방송 이후 시청자들은 이종석의 ‘인생 캐릭터’라는 찬사를 보냈다. 가뜩이나 만화 속 주인공 같은 외모의 이종석이 실제 만화 주인공이라는 캐릭터로 현실과 가상세계를 넘나들자 싱크로율이 부쩍 높아졌다.
‘W’는 ‘나인’을 쓴 송재정 작가가 집필, 현실과 웹툰의 세계를 오가며 스토리를 전개한다. 이종석은 드라마 속 인기 웹툰 ‘W’의 주인공 강철을 연기한다. 강철의 능력치가 상당하다. 집중력 향상을 위해 시작한 사격에서 놀라운 재능을 보여 올림픽 국가대표가 돼 금메달을 따낸다. 그러다 가족 살해범이라는 누명을 쓰고 생을 마감하려는 순간, 삶의 의지를 다지며 ‘맥락 없이’ 벤처 사업가로 성공했다. 남 부러 울 것 없는 강철 캐릭터는 총에 맞아도 살아나는 불사신인 데다, 그의 능력 안에선 못 하는게 없는 슈퍼맨이다. 그런 강철이 동시간대 존재하는 현실 속 여주인공과 만나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아나가는 드라마다.
공감대가 떨어지는 판타지임에도 드라마는 시청자를 끌어당기는 마력을 지녔다. 사실 이종석에게 현실감 없는 캐릭터의 연기는 주무기와 같다. 이미 사람들의 마음을 읽는 초능력을 가진 고등학생(‘너의 목소리가 들려’)부터 ‘공부는 식은 죽 먹기’였던 천재 기자(피노키오)를 연기해오다 이번 드라마를 통해 현실에서 더 멀어졌다. 심지어 아픔과 고난도 크다. 매작품마다 상처와 고난, 트라우마를 안았던 이종석은 이번 작품에선 자신이 ‘가상의 인물’이라는 존재이유에 대해 발목을 잡혔다. 이 드라마의 난관은 바로 믿을 수 없는 판타지라는 데에 있으나, 아직까지 성과가 좋은 것은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이 유난히 높은 남자주인공에 있다. 만화 속 캐릭터라고 인정하고 바라본 시선은 도리어 판타지에 대한 거부감을 없앤다. 이종석이 입에 달고 다니는 “맥락없는” 사건 사고와 여주인공의 행동 역시 두 개의 다른 세계에 충돌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라는 점을 감안하고 바라보니 판타지와 엮인 스릴러, 멜로 등의 각각의 장르의 시너지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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